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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의투영 Aug 06. 2024

나에 삶의 조각들

34. 먹어치우기 프로젝트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반찬이나 국, 찌개등 먹을 만큼 한다고 하는데 거의 다 먹어가면

끝에는 애매하게 남아서 못 먹는 경우가 많았다. 끼니때마다 음식을 하기엔 하루가 너무 바빠진다.

보통은 하루 먹을 양의 음식을 한다. 예외의 경우도 있다. 소고기 뭇국이나 장어국, 육개장 같은 국류나 카레는 많을 양을 만든다.

국은 많이 만들어 얼려두고 하나씩 꺼내 먹고 카레는 10인분 정도 만드는데 이틀이면 없어진다.

남편은 카레를 들통에 만들어야 한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야채를 먹이기 위해서 만들기 시작했었다. 지금은 최애 메뉴 중 하나가 되었다.


카레에는 돼지 안심, 양파, 감자, 당근, 옥수수, 애호박,  양송이버섯을 넣어 먹는다.

여기서 한 두 개가 빠질 수도 있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돼지 안심에는 후추와 소금, 당근 양파 감자에는 소금만 넣어 재료 하나하나를 볶는다. 냄비에 모두 모아 옥수수와 양송이버섯을 잘라 넣고 카레를 푼 물을 부어 잘 저어 끓려 주면 끝이 난다. 눌러 붙지 않게 주의 해야 한다.


카레는 감자를 먹어 치우기 위해서 하기도 한다. 시어머니께서 올봄에 수확한 감자를10kg을 주셔서 엄마와 동생에게 나누어 주고 금방 다 먹을 수 있었다.

알이 작은 감자는 포슬포슬하게 쪄먹으면 일품이었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아이들도 너무 잘 먹는다고 말씀 을 드렸더니 10kg을 더 보내 주셨다.

얼른 먹고 더 가져가라는 시어머니.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감자 요리가 뭐가 있더라? 굽고 튀기고 볶고 찌고.. 휴 약간 물리는 감이 없지 않았다.

애써 농사 지어 주신 건데 버릴 수는 없다. 비도 오락가락하고 습하기 때문에 싹이 날까 봐 걱정도 되고 먹는다고 먹는데 양이 왜 안 줄어드는 것 같지? 일 년에 먹을 감자를 먹어치우는 기분이 든다.


가족들에게 먹어치우기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고생해서 키우신 감자를 한 동안 먹치워야 한다고..

다들 투지가 대단하다. 얼마나 된다고 남편은 큰 소리를 친다.


첫 번째 음식으로 감자튀김과 김치 감자전을 구워 먹기로 했다.

큰 감자들만 골랐다. 크다고 해봐야 작은 아이  주먹만 했다. 6개 정도 깎고 썰어서 소금에 절여 두고  3개 정도는 깎아서 갈아놓고 김치를 썰어 같이 섞었다.

김치, 감자 간 거, 부침가루를 넣고 약간의 숙성을 시켜준다. 썰어둔 감자의 물기를 빼고 쌀튀김가루에 살짝

묻혀서 튀겨 냈다. 바싹바싹하고 간도 딱이다.

냄새에 이끌려온 아이들이 감자튀김을 먹는 동안 감자 김치전을 구울 준비를 했다.

원래 계란도 하나 넣는데 마침 떨어져 버렸다. 없으면 없는 대로 노릇노릇하고 바삭하게 구워 냈다.

외출했던 남편도 돌아와 손을 씻고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산더미 같던 감자튀김이 없어지고 있었다. 쌀가루라서 고소하고 바삭한 건가? 손이 자꾸 가는 맛이라고 했다.

큰 아이가 산더미 같은 감자튀김을 보고 이걸 다 어떻게 먹어요?라고 했었다.

남편은 얼마 전 유럽을 다녀왔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독일의 농업 기술을 보고 공부하고 왔다.

농업 마이스트 대학에서 추진해서 가게 되었다.

네덜란드 맥도널드에서  먹었던 햄버거와 감자튀김은 최악이었다고 했다. 감자튀김이 벽돌 같았다고.

다시는 감자튀김 안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맛있단다.

감자 김치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했다. 집에 술이 없었다. 남편과 나는 술을 잘 먹지 못한다.

빨리 취하기 때문에. 남편은 그게 효율이 좋은 거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맛있는 술을 집에서 가끔 마신다. 캔하나로  얼음 채운 잔에 나누어 먹는 정도로도 기분은 좋아진다.

그다음 날 숙취는 없으니까..


아니~양이 많다고 타박하던 사람들 다 어디 갔나? 음식들이 바닥을 보이고  나는 얼마 먹지도 못 했는데..

아이들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마지막 남은 김치 감자전이 사라지기 전까지 남편은 젓가락을 들고 있었다.

나이 들수록 양이 줄어든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남편은 예외인 걸로..


하루 종일 앉아 있을 틈 없이 움직이는 사람이니까 잘 먹는 게 좋은 거다 생각한다.

가끔 말을 참 안 듣지만 말이다.


뭘 또 해 먹어야 하나? 검색을 해보니 감자 요리가 무궁무진하다.

감자 빵도 맛있을 것 같고 감자 치즈 그라탱도  있다. 호불호가 없는 감자스프도 있고

이 참에 감자 요리를 몽땅 해 먹어 봐야겠다.


요리는 인터넷으로 배우는 편이다. 친절하게 만드는 법을 적어 올려 주시는 분들께 참 감사함을 느낀다.

검색하면 안 나오는 것이 없다.


그때그때 재료를 먹을 만큼 사다 보니 냉장고 파먹기 하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하다.

뭘 그리 많이 쟁여 둘 것이 있나?

먹성 좋은 가족들이 쟁여 두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잘 먹는 것에 비해서 살이 많이 안 쪄서 다행이다.


감자 열심히 다 먹어 치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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