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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Sep 06. 2023

나에 대한 고찰

09. 나의 하루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졌다. 가을이라는 느낌이 피부로 와닿는다.

22도의 쾌적한 온도가 움직이기 딱 좋다. 한 낮은 아직도 30도를 향하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된다.

뜨거운 날들 에어컨 아래 뒹굴 거리던 게으름도 아직 버리지 못했는데 벌써 피곤해지는 것 같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나면 오이맛 고추를 심은 하우스를 한 바퀴 순찰한다.

물이 부족 한 곳은 없는지, 부는 바람에 허리를 꺾고 있지는 않은지, 벌레들이 괴롭히지는 않는지 세심한 손 길이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10시를 넘어 서면 하우스 안은 한정막이 된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어김없이 땀은 눈으로 들어와 눈이 따갑다. 오늘도 머리에 동여 멜 손수건을 챙기지 않았다. 일을 시작하고 땀이 난 후에 생각이 나는 건지 모르겠다.

항상 시간에 쫓겨 다니는 기분이다.  내 하루는 정해진 시간에 스케줄 들로 빠듯하게 흘러간다.

여유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알고 할 일들이 생겨 난다.

엄마의 호출, 시어머니의 호출 어디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휴대폰은 알람시계에 더 가깝다.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알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에세이 수업도 막바지 한 번을 남겨 두고 있다.  같이 수업을 들으시는 분들과 공통의 주제로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준다고 했다. 예산이 적어 어떤 책으로 만들어 질지는 모르겠지만 기대가 된다.

등록번호(ISBN)도 신청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한 편의 글과 작가 소개를 적어서 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다.

모두 글을 너무 재미있게 잘 쓰셔서 좋은 책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라 강의하시는 작가님의 조언을 참고해 고쳐보고는 있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리 내어 읽어 보고 어색한 부분을 고치고 오타 체크도 했다.

밤이나 새벽에 글을 쓰면 그나마 잘 써지는 것 같다. 일이 시작되고 잠깐 누워서 쉬고 써야지 했지만 눈을 뜨면 아이들 깨워 학교에 보낼 시간이다.

몸에도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을 꼭 해야 한다. 몸도 깨우고 정신도 깨우고

뻐근 함을 날려 버려야 삐그덕 거리지 않는다.

오랜 습관이 되어 스트레칭을 하지 않은 날은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와 약간의 스트레칭이 다이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생각한다.

주로 서서 일을 하다 보니 다리가 붓거나 발목이 아프다. 발목 보호대는 이제 필수 품이 되었다.

발목 강화 운동을 하겠다고 품절 대란이었던 운동기구를 한 달을 기다려 구입했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2번 쓰고 구석에 넣어 뒀다. 구석에 있지만 존재감이 강하다. 어서 운동해야지라는 신호를 주지만 침대로 가서

조금만 쉬 고를 외친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이제는 조금 지친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을 위해서 많이 달리기는 했다. 그 성과들이 하나씩 빛을 발하고 있어서 기쁘기도 하다.


문득 손을 씻다가 거울을 봤다. 눈가에 주름과 흰머리가 많이 늘었다.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다.

어릴 때는 동안이라는 말도 말이 들었는데 이제는 내 나이만큼 보이는 것 같다.

친구들과 술 마시러 가면 항상 민증을 보여 달라고 해서 귀찮고 싫었는데 이제는 그때가 그립고 서글퍼지는 것 같다. 그 친구들은 다 뭐 하고 살고 있으려나? 친한 친구들도 다들 각자 살기 바빠서 가끔 전화로 안부만 묻는다. 나는 결혼을 일찍 한편이라서 아이들이  친구들에 비하면 많이 크다.

육아에 치쳐서 힘든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그땐 그랬지.. 하며 피씩 웃는다. 미혼이라서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이제는 공동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지는 것들, 자연스러운 결과물들 그 속에 하루는 또 쉼 없이 흘러간다.

오늘도 달리고 달리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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