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는 오동나무골이다
오동잎이 피는 자리 — 미아리에서
미아리엔 한때 오동나무가 많았다.
오동니무골이라 불릴 만큼, 담장 너머로 커다란 잎이 흘러내렸고
그 잎 아래선 사람들이 마당에 앉아 손부채질을 하곤 했다.
하지만 도시가 커지고, 미아리가 ‘현대화’라는 이름 아래 다시 그려지면서
오동나무도 하나둘 베어졌다.
이제는 기억처럼 희미하게, 겨우 두어 그루만이
사거리 근처 낡은 골목 끝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허물어진 집터 —
재개발이라는 말이 던져지고, 철거된 자리,
텅 빈 콘크리트와 흙먼지가 가라앉은 그 틈에서
다시 오동나무가 자라고 있다.
벌써 스무 그루가 넘는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저절로, 묵묵히, 제자리를 찾아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떤 오동은 철망 담장과 담장 사이
사람 눈길이 닿지 않는 틈새에 자리를 틀었고,
어떤 오동은 골목 한복판 깨진 시멘트 틈을 밀어내며 자라난다.
한때 사람의 집이었을 자리,
이제는 오동의 집이 되었다.
미아리엔 점집이 많다.
수십 년 전부터, 큰길 옆 컨테이너에서부터 골목 안 깊숙한 곳까지
하루에도 수많은 이들이 앞날을 물으러 찾아든다.
어쩌면,
‘彌阿里’ — 미아리라는 이름 속에,
풀릴 듯 말 듯한 한자의 기운 속에,
무언가가 오래전부터 깃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
지워진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생명.
사라진 것들은 때때로,
가장 묘한 곳에서 다시 자란다.
그게 미아리의 방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