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여름 작기가 진행 중이다. 나와 남편 중 한 명은 농장에 남아서 물을 주어야 한다. 하루에 2~3번 정도. 식물도 너무 뜨거우면 잎이 쳐진다. 사람처럼 더위에 지친 것 같아 보인다. 수분이 충분하면 생생한 모습으로 웃는 것처럼 보이다.
수분 공급으로 사용되는 물양은 15톤 정도 된다, 날씨에 따라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열대식물들도 같이 키우다 보니 물이 쭉쭉 들어간다.
큰 나무 아래 있으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한 여름의 더위는 에어컨 말고는 식혀 줄 주가 없다.
큰 아이 방학이 너무 짧아서 뭔가를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바다에 한 번, 영화 한 편 본 게 다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일을 뜨거워지기 전에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누울 자리 밖에 안 보였다.
샤워를 하고 나와도 몸에 열기가 식지 않아서 집 밖으로 나서는 것조차 싫었다.
큰 아이는 나름의 여름방학을 보냈단다. 수채화에 관련된 서적을 사달라고 해서 보기도 하고 일러스트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연습을 했다고 한다. 한 달에 한번 있은 벌거벗은 한국사 독서 모임을 위한 책도 다 읽었단다.
자칭 역사 덕후인 큰 아이, 역사 토론을 좋아하는 남편 그들의 조력자인 나.
나는 역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모르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귀동냥을 가끔 한다.
개학을 하고 학교에 다녀온 큰 아이는 반 친구들이 가정학습을 신청해서 태국에 가거나 제주도에 간다고 했다. 부러운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렇다면 이틀 정도 시간을 내봐야 될 것 같다.
남편은 10일 정도를 유렵에 다녀와서 농장에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한다. 나도 나름 한다고 열심했구먼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전화를 해서는 물 줬냐는 말뿐이었다.
인스타에서 릴스를 보다가 부산해양 박물관에 가보고 싶어졌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주차비만 받는 단다.
동생에게 같이 가자고 전화를 했다. 날짜를 정하고 큰 아이에게 가정학습을 신청하라고 했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여행은 누구나 좋아하니까~
정보를 수집해 보았다. 수족관과 4D영상관, 해양도서관, 해양 관련 전시관등등 하루를 충분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물놀이를 가려고 했는데 변수가 생겨서 포기를 했다.
8시에 모여 동생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큰 조카는 9살 작은 조카는 7살이다. 장거리를 가야 해서 작은 조카는 유치원에 보내고 다녀오기로 했다.
작은 조카는 큰 아이를 좋아했는데 좋아하는 표현이 형을 놀리거나 괴롭혔다. 귀엽기는 하지만 좀 안쓰럽기도 했다.
오랜만에 온 부산은 역시 길이 복잡하다. 고가도로 진입부터 차선 바꾸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영도 쪽은 처음 온다. 바닷가 쪽으로 왔다고 해양 관련 공공기관들이 많이 보였다. 여기서는 농협을 많이 보는데 부산에서는 수협이 많이 보였다.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다시 도로 타고 싶어졌다. 부는 바람마저도 후끈하다.
건물을 들어서는 순간 여기가 천국이지 싶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추워졌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10시 30분에 물고기 밥을 준다고 해서 부랴부랴 3층으로 올라갔는데 물고기들이 빙글빙글 도는 걸 보니
위쪽에서 먹이를 주고 있는 것 같았다.
11시 30분에 아쿠아리스가 손으로 물고기 밥 주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시간이 남아서 전시관들을 구경했다. 옥토넛을 좋아했던 아이들은 물고기 이름을 잘 맞췄다. 나는 왜 생각이 안 나는 건지..
걸어 다니는 사전들이 옆에 있어서 즐거운 관람이었다.
항해관에서 봤던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실제 모형으로 만든 배도 보고 거북선도 보았다.
11시 25분에 수족관으로 돌아오니 벌써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뒤쪽에서 서서 보려고 했는데 진행자분이 앞에 앉아도 된다고 해서 제일 앞쪽에서 보게 되었다.
아쿠아리스트를 불러 볼까요? 아쿠아리스트 나와주세요를 외치고 위에서 먹이통을 들고 나오신 아쿠아리스트 옷과 메고 온 통을 설명해 주었다. 등에 메고 있는 것은 이름이 무엇일까요? 모두 산소통을 외쳤지만 아쉽게도 공기통이라고 했다. 또 하나 배운다.
메인 수족관을 돌아다니는 가오리가 2마리인 줄 알았는데 밥 먹을 때만 나타나는 1마리가 있었다.
표범상어 한 마리와 여러 가지 물고기들 아쿠아리스트 쪽으로 모여드는 게 장관이었다.
가오리 밥 주는 게 마치 아이에게 엄마가 입가까이 가져가 먹여주는 것 같았다
등을 두드리고 입 쪽으로 손을 뻗어 입 앞으로 가져다주면 오물오물 먹었다.
몇 번을 봐도 신기하고 귀여웠다. 큰 물고기 위주로 밥을 줘야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지 않을 것이다.
점심을 먹기 전에 4D예약을 먼저 해두었다.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미리 예약하고 식당에 갔는데
아직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편하게 점심을 먹었다.
돌솥비빔밥, 돈가스, 떡볶이, 김밥 메뉴는 제각각이지만 만족스러웠다.
밥 먹었는데 후식이 빠지면 쓰나.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어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나무 그늘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먹었다. 아이스크림과 함께 사람도 녹아 버릴 것 같아서 박물관으로 뛰어 들어갔다.
음식물 반입금지라서 아쉽지만 공공장소인 만큼 이해가 되었다.
해양도서관 구경을 하고 4D영상관으로 가서 대기하다 들어갔다. 안경을 하나씩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아서 영상을 관람하는 동안 상어가 눈앞에서 입을 벌리고 오는 것에 놀라고 의자가 덜컥 움직여서 또 한 번 놀랐다. 큰 아이는 영상은 괜찮았는데 의자의 움직임이 허리를 아프게 해서 별로였다고 했다.
해양박물관 관람이 끝나고 온 김에 태종대에 가보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주차장에서 내리는 순간 후회를 했다. 도저히 걸어서 구경할 자신이 없었다. 땀이 비 오듯 흐르는데 싸우나 가 따로 없다. 다누비 열차가 있다고 해서 걸어가는 동안 유람선을 타라고 호객행위를 하시는 분들을 여러 번 만났다. 매표소까지 대략 5분 정도 걸어가야 했고 오르막 길이었다.
18분마다 운영되는 다누비 열차 곧 들어온다고 해서 표를 사고 바로 줄을 섰다.
시원하게 한 바퀴 돌겠다고 생각했는데 에어컨이 안된다고 쓰여 있다. 사람들로 가득한 열차 안 좁은 창문.
부는 바람마저 미지근하다. 전망대에 내려서 음료를 하나 사서 아이들과 마시며 바다를 바라봤다.
바다는 예뻤고 유람선 2대가 움직이고 있었다. 조카가 타고 싶다고 했지만 시간이 촉박했다. 작은 조카를 유치원에 보내고 왔기에 5시까지 데리러 가야 했다.
전망대에서 18분을 기다리면 다누비 열차를 다시 탈 수 있다.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걸어서 2분 걸린다는
등대로 가는 도중에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간 동안 동생이 아이들을 데리고 등대를 보러 갔다.
작은 아이는 가기 싫은지 가다가 돌아와 화장실 앞에 서 있었다.
5분 뒤 큰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오지 마세요. 너무 덥고 힘들어요."
나무 그늘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저 멀리서 큰 아이가 헉헉 거리면서 오고 있었다.
가을에 왔으면 좋았을 텐데 걷고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인데 오늘은 숨만 쉬어도 덥다.
커피 보충이 필요 한 순간이다. 피로가 급 느껴진다. 다누비 열차를 다시 타고 종점으로 돌아왔다. 차라리 미디어 아트나 보러 갈걸 후회를 했다.
한 시간에 10만 원을 태워하는 생각에 태종대로 왔는데 잘 못 된 선택이었다.
작은 조카를 유치원에서 데리고 나와 우리는 카페에서 빙수를 먹었다. 나는 커피 보충을 위해서 초당 커피를 시켰다. 옥수수맛이 나는 커피 색다르고 맛있기는 했는데 다시 시키지 않을 것 같다. 가격이 비싸다.
요즘 빙수 값이 이렇게 올랐는지 몰랐다. 한 끼 밥값정도 되는데 지갑에서 돈이 줄줄 센다.
나가면 다 돈이네.. 하루도 어영부영지나 갔다.
다음 날..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김해 왕릉에 가본 적이 있었다. 김해가야박물관이나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 가보자고 동생이랑 이야기하다가 10시에 시작이라고 다른 곳 먼저 갔다가 가자고 했다.
국립김해박물관을 젤 처음가게 되었다. 입장료 주차료 모두 무료라서 좋았다. 주차하는 곳에 나무가 많아 그늘이라서 더 기분이 좋았다.
박물관 입구가 낮은 경사가 있는 언덕을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건물 안이라서 시원했다. 사람도 많이 없고 아이들이 질문을 많이 해도 눈치를 보지 않았다.
꼬맹이 조카들은 신기해하기도 하고 지루해하기도 했다. 가야 문화에 관련된 전시다.
토기들과 여러 가지 도구들의 변화 장신구 등등 흥미로웠지만 작은 아이는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걸 싫어했다.
간단하게 이름과 설명을 조금씩 해주었다. 듣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장신구들이 있는 곳에서는 눈이 빛나기도 했다.
옆에 어린이 박물관도 있었는데. 조카들이 놀기는 좋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입장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다.
키즈카페의 박물관 버전인데 공간도 작았다. 유아나 초등저학년 정도 올 수 있을 것 같다.
큰 아이는 조카들과 잘 놀아 주었다.
두 번째로 이동 한 곳은 30분쯤 걸리는 김해 와인동굴로 가기로 했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6차 산업을 꿈꾸는 내게는 선진지 견학 같은 곳이었다. 20 억지원 받아 만든 곳이다. 와인을 만들고 그곳을 관광지로 만든 곳이다. 예전에는 기차가 다니던 터널이었지만 지금은 갤러리와 포토 스폿처럼 꾸며 놓았다.
김해는 산딸기가 많이 나는데 소비가 다 되기 전에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워 와인을 계발했다고 들었다.
기차를 카페로 개조한 곳에서 아이들과 파르페와 산딸기 유기농 아이스크림, 아메리카노, 크로무슈를 먹었다.
와인 동굴을 구경하기 앞서 달달 구리로 시작하니 아이들에게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주차장에서 걸어오는 동안은 모두 비실비실 여기는 또 왜 가는 거야 투덜투덜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동굴 안은 시원했고 걸어가는 동안 볼거리가 꽤나 다양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가다 보니 이동 속도는 느렸지만 다들 즐거워 보였다. 테마도 다양하고 그림과 조형물들도 다양했다.
뛰어다녀도 뭐라는 사람도 없고 고삐 풀린 망아지들 같다고 할까~ 돌아 나오는 길에 냉동 산딸기를 사서 나누어 먹고 아쉬움을 달랬다.
시간이 1시 30분 정도 되었는데 집으로 돌아가기엔 이른 시간이었다. 가정학습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집에 가자고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마음은 이미 침대에 누워있지만..
검색하다 보니 가까운 거리에 민속박물관이 있었다. 39분 정도 걸렸다.
주차장이 복잡하다고 했다. 그래도 차 두대 될 자리는 있었다. 박물관은 그리 크지는 않았다. 1층에는 생활 용품들과, 농기구, 혼례복, 우리나라 전통 악기 등등이 전시되어 있다. 지폐로 된 500원과 100원도 있고 큰 아이는 신기해서 사진도 찍었다.
2층에는 가구들과 사랑방, 안방, 부엌이 있었고 탈곡기와 농기구, 장독, 창고, 변소등도 있었다.
큰 아이는 디주를 찍어 단톡방에 보냈단다. 이게 뭐게? 쌀 담는 거, 세자를 가두는 곳이라는 답과 함께 세전 함이라는
답이 왔다고 한다. 역사에서 잊힐 수 없는 디주 인가보다..
1층 책꽂이에서 큰 아이가 책을 하나 꺼내 왔다. 세계국기가 가득한 표지의 책을..
그리곤 질문을 시작한다. 어느 나라 국기일까요? 중국, 일본 , 캐나다, 영국, 브라질까지는 알겠는데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남아공, 몰디브 등등 국기는 처음 보는 것들을 잘 알고 있었다.
외우기도 힘든데 어떻게 구분하는 건지.
역사를 좋아하면 가능 한가? 세계지도를 그리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작은 섬나라들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1000피스짜리 세계지도 퍼즐을 사준 적이 있었는데 같이 맞추자고 해서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적이 있다.
바다는 그냥 파란색이라 특징도 없고 그걸 작은 아이가 합세해서 둘이서 맞추어 내기도 했었다.
중간에 먹은 간식으로 인해서 3시에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2일간의 가정학습이 끝이 났다. 아이들에게 어땠냐고 물어봤다. 알차고 좋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어디를 가야 하나 생각이 든다.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 나에게는 피로감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