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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이야기 03

프롤로그

by 아리미 이정환

제가 태어나고 자라고 살고 있는 미아리는 미아사거리입니다. 미아사거리는 강북구와 성북구, 두 구의 접경 지역이자 미아동, 월곡동, 길음동, 장위동, 네 개 동의 접경 지역이기도 합니다. 미아리가 대단한 지역은 아니지만, 단장의 ‘미아리고개’라는 노래와 ‘미아리 텍사스’라는 집창촌, 그리고 미아리고개 점집들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미아리고개는 주소상 돈암동이고, 미아리 텍사스는 월곡동 88번지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미아동이 성북구였습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중반 즈음에 성북구와 도봉구로 분구가 되었고, 또 도봉구는 도봉구, 노원구, 강북구로 분구가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저는 40대 중반부터 내 고향 미아리를 찍어 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내게 조언을 해 준 분이 영화인 이준익 감독인데, “세상은 망원경으로 보는 세상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세상이 있어. 그런데 그 두 세상은 결국 똑같은 세상이야.”라는 그의 말이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나서 제가 사는 동네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관찰했습니다. 제가 얻는 결론은 이 넓은 지구 세상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겁니다. 아프리카 오지든 미국 뉴욕이든 알래스카든 유럽이든 사람 사는 본능적인 관계는 똑같다는 겁니다. 가족 관계에서의 희로애락, 갈등과 싸움 등 오욕칠정은 똑같이 느낀다는 겁니다.


언제부터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사진을 찍으러 멀리 나가기가 힘들어진 이유도 미아리를 사진에 담게 만든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화 일을 하던 저는 예쁜 풍경보다도 스토리가 담긴 사진을 찍기 좋아했는데, 사진을 찍다가 캡션을 달기도 했고 그러다 조금 긴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고 결국 20여 년간 온라인에 연재를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에세를 바탕으로 소설로 변주해 봤고 그 글이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사진과 글을 섞은 포토에세이집으로 출간하려 했으나 사진이 독자의 상상력을 방해한다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사진은 한 장도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실제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서 변주를 한 겁니다. 그래서 각 에피소드의 단초는 실화지만 결론은 제 상상력이 만든 픽션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물론 제 어린 시절 이야기나 가족 얘기 등은 픽션이 아닌 경우입니다.


미아리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미아리를 고향이라고 하던, 지금은 고흥 나로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저와 10살 터울의 외삼촌인 정병락과 몇 년 전 뇌암으로 사망한 탱자 씨라는 별명을 가진 실내 포장마차 주인인 최유자 여사입니다. 그리고 몇몇 건달들이 조연입니다.


그들에게 일일이 글에 대한 양해를 구하진 못했지만 이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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