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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Jan 18. 2024

나에 대한 고찰

14. 끝이자 다시 시작.

 5년을 몰두해 있던 나의 취미 공간을 정리했다.

초록으로 가득했던 하우스는 이제 싱그러움을 잃어 메말라 버린 겨울이 내려앉아 있었다.

비옥해 보이던 땅도 푸석한 흙먼지와 딴딴한 돌 덩어리처럼 굳어 버렸다.

정글 같았던 모습은 사진 속에나 존재했다.

씨앗으로 시작해 나무가 되고 어린 모종으로 시작해 나무가 된 나의 하우스 정원.

그곳을 오늘 철거했다.


물론 나의 취미이자 꿈인 식물 키우기가 끝이 난 건 아니었다.

600평의 공간이 200평으로 줄어 버린 것뿐이다.

아는 사람들이 많은 이곳에서는 늘 스트레스를 받았다.  주인이 있으나 없으나 맘대로 문을 열고

불쑥 들어와서 구경을 하곤 했다.

손을 타 없어지는 식물들도 생겨났다. 많은 식물들이 있다고 그 걸 기억 못 하는 줄 아나보다.

나는 성장을 기록하며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많은 식물 중에서 같은 종류를 거의 키우지 않았기에 어디에 어떤 식물을 두었는지 다 기억했다.

내가 키우고 싶은 식물들만 구해서 키웠기 때문이다.

씨앗 발아로 시작하는 식물들은 변수가 많아 여러 개를 발아하기도 하는데  발아가 되었다고

다 살아남는 것이 아니었다. 그 식물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키우면서 알아가야 했다.

그런 속내도 모른 체 많이 있으니까 하나만 주면 안 되냐고 떼를 썼다.

한 사람이 가져가고 소문이 나면 문 턱이 게 사람들이 찾아왔다.


어느 순간 나는 취미에 집중하지 못했고 즐거웠던 일들을, 웃으며 대하던 사람들을 피하게 되었다.

하우스 입구에 자물쇠도 달게 되었다.

늘 즐거웠던 이곳이 지옥 같은 곳으로 변해 갔다. 사람들의 수군 거림이, 돈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한다며

술 안줏거리가 되곤 했다.


3년 동안 활동했던 N카페에서 많은 교환과 나눔도 했었다.

멀리 있는 여기까지 오고 싶다고 허락을 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미루다 미루다 초대를 했을 때

뭔가를 갖고 싶어서 찾아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느 정도 각오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씁쓸하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나 역시도 초창기에는 많은 식물에 욕심이 생겼었다.

그렇다고 모든 식물을 다 키울 수 없으니, 우선순위를 두어야 했다.


원래 있던 곳을 떠나 보금자리를 옮겨 왔다.

겨울에 나무를 파 옮겼기에 많은 나무들이 죽기도 하고 반정도 생존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많던 식물이 걸러진 셈이다.

나의 욕심이 평정심을 찾아가고 있었다. 돈이 많이 드는 취미 이기도 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취미

이기 때문에 눈치를 보기도 한다.

농사나 잘 지어서 돈이나 많이 벌라고 무언의 압박이 들어오기도 한다.

일 다하고 남는 시간에 하고 있지만 영 탐탁지 않아 한다.

이사를 한 곳이 낯설기는 해도 마음은 편하다. 친한 사람이 거의 없고 하우스 보다 주위에 논이 더 많다.

아직은 더 연구해 보고 싶은데.. 여기가 최적 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의 하우스를 철거하면서 많은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5년 동안의 변화들 오랜 기다림 끝에 발아가 되고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기쁨의 순간들

미쳐 다 가져가지 못해 말라죽어 버린  나무들, 풀자라지 말라고 덮었던 제초매트.

반년을 버려두었다가 철거를 했다.


이제는 이곳에 더 이상 발길을 두고 싶지 않다.

새로운 곳에서 나는 다시 태어 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개인 식물원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땐 지금 보다 더 머리가 아프려나?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

꿈이 있다는 건 좋은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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