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작기도 끝이 났다. 고생한 거에 비하면 남는 것이 없는 적자다. 이제 철거만 남겨 둔 상태다.
작은 아이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일어났다. 주말은 몸이 먼저 아는 것 같다.
침대에 한 몸이 되어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학교에서 15일 전에 학생검진을 끝내라고 문자가 주기적으로 오고 있었다.
토요일 8시 50분 병원에 도착했다. 4년에 한 번 학교에서 학생 건강검진을 하라고 하기 때문에 익숙해졌다. 매번 같은 곳에서 하기 때문에 긴장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름 서둘러서 집을 나섰는데 접수를 하기 위한 대기실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기 번호는 61번 학생검진은 문진표 받는 곳이 따로 있어서 키랑 몸무게를 재고 작성하면 된다.
번호가 뜨면 문진표를 제출한다. 앉아서 기다리면 이름을 불러 준다.
계속 줄지어 들어오는 사람들 웅성웅성 소리로 가득해졌다. 자기 이름을 불러도 휴대폰에 집중해서 못 듣는 사람들도 있었고 같이 온 사람과 이야기를 한다고 못 듣기도 했다. 접수하는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 걸렸다. 이름이 불리고 검사실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혈압을 재고, 청력 검사, 시력검사를 하고 나면 문진 표를 들고 다음 검사실로 갔다. 가운으로 갈아입고 엑스레이를 찍고 소변 검사 후 의사 소견을 듣고 끝이 났다. 20분도 안 걸린 거 같다. 10시에 병원에서 나 올 수 있었다.
아침을 먹지 않아배가 고파서 편의점으로 갔다. 수박바와 딸기 우유를 사달라고 했다.
수박바가 1+1이라서 내가 하나를 먹기로 했다.
원래 오늘 일정은 하우스를 철거를 하려고 했었다. 미루고 미루어 두었던 일을 먼저 해야 될 순 간이었다.
이번 주가 지나가면 학교에서 전화가 올 것 같아서. 마음을 놓아 버린 건지 5시 알람 소리도 듣지 못했다.
손이 알아서 꺼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10시가 넘어 버린 이 시점에 하우스 안으로 들어간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이들과 남해 바다로 물놀이나 하자고 했다.
남해의 한적한 바다 여기는 우리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물 만나 물고기 같은 남편과 두 아이는 출발 전부터 수영복 차림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나 찾지 마" 저녁거리 잡으로 간다며 신랑은 스노컬장비를 챙겨서 바다로 뛰어들어갔다.
곧이어 큰 아이도 스노클장비를 챙기고 노란 오리발을 신고 바다로 들어갔고 작은 아이도 노란 대형튜브를 챙겨 오빠를 따라갔다.
나만의 자유 시간이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
나무와 산 그늘이 내려앉은 곳에 돗자리를 펴고 아이스박스와 수건 책, 휴대폰 연동 키보드를 챙겨 본격 적으로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바다풍경 사진을 찍어서 지인들에게 한 장씩 카톡으로 전송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반응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시켜주고 파도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서 기분이 좋다.
책을 보다가 남편과 아이들이 뭘 하나? 보기도 하고 하나둘씩 늘어 나는 사람들 구경하기도 했다. 지금은 물이 빠지는 시간 간조이다.
청각을 줍는 사람들도 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차에서 내렸다. 스노클 장비로 풀세팅을 한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동호회에서 온 것 같다. 설명을 해가며 서로를 챙기고 잘 따라 오라며 선두로 가는 사람도 있다.
양식장이 가까운 곳이라서 멀리 나가지는 못 하지만 재미있어 보였다. 멀리서 보면 한 무리의 돌고래 같아 보이기도 했다. 저 멀리 어선도 보이고 유랍선도 지나간다.
패들보드를 타는 사람도 있고 카약을 타는 사람도 보인다. 모터보트나 수상 오토바이도 타고 바다를 달리는 사람들 나름의 방식으로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파도가 높은 곳이 아니라서 서핑하는 사람들은 보기가 힘들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거제에 놀러를 많이 갔었다. 부산 해운대만큼 파도가 치기 때문에 서핑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곤 했었다.
남편과 아이들은 골뱅이와 꽃게를 잡을 거라고 했는데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 참을 물속을 드려다 보면서
찾아 헤매는 것 같았다. 작년 여름에는 아이들이 즐길 만큼 잡아서 꽃게 된장찌개와 골뱅이 무침을 먹었다.
김장에 넣을 청각도 주워다 많이 말렸다.
사람이 적은 곳이었는데 입소문이 많이 났는지 한해 한해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바다 주변에는 펜션이 몇 채 있긴 하지만 그리 크지 않았다. 오래된 터주대감 같은 펜션에 작년에 묵었는데 가격이 싼 만큼 세월이 느껴졌다. 바다에서 놀고 나면 물기만 닦고 집에 가서 씻거나 물을 가지고 다녀야 했다.
화장실도 없다. 오래된 펜션에서 야외 샤워 시설을 운영하기도 했었는데 일력이 부족해서 그마저도 없어졌다. 나이가 많으셔서 모든 걸 다 하기엔 힘이 든다고 하셨다. 남해군에 요청을 해봤지만 관리해야 하는 곳이 많아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나마 안전요원 한 분이 지키고 계셨다.
멀리 가면 호루라기를 불어서 나오라고 소리를 치시거나 주위를 항상 둘러보고 계셨다.
글을 쓰고 있는 동안 갯강구 녀석이 발가락을 물었는지 따끔하다. 딱 걸린 녀석을 부채로 쫓아 버렸다.
주위로 몇 마리가 빠르게 지나다니고 있다. 남편이 뭔가를 잡았는지 분주하게 큰 아이를 부른다.
작은 아이는 그 근처에서 신나게 물장구를 치고 여유로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해파리가 없어서 다행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해파리들이 밀려와서 아이들이 따갑다고 했었다.
뭘 잡았는지 저 멀리서 망주머니를 들어서 흔들어 보인다. 나도 응대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작은 아이는 오빠와 아빠를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물도 뿌리고 장난도 치고 있었다.
2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열심히 놀아서 힘들었는지 남편이 물 밖으로 나왔다. 작은 아이에게 나오라고 불렀다. 큰 아이는 뭔가 아쉬운 듯 물밖으로 나오고 휴식을 가졌다.
물이 너무 짜다며 남편은 생수로 입을 헹구고 아이들도 따라 했다. 황도 복숭아와 요거트에 과자가 들어 있는 것을 차례로 먹으면 잡은 것을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