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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Aug 22. 2023

나에 대한 고찰

07. 나는 왼손잡이다.

 어릴 때 밥상 앞에 앉기가 두려웠다. 밥을 먹기 위해서 숟가락을 쥐는 손은 항상 오른손 이어야 했다.

나는 왼손잡이로 태어났다. 본능적으로 먼저 나가는 손은 왼손이다.

부모님은 왼손잡이로 낳아 주셨으면서 오른손을 사용하게 훈육하셨다. 그래서 나는 먹고살기 위해서, 집에서 덜 혼나기 위해서, 오른손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을 하며 살아왔다.

나는 사실 그 덕에 양손잡이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밥 먹을 때와 글을 쓰기 위해서 연필을 잡을 때를 제외하고는 왼손을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오른손으로 글을 30년 넘게 쓰다 보니 왼손으로 글씨를 쓰지 못 하지만 야채를 썰거나, 가위를 사용하거나, 라켓을 잡을 때 왼손을 사용한다.

오른손을 쓸 수도 있지만  왼 손보다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7살에 바쁘신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과 사과를 깎아서 먹으려다 손을 깊게 베였다. 오른손 중지에 흉터가 깊게 남아 있다.  그때부터 엄마께서 왼손으로 하니까 어설프지라는 말을 하셨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차이는 손만 바꿔 쓰는 게 아닐까? 어떤 손을 사용하던지 그게 꼭 중요한 걸까?

상대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닐 것 같은데.. 왜 항상 지적을 당하는 건지 모르겠다.

왼 손이 그렇게 어설퍼 보이나?


결혼을 하고서 시댁에서 맞는 첫 명절이었다. 수육을 썰라고 하셔서 칼을 왼손으로 잡는 순간 큰 숙모님께서 '왼손잡이야?'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이리 내라 하시면서 칼을 가져가셨다.

내가 뭘 잘 못 한 건지 모르겠다. 왼손잡이가 그렇게 죽을 죄인가? 아니면 관섭을 하고 싶으신 것인지.

그곳에 있는 모두 다 아무 말이 없었다. 당연하다는 것일까?

나는 좀 예민한 편이긴 하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기에도 인생은 길지 않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굳이 싫은 것에 꾹 참는 바보로 살고 싶지 않다.

부당 한건 부당하다고 말하고 싶다. 스트레스받으면서 내 수명을 단축시키기는 싫다.

시댁에서는 막내지만 나는 막내로 산 적이 없다. 집안 행사에서 내가 해야 할 몫은 다 했고 아무도 부정하지 못했다. 좋은 며느리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해야 할 일은 해 놓고 내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중학교 때 엄마께서 비닐하우스 보온재를 연결해 주는 바느질을 하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오른쪽 팔을 다치셨다. 늘 오른손만 사용하셔서 왼손으로 하는 것이 서툴렀다.  식사 준비를 할 때나 밥을 먹을 때 많이 힘들어하셨다. 숟가락 포크 겸용을 사 오셔서 사용하셨다. 버스를 탈 때가 특히 힘드셨다고 했다.

많이 느끼신 모양이다. 왼 손을 쓴다고 혼낼 것이 아니라 양손을 번 갈아 쓰게 가르쳐야 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미안했다고 왼손도 쓸 줄 알아야 하는 것이었다고 하셨다. 그 시간들은 힘이 들었다. 밥을 먹기 위해서 부모님 눈치를 보며 밥 상에서 눈물을 많이 흘렸으니까. 뭐 다 지나간 시간들이라 지금은 웃으면 말할 수 있다.


봉사 활동에서 무를 썩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여러 명이 모여서 무를 써는데 한 명이 '왼손잡이야?' 한다.

나는 왜 그런지 안다. 자기랑 손이 다르니 또 어설프게 느끼는 거겠지. 쓴웃음을 짓는다.

칼 질을 하고 있으면 쳐다보는 사람이 몇몇 분 계신다. 다 같은 생각이겠지.

왼손이 뭐가 어떻다는 건데. 칼 질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나는 일부러 다 들으라고 '예쁘게 잘 썰었죠' 했다. 멋쩍은 듯 '그렇네 얇고 반듯하게 잘 썰었네'라는 말이 돌아온다. 일 못해서 지적받는 건 서럽지 않다. 그건 더 노력하면 된다.

왼손잡이라서 어설플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 았으면 좋겠다. 여태 왼손잡이라서 불편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한 번은 양발 운전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양발로 운전하는 것은 위험 한 행위이니 당장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 나는 양발 운전자 중 한 명이다. 1종 보통 수동으로 면허를 땄지만 오토 운전을 15년째 하고 있다.

수동 운전은 양발 모두 사용해서 운전을 하면서 오토는 왜 오른발 하나로 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일까?

양발 운전도 훈련이 되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처음부터 브레이크는 왼발 엑셀은 오른발이

담당하게 길들여져 왔다. 그래서 그게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사실 위급 순간에 왼발이 먼저 나가므로 그게 더 편했다. 그렇데 대화를 하다 보니 자꾸 이상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게 된다는 게 신기하다는 둥, 너무 위험 행동이라는 둥, 당장 고치라는 말을 했다.

15년을 그렇게 운전해 왔는데 어쩌라는 건지. 나는 고치지 않을 거다.

무사고로 잘 지내고 있고 아이들을 태우고 어디든 잘 다니니까. 그런 걱정은 접어 두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에서 젤 쓸데없는 것이 남 걱정이라고 했다. 나만 좋으면 된 거지. 굳이 남의 의견에 맞춰가야 할까?

이보게 친구 넌 니 걱정이나 해.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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