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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의투영 May 31. 2024

나에 삶의 조각들

30.  내 차는 범퍼카

 나는 차에 크게 관심이 없다. 그냥 안 걸어 다니고 추울 때 따뜻하고 더울 때 시원하면 된다.

운전경력 18년 차가 되었다. 가지고 있는 국가자격증 중에서 젤 쓸모가 있다.

풀옵션 시승차였던 것을 구입 한 첫차는 20년이 넘었다. 5등급이어서 DPF 설치를 하느니 중고로 수원까지 가서 새로 가져왔었다. 1년 정도 탔는데 엔진에서 연기가 났다. 수리비가 300만 원이 란다. 작별을 고했다.


2월에 아는 지인이 차를 바꾼다고 해서 200만 원에 엎어 차는 검은색이다.

은색 차만 타다가 적응이 어려웠다.  차량 번호도 안 외워지고 매번 어디 있나 두리번거리기 일쑤였다.

나름 풀 옵션에 음악을 듣는데 음향이 좋았고 선루프도 있었다. 전 주인은 차를 사고 한 번도 열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작동하는데 우드둑 부서질 것 같은 소리가 다. 다행히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불안하다.

나는 잘 열지 않을 것 같지만 남편은 있는 건 써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남편은 작년에 새 차로 구입한 트럭을 타고 다닌다. 전기차를 살까 고민을 했었다. 언제 받을지도 기약이 없는 상태라서 가스 차로 구입했다. 주위에 전기차를 보면 힘이 없고 배터리 수명이 줄고 있다고 잘 산 거 같다고 말을 했다. 점점 더 좋아지겠지..

검은 승용차는 아이들 등하교와 마트, 여행용으로 사용 중이다.


여름에 돈을 좀 벌어서 가을에 차를 구입할 예정이다. 5인승 차는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장거리를 가기엔 너무 비좁다. 아이들이 이제는 나보다 더 크기 때문에 7인승으로 바꿀 예정이다.

차를 바꾸는 것도 계획이 필요하다. 다음 작기를  위한 유지 보수비와 땅관리를 위한 영양제 및 퇴비 비용, 모종 비용을 빼두어야 한다. 생활비와 비상시를 대비한 비용까지 챙겨 두어야 차에 투자할 수 있다.

올여름도 장기 휴가는 이미 반납 상태다. 틈틈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 주는 정도 일 것 같다.

언제쯤 돈 걱정을 안 하고 살까? 싶다.


검은 차에 별명이 생겼다. '범퍼카'..라는.

2월에 찾아온 독감은 정말 무서운 놈이었다. 일주일을 고통 속에 '악' 소리 나게 아팠다.

그 시작은 남편이었다. 학교 운영위원회 마지막 회식을 하고 돌아온 그날 저녁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얼마나 아픈지 거의 울고 있는 지경이었다. 해열제에 진통제까지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와서야 버틸 수 있었다. 작기가 시작된 초기에 손 가는 작업이 많아서 쉰다는 건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러다 남편이 나에게 전염을 시켰고 죽다가 살아났다.

그와 중에 아이들 등하교를 시켜줘야 했다. 차를 돌리다가 오른쪽 해드라트를 전신주에 긁었다.

검은 칠이 벗겨졌다.  이때를 시작으로 점점 펌퍼카가 돼 가고 있었다.


동생 친구가 일하는 가게에 놀러 가는 길에 사고를 쳤다. 골목이 좁아서 오토바이르 피하려다가 새워 놓은 택배 트럭을 긁었다. 뒤쪽 탑 틀이 찢겼다. 내 차는 오른쪽 문이 열리냐고 할 정도로 망가졌다.

다행히 태백 기사님이 좋으셔서 적당한 가격에 합의를 봤다.


남편은 안 다쳤으니 됐다고 하면서 차를 보며 "범퍼카야?"라는 한마디를 했다.

하우스 앞에 차를 세워 두니 지나가는 트랙터 대형화물차 들에 의해서 조금씩 상해 가고 있었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스트레스는 해롭다. 열받을 일은 다반사 이기 때문에.


하우스 앞에 주차를 해두고 일을 하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웬만하면 잘 안 받는데 작은 아이 학교에서 온 전화 일까 봐 전화를 받았다.

"0000 차주 맞으시죠?" 순간 뭐지 나 잘 못 한 거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며 가며 봤다며 자기는 차량복원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했다.

괜찮다며 조금 있다가 차를 바꿀 거라서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뭔가 찜찜했지만 나가 보지 않았다. 사람이 젤 무서운 거니까..

신종 사기 수범이 날로 진화를 하고 있어서 경계를 늘 하는 편이다.


나는 진짜 아무렇지 않은데.. 내 차를 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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