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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Jan 15. 2024

나에 대한 고찰

13. 에세이 수업의 결과물

 도서관 문화 수업으로 듣게 된 '나의 첫 에세이 쓰기' 드디어 결과물로 나오게 되었다.

무슨 용기로 그 수업을 신청했는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4월부터 9월까지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함께 했던 예비 작가님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2023년을 마무리하면서 받은 기적의 선물이다. 이젠 예비 작가에서 출간 작가가 되었지만 책은

비매품이다. ISBN 국제 표준 도서 번호도 발급 받은 책이다. 예산이 적은 관계로 각 7권의 책을 받을 수

있었다. 주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고마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선물했다.

한 권은 소장하고 싶어서 같이 글을 쓴 작가님들의 사인을 모두 받아 왔다.


열심히 퇴고를 해가면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책이라서 내가 쓴 부분을 공유해 보려고 한다.

사실은 많이 떨리고 부끄럽지만 세상 밖으로 나온 책이다.

일상 탈출, 해보지 않았던 것의 도전기와 같은 느낌의 주제를 담아서 책 제목은 '츄라이 츄라이'

로 만들어졌다.


과일은 키워 먹어야 제 맛이지!


 2018년에 시작된 나의 취미는 열대과일나무 키우기다.

많은 취미 중에서 지금까지도 쭉 이어오고 있다. 깊게 빠지면 도구와 재료들로 방을 가득 채우곤 했는데

키우고 싶었던 나무는 구하기 쉽지 않았다. 많은 노력 끝에 여러 종류의 열대수를 키우게 되었다.


 그 시작은 파파야였다. 장미를 무척이나 좋아해 묘목을 사기 위해 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골드 파파야 나무, 목대는 야자나무 느낌이고 잎은 아이들이 그리는 손 모양 같아서 너무 인상적이었고

예뻤다. 여태 키워보지 못한 이국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한번에 반해 버린 것이다. 뭐에 홀린 듯 손가락은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도 모르면서 예쁘다고 덜컥 사버린 것이다. 사진으로 본 그 나무를 상상하며 집으로 배달

되기를 기다렸다. 택배 아저씨가 오시기 전에부터 일찌감치 대문 앞에 나와 서성거리며 기다렸다.

드디어 도착하고 상자를 받았다.

'움...? 상자가 생각보다 너무 작은데.'


분명 내가 산 건 '나무'일 텐데. 내가 들고 있는 상자는 한 손으로 쑥 들릴 만큼 가벼웠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상자를 열었다. 비닐과 테이프에 칭칭 감겨 있고 뜯다 보니 점점 더 작아졌다.

나무가 아니라 모종이 온 것이다. 부랴부랴 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끝까지 내려보지 않았던 것이 생각이 났다.

급한 성격이 여기서 또 드러난다. 찬찬히 읽어보고 식물의 특성도 파악해야 했다.

제일 아래에는 '키우면 이렇게 됩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순간 사기당한 기분이지만 내 잘 못이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 안다'라고 했다.


 정신을 차리고 처음 준비했던 큰 화분을 젤 작은 것으로 바꾸고 상토를 채워 심어 주었다. 기왕 돈 주고 산 거니까 잘 키워보고 싶어서 폭풍 검색을 했다. 햇볕과 물을 좋아하고 거름을 주면 잘 자란다고 했다.

정원에서 햇볕이 가장 잘 드는 자리에 두었다.

'너무 뜨거운가?' 잎이 축 처진다. 그늘로 옮겨 주고 한참을 바라봤다.

'아직은 아니구나. 너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이제야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여러 날에 걸쳐 아주 조금씩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 놓았다. 너무 자주 들여다봐서 그런지 변화를 느

끼지 못했다. '부끄러워 안 크나?' 조바심이 생겼다.

육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몇 주의 시간이 흘렀다. 정원 전체에 물을 주려고 호스를 들었는데

'안 본세 잘 자라고 있었구나.' 영양제 한 알도 놓아주고 기특해서 잎도 어루만져 주었다.

한 여름 태양 아래 무럭무럭 자란 파파야는 화분이 비좁아져 뿌리가 밖으로 나와 있었다.

큰 화분으로 분 갈이를 해주고 보니 사이트에서 보고 반해버린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탄력을 받은 것인지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았다. 다시 파파야에 대해서 검색하다가 알게 된 사실 파파야는

나이테가 없고 물관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래서 속성으로 자라는 건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 겨울을 보낼

장소를 찾아야 했다. 남편은 귀농해서 농자를 지은 지 1년이 되었다.

나는 육아를 하면서 틈틈이 선별 작업을 돕고 있었다. 남편의 기분이 좋아 보여 슬쩍 눈치를 보며 말을 던져 보았다.

"파파야가 그렇게 잘 자라는지 몰랐네. 벌서 1m나 자란 거 있지. 겨울을 어디서 보내야 하려나? 거실에 두면

아이들 다니기 불편할 것 같은데.."

"하우스에 가져다 놔라. 이 말이 듣고 싶었던 거 아니야?"

"눈치챘어?"

하면 함박음을 지어줬다. 남편도 따라 호탕하게 웃는다.


  파파야에 관한 공부를 하다 보니 다른 열대식물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러 종류를 가져 보고 싶은 욕심도 생겨 났다. 판매하는 곳이 없어서 열대식물 동호회에 가입했다. 열심히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했다. 식물을 나받기도 하고 교환도 하며 식물을 늘려 갔다. 뒤쪽 남는 공간에 선반을 만들어 작은 나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하나씩 늘려가다 보니 작은 선반으로 충분했던 곳이 식물의 성장으로 자꾸만 앞으로 옮겨졌다. 어느 순간 300평 하우스 안을 빼곡히 채워갔다.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직구라는 것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열심히 검색하고 도전했다. 실패의 확률을 죽이기 위해서 젤 먼저 씨앗 사진들을 모았다. 첫 번째 직구 도전은 실패였다.

모두 가짜 씨앗들 이었고 어디서 풀씨를 주워 보냈나 싶다. 더 이상 속지 않기 위해서 직구 성공하신 분께 부탁하기도 하고 안전한 판패처를 묻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겨울일 때 여름인 곳에서 오는 씨앗은 한국에 도착해 우편으로 오는 동안 많이 죽어 있었다.

뿌리를 내려 도착하는 씨앗 검역소를 거쳐 나에게 오는 동안 말라죽기도 했다. 조금의 희망이라도 보이면 살려 보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까워 죽을 것 같다.


 남편은 내가 키우는 식물들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 신기해했다. 우리는 개인 식물원이라는 꿈을 키우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꿈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이상한 것을 키우는 괴짜 부부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 그럼 어떤가? 남들하고

같을 필요는 없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는 중이다.


필리핀 여행 중에서 먹었던 미니파이애플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깎아서 나무젓가락에 꽂아주는데 너무 맛있었다.  그 기억에 수입해서 팔고 있는 사이트를 찾아 한 박스 20개를 구매했다. 생각보다 너무 작고 덜 익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 아무리 수입이고 잘 모른 다지만 먹을 수 있는 것을 팔아야지" 하면서 짜증을 냈다. 그러다 문득 파이애플 꼭지가 너무 싱싱해 보여서 관상용으로 키워 볼까? 생각하고 잎 같이 생긴 것을 떼어 내니 뿌리 같은 것이 보였다. 설마 여기서 뿌리가 내릴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검색을 해보니 물꽂이가 된단다.

뿌리가 내리고 화분에 옮겨 심고 키우다 보니 기다란 잎 전체에 가시로  되어 있어 살에 박히고 아팠다.

멀찍이 두고서 키우다 보니 변화도 찾아왔다.

'이게 설마 꽃인가?' 놀랍고 신기한 매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작은 열매가 점점 커지더니 구입당시보다 4배는 더 켜졌다. 노랗게 익어 가는 동안 달콤한 향기가 하우스 안을 진동했다.

엽서로 만든 내가 찍은 파인애플 사진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내가 키운 파인애플 수확을 기념하며 향기도 맡아보고 칼로 잘랐다.

분명 잘 익은 것 같은데 과즙이 거의 흐르지 않았다. '덜 익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먹어 보기로 했다.

가운데 심지도 잘라 낼까 하다가 그냥 두고 먹어 보았다.

'그래 이거지!' 보는 것과 달리 너무 아삭하면서 달콤하고 압안에 퍼지는 과즙이 끝내 줬다.

가운데 심지도 버릴 것이 없었다. 파인애플의 여운이 오래갔다.

아이들은 언제 또 먹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늘려보기로 했다. 물꽂이로 키워 수학까지 1년 3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측아를 따서 키우기 시작하면서 8개월로 단축되었고 우리는 1년에 한 번은 이 파인애플을 먹는다. 키워서 먹는 재미에 빠져 버린 것이다.

양가 부모님들께도 맛을 보여 드렸다. 이제는 사서 먹지 못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고 수확하는 기쁨을 배워간다.


씨앗으로 5년을 키운 노란 용과 첫 꽃을 보기 위해서 밤에 하우스로 간 적도 있다.

밤에 오는 하우스는 정글 같고 무섭지만 우리는 모험을 한다는 가정을 하고 휴대폰 불빛을 비쳐가며 용과 꽃 있는 곳으로 갔다. 해 질 무렵 서서히 피기 시작해 동틀 무렵 지기 때문에 보기가 쉽지 않다. 만개한 꽃을 보며 너무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향기도 은은하고 크기는 어찌나 크던지. 얼굴을 갖다 대보니 얼굴이 작아 보인다.

엽서로 만든 내가 찍은 용과 꽃 사진

기념사진도 남겼다. 직접 키우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했을 순간이다. 아이들과 좋은 추억도 만들고 자라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많은 이야기도 하게 되었다.

수박의 암꽃과 수꽃을 구별하는 법도 배우고 여러 가지 과일을 여행 가지도 않고도 먹어 볼 수 있게 되어서 좋은 것 같다.


많은 실패와 좌절도 했지만 준전문가가 되어 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도 꽃도 키우면서 농사짓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자바애플, 바나나, 잭푸르트, 슈가애플 등등 많은 열대과수를 키우지만 현지에서 먹는 과일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가끔은 배낭 하나 메고 전 세계에 있는 맛있는 과일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맛있는 과일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다시 읽어보니 문장이 많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지만 늘 아쉬움은 남는 것

같다.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쥐 구멍을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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