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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Sep 14. 2023

나에 대한 고찰

10.  농부로 산다는 건 쉽지 않다.

 요 며칠 늘어난 일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는 것 같다.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점을 말해 보자면 보통의

사람들은 농사를 우습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농사짓는 사람들은 무식하고 할 것이 없어서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농사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은퇴하면 농사나 지어야지, 스트레스받아서 회사 때려치우고 농사나 지을까?, 야 너는 농사 지으니 직장 상사도 없고 스트레스 안 받아서 좋겠다.라는 등등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해봐야 알기 때문에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다.

종종 하우스 한동  얼마 하는데?라는 질문을 받는데.. 네가 살고 있는 아파트 한채 값이 얼만데?라는 질문으로 돼 묻는다.  몇 천에서 몇 억 정도가 되는데 여기는 큰 도심이 아니기에 서울처럼 몇십억이 되지 않는다.

그 정도로는 땅도 못 산다고 말을 하면 놀란 토끼 눈을 했다.

땅값과 자재비는 변동이 심하고 들어오는 사람 텃세는 장난이 아니다.

귀농자금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300시간의 교육과 적어도 1~2년 경험이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 농장에서 실습으로 점수도 얻어야 한다. 농촌으로 이사를 와야 하고 이사한 지 5년이 넘으면 안 된다. 나이 제한도 있다. 조건들은 쉬운 듯 하지만 까다롭다.

고작 1년에 많이 뽑으면 10명 적으면 2명 경쟁이 치열하다. 귀농자금은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이자를 적게 내고 빌리는 것이다.  그 돈을 갚기 위해서 농사를 성공적으로 해내야 한다.

주위에 신랑 친구가 귀농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올해 여기에서는 귀농 지원금을 줄 사람을 뽑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를 더 철저히 해서 내년에 다시 도전을 해야 한다. 뽑는다는 보장은 없다.


농사 준비를 위해서 쓰는 비용이 3천 정도 든다.  더 많이 드는 해는 비닐도 바꾸고 보온재도 바꾸고 하다 보면 더 들 때도 있다. 낡고 오래된 것들을 교체하고 자가로 하지 않고 사람을 쓰게 되면 인건비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어떤 작물을 선택할지에 신중을 하게 된다.

농민들은 시세에 울고 웃는다. 어떤 해에는 청양 고추가 넘쳐나서 경매장에서 받아 주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오랜 세월 동안 농사를 짓고 경매장에 성실하게 출하를 하는 농민들만 겨우 출하를 받아 주기도 했고 값은 거의 바닥이었다. 버릴 수 없으니 보내기는 하지만 박스 값만 겨우 건진다. 내 인건비는 없는 것이다.

농산물 물양이 적어 값이 오를라치면 수입을 해서 농산물 가격을 낮추어 버렸다.

 병충해가 심한 해는 약값으로 벌어 놓은 돈을 탕진하기도 한다. 이래도 농민들이 스트레스 안 받는다고 할 수 있을까? 어디든 스트레스 안 받는 일은 없다.


농민들은 무식하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것을 모른다고 무식하다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한 분야에 연구하고 노력하는 연구자들이다. 한 작물을 오랫동안 키워 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1년에 한 번씩 농업인 대학이라는 곳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한다.(6개월 과정) 고추, 가지, 오이 등등 반이 따로 있고 식물생리학을 배우기도 한다. 친환경 재배 교육도 받고 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하면서 원소기호-주기율표를 다시 외웠다. 땅과 식물에 뭐가 부족한지 알아야 했고 영양제나

비료에 표시되어 있는 것을 읽을 수 있어야 했다.

식물은 말을 하지 못하니까 농민은 점쟁이처럼 딱 알아내기 위해서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실전에 응용해야

한다. 농업인 대학이나 여러 가지 강의를 들으면 점수도 쌓인다. 그 점수들로 보조 사업과 지원 사업을 받을 때 유리하게 적용되기도 한다. 농민의 노력과 성실함을 점수로 보여 주는 것이다. 서류들은 꽤 복잡하고 가산점 계념인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지원을 해 줄 수 없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남편친구가 전화했다. 쌀값이 많이 올라서 밥을 못 먹겠다고 쌀값 올라서 좋겠라고 했단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20년 만에 쌀값이 올랐다. 그것도 아주 조금.

추수하고 수매를 하는 가격은 소비자 가격보다 훨씬 적다. 소비자에게 가기까지 많은 유통 단계를 거치는데

그게다 농민이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남편은 화가 나서 친구에게 말을 했다. "네 월급도 20년마다 한 번씩 올려 주면 좋겠다. 그렇지?"

그러자 말이 쏙 들어가 버리고 어영부영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생각 좀 하고 말하면 좋겠다.


새로운 작기를 시작하면서 많이 예민해져 있다.  농민들도 좋은 농산물을 키워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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