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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Aug 30. 2023

나에 대한 고찰

08.  농부가 되는 시기가 왔다.

 가을, 겨울, 봄 세 계절을 농부로 살고 있다.  입추를 지나 처서도 지나 버렸다. 여름의 무더위도 한풀 꺾여가고 있는 듯 하지만 한 낮은 아직도 뜨겁다.

농사는 시작되었다. 650평의 하우스에 오이맛 고추 모종을 심었다. 친환경 무농약 애호박 농사를 8년씩이나 했다. 고추 농사에 비해서 손도 많이 가고 쉬는 날이 없었다. 날씨 영향 또 한 많이 받는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 주기 위해서 선택한 농사였는데 얽매여 더 바쁜 날을 보내야 했다.

애호박 농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알러지있었다. 애호박 줄기와 잎에는 가시들이 많이 있다. 긴 옷을 입고 장갑을 끼고 일을 해도 목부터 팔 손등이 가렵고 퉁퉁 부었다. 겨울이라 이불을 덮고 자고면 열기로 더 간지러워 잠도 자기가 힘들었다. 병원 가서 알러 주사도 맞고 겨우 버텼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었다. 남편과 둘이서 하기 때문에 일꾼은 없다. 다른 사람에 비해 600평 작은 평수로 시작을 했기 때문이다.

고추농사보다 주기가 짧고 바이러스 때문에 작기가 빨리 끝나버려서 여름 농사를 해야만 했다.

오이맛 고추로 품목 변경을 결심하게 되었다. 부모님께서 농사를 하셔서 국민학교 2학년 때부터 고추를 땄다.(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넘어가는 시기)

겨울방학은 학교를 안 가서 좋을 줄 알았는데 늦잠도 못 자고 일찍 일어나 하우스에 가야 했다.

부모님은 일을 하셔야 했고 밥을 챙겨 주로 오실 여유가 없으니 함께 동행해야 했다. 용돈도 주시겠다고 했지만 받은 기억이 없다. 엄마께서 입혀주고 먹여주는데 그걸로 만족하라고 했다. 그때는 그게 서운 했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부지런히 일해도 손에 쥐는 건 고만 고만했고 열심히 저축해서 집도 사야 했다.

남의 눈치 보면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테니..


오이맛 고추 모종을 심고 매일매일 돌아보면서 관찰하고 물이 부족한 곳은 없는지, 쭉 바르게 자라고 있는지,

상태가 나쁜 것은 바로 교체해 주어야 한다.

작년 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난방비가 몇 배는 더 들었다. 농작물 시세에 비해서 농민들 손에 남는 건 거의 없었다. 일꾼들 월급 주고 간신히 버텨내다가 포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겨울 동안 버는 돈은 작기를 시작할 때 드는 비용을 지불하고 봄에 버는 돈이 농민들의 몫이 된다.

난방비가 들지 않고 물량이 늘어나는 봄을 우리는 기다린다. 그때도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닌다. 모든 작물의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시세는 떨어진다. 품질로 승부를 봐야 한다.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것은 참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일반 간행 농사에 비해서 품질이 좋지 않다.

시중에 판매하는 농약으로 해충들을 잡을 수 있지만 무농약은 친환경제제를 사용한다. 농약보다 배로 비싸고 효과는 떨어진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나방 애벌레를 손으로 잡아야 했다. 처음에는 징그러웠는데 이제는 별 감흥이 없다. 없애 버리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되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 곤충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품질이 좋은 친환경 농산물을 원한다. 그러기엔 깨끗하고 품질이 좋은 농산물은 양이 적어 가격이 비쌀 수밖에었다. 여름에 노지 텃밭을 하다 보면 약을 안치면 먹을 것이 많이 없다. 여러 가지 병충해와 벌레들이 다 먹어 버린다. 총채 벌레의 공격으로 고추 꼭지 상태가 나빠진다. 꼭지를 먹는 것도 아닌데 고추가

멀쩡해도 나쁜 품질의 농산물이 된다.  친환경 업체에서 수거를 해가지 않아 반은 버려진다.

가족들과 이웃 주민들과 나눠 먹는 것도 한계가 있다. 몇 번이나 친환경을 포기하고 농약을 칠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한다. 간행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작년 겨울에 평균의 2배를 벌었다고 했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앉아서 울어야 했다. 누구를 위한 건지 잘 모르겠다. 농약도 저농약으로 친환경 못지않게 분해도 빠르고

효과도 좋다고 한다. 이 참에 때려치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10년 넘게 친환경 농사를 으면서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다시 시작된 작기에 걱정반 기대반이다. 매번 농사는 확률 싸움이고 도박이다. 어떤 작물이 시세가 좋을지 모르니 선택에도 신중을 기해야 된다. 하지만 우리는 정해져 있다. 친환경 업체와 거래를 하기 때문에 항상 같은 것을 한다. 애호박에서 오이맛 고추로 바뀌었지만 고정으로 가야 한다.

시세 변동에 울고 웃겠지만 또 열심 달려 봐야 한다.

650평을 시작으로 9월에 1200평 연동 하우스에도 모종을 심어야 한다. 이제 많이 바빠지겠지만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어제 보다는 나은 내일을 꿈꾼다. 비가 많이 오는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어나 몇 자 적어본다.

곧 아이들을 깨워 등교를 시켜야 하는 시간이다. 오늘도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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