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미아리는 오동나무골입니다.
미아사거리는 성북구와 강북구가 만나는 지점이며, 미아동, 월곡동, 길음동, 장위동 네 동네가 만나는 곳입니다. 과거 월곡동은 밤나무골, 길음동은 감나골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직 미아동만이 여전히 오동나무골이라는 이름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미아동의 오동나무들은 대부분 자연에서 스스로 자라났을 것입니다. 자생 오동나무는 씨앗에서 저절로 싹이 터서 자라나기에, 자라는 땅과 위치에 따라 성장 속도와 개화 시기가 제각각입니다. 오동나무는 생명력이 매우 강해서 길가, 폐허, 담벼락 틈새에서도 잘 자랍니다. 다만 이런 환경에서는 꽃을 피우는 대신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쓰느라, 몇 년간은 잎만 무성할 뿐 꽃을 피우지 못하기도 합니다. 오동나무는 또 특이하게도 그해 피울 꽃눈을 전년도 여름에 만듭니다. 그래서 전해 여름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햇빛이 부족하면 이듬해 봄에는 꽃을 피우지 못합니다.
미아리 이야기 속 인물들은 이 오동나무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강인한 미아리 사람들도 결국에는 미아리를 떠납니다. 어떤 이는 이사를 가고, 어떤 이는 세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남은 이들은 서로 어울려 지내며 기쁨과 슬픔, 그리고 온갖 감정을 나누며 살아갑니다.
미아리는 오동나무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