쇄락한 돌담이 연못을 두르고,
탁한 물결은 뒤틀린 하늘을 비추고,
어둠은 나직한 속삼임으로 대지를 잠식한다.
개울의 맥박은 끊어지고,
서릿바람의 속삭임은 냉혹하게,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리."
말라붙은 잎마저 무심히 흩어지니,
깊은 야의 적막 속에서 갈라진 바위 틈새,
희미한 달의 노래를 어찌 잊으랴.
혼탁한 연못 위, 작은 발끝은
언젠가 빛나리라는 신념과 함께,
영원히 내 안에 잠들지 않으리라.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Fishing in the Spring, Pont de Clichy, 1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