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일
오늘은 3월 성만찬을 드렸다. 성만찬을 드릴 때마다 고린도전서 11장 말씀을 읽는다.
내가 너희에게 전한 것은 주께 받은 것이니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이르시되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고린도전서 11:23-24)
초대교회 당시 성만찬과 세례식을 두고 ‘예수의 몸을 먹고 피를 나누어 마시는 집단’이라는 오해가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성만찬을 식인 의식(cannibalism)으로 오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성경에 성만찬에 대한 비난 내용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요한복음 6장을 보면 예수님이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고 말씀하셨을 때,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주어 먹게 하겠느냐”라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떠난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런 반응에도 멈추지 않으셨다. 오히려 더 강하게 말씀하셨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느니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요한복음 6:53-54)
여기서 “영생”은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이 즉시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날에 생명을 얻게 됨을 의미한다. 오병이어를 경험한 이들은 단순히 기적을 체험하기 위해 예수님을 따랐지만, 예수님은 그날 그날에 먹을 육적인 음식을 원하지 말고, 생명의 떡이신 예수님을 원하고 온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라고 하셨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 즉 제자가 된다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았다. 고대에는 특정 스승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는 플라톤이었고, 플라톤의 제자는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유대인들도 랍비(스승, 선생)를 따르며 배우는 전통이 있었다. 바울도 가말리엘 랍비의 제자였다.
오병이어의 기적 이후 수천 명이 예수님을 따르려고 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 많은 사람들에게 기적을 바라고 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떡을 먹기 위해 오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기적을 보고 따르는 무리와 정말로 제자가 될 사람들을 구별하신 것이다. 예수님은 그를 따르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제자로 삼지는 않으셨다. 예수님은 제자가 되는 조건을 분명히 하셨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마가복음 8:34)
빌립보 가이사랴에서 예수님이 “나를 따라오려거든”(제자가 되려거든, 제자도)이라고 하신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과 관련하여 우리는 흔히 십자가를 지는 것이 희생과 고난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단순히 고난과 희생을 감수하는 것을 의미하신 게 아니다.
마가복음 8장 34절에서 예수님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라는 말씀을 하신 뒤, 바로 이어서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마가복음 8:35)고 하셨다. 즉, 예수님을 위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내어놓고 따르는 것이 곧 영생의 길이라고 하셨다.
앞에서 오병이어 이후 예수님을 따르려는 자들에게 예수님을 먹으라고 하신 것과 빌립보 가이사랴에서 예수님을 따르려면 자기를 부인해야 하며, 자기 십자가를 지라고 하신 말씀이 모두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해야 하는 일로서 결국 같은 의미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부인하고 예수님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삶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것이 곧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길이며, 예수님과 복음을 위해 목숨을 내어 놓으면 참된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라디아서 2:20)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단순히 윤리적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아니며, 단순히 고난과 희생을 감내하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예수님과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참된 제자의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도문>
하나님 아버지,
저는 처음에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라”는 말씀을 읽을 때마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희생과 고난을 감수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깨닫습니다.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나를 비우고, 예수님으로 채워지는 것이 조건이라는 것을요.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를 형성한다는 말이 있듯이, 예수님을 먹고 마실 때 비로소 우리 안에 예수님이 거하고 우리가 예수님과 하나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날마다 말씀과 기도로 예수님을 먹고 마셔서 예수님과 하나 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내 삶을 살아 갈 때 나는 죽고 예수님의 생명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