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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Aug 20. 2023

나에 대한 고찰

06. 에세이 수업 2(퇴고를 배우다)

 토요일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번개가 어찌나 많이 치던지 집이 부서질 것 같았다.

아이들은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다. 천체투영관에 가자고 했었는데 비도 오고 번개가 겁이 나서 깨우지 않았다. 빗소리에 시원할까 해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뜨겁고 습한 공기에 숨이 막히는 것 같다.

에어컨을 틀지 않고 보내는 여름은 상상하기가 싫다. 결혼하기 전에는 더위도 많이 안 타고 땀도 거의  흘리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체질이 많이 바뀌었다. 몸무게도 고무줄 마냥 늘었다 줄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오늘이 딱 그날이다. 비 오니까 몸도 무거운 느낌이 든다. 엄마라는 자리는 그럴 수가 없다. 주말엔 세끼를 준비하고 아이들 틈새 간식도 챙겨줘야 한다.

한 번쯤 안 챙겨주고 나 몰라라 하고 싶지만 오전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밤늦게 까지 일이 늘어진다.

밤은 나만의 시간이다. 모두가 잠든 시간 그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는 않다.


오늘은 2주에 한 번 가는 도서관 문화수업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나의 첫 어세이 쓰기' 5번째 시간.

나는 이 시간을 기다린다. 막막한 글 쓰기에 한 줄기의 빛 같은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강의하시는 작가님께 내 글을 보여주는 게 좀 부끄러웠다. 다들 너무 재미있게 쓰시고 유쾌해 보였다. 내가 쓰는 글의 주제가 조금 무겁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와 같은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딴 세상의 이야기 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쓴 글들을 퇴고하는 법을 배웠다.

*소리 내어 낭독해 보기.

*글을 다이어트한다는 느낌으로 중복되는 어휘 제거

*같은 단어를 유의어로 찾아서 표현해 보기.

*접속사 난발 주의(그래서, 그러나, 그러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의 다 변화(그, 그녀).

*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쓰기(숨 쉬는 공간 필요).

*어려운 단어보다는 읽고 이해하기 쉽게 쓰기.

*맞춤법 검사하기


더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잘 안 난다. 퇴고를 많이 하는 것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나는 아니오라는 대답을 했다. 써 놓은 글을 읽을 때마다 다시 고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글이 30~50편 모일 때까지 퇴고를 적당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쓰기에 집중을 해보고 싶은데 자꾸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생각들이 방해를 한다.

의식에 흐름대로 글을 쓴다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나중에 고치 더라도 쭉쭉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글이 잘 써지는 날도 있긴 하다. 단어 하나에 사로 잡혀서 너무 어렵나? 없어 보이나? 이런 생각에 쓰던 글을 멈춰 버린 경우도 있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나는 책을 편식한다.

뭔가가 궁금할 때 그와 관련된 책만 본 다든가.. 마음에 드는 작가 책을 발견했을 때 그 작가의 책을 모두 찾아본다. 내 책장을 보면 나는 어떤 것에 빠져 있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작은 아이가 자폐라는 것을 알 게 되었을 때 그에 관련된 언어 발달과 발달장애라는 책 등을 찾아서 읽었다.

어느 해는 리본 아트에 빠져서 사이트를 다 뒤져 잘 만들어진 사진을 보고 연구를 하거나 관련 책들 모두 사서 만들어 보기도 했다. 광기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소설책이나 에세이도 하나씩 사서 보고 있다. 브런치에 구독해서 읽기도 하는데 어려운 말과 단어들로 써진 글은 깊게 읽지 못하고 쓱 지나갔다.

지식으로 알고 있으면 좋을 수도 있지만 거기에 까지 신경을 쏟고 싶지는 않았다. 잘 읽어지는 글이 좋다.

어려운 말은 있어 보 일 수는 있는데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퇴고를 거친 글을 마주 앉은 분과 바꿔서 읽고 독자로써 의견을 나누는 시간.

나는 집중하지 못했다. 계속 읽고 또 읽어 어떤 말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경험해보지 않은  내용이기도 하고 문장은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감정표현이 좀 더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나의 글에도 의견을 주셨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방향성이 자꾸 아이들과 연결되어 있다 보니 나에 대한 고찰이지만 별난 엄마와 별난 아이 둘처럼 되어 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한 번에 여러 글을 써낸다는 것은 자칫하면 두 개다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을 들을 때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이해가 되는 듯하다가도 집에 와 컴퓨터에 앉으면 백지가 되는 기분이다. 에세이 수업이 2번 남았다. 도서관 예산이 남아서 우리가 쓴 글을 모아서 책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모두 1편씩 글을 써서 내게 될 것 같다. 기대가 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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