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르는데 왜 불안은 더 커지는가

안식년의 평온을 지키기 위한 '심리적 매몰비용' 계산법

by 고도

안식년 29일차.

역설적이게도, 계좌의 숫자가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자 내 마음도 같이 불안에 불타올랐다. 오늘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안식년의 가장 큰 목표인 '마음의 평안'을 흔들어놓은, 최근의 주가 상승에 대한 고백이다.


평온했던 상한가, 불안한 급등

얼마 전, 보유하고 있던 종목이 상한가를 쳤을 때 브런치에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최근 올린 '상한가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라는 글이다.) 그날 나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 상한가라는 강렬한 빨간 불기둥을 보고도 마음의 요동이 없는 것을 보니, 아직은 매도 타이밍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며칠 사이 주가가 더 오르니, 그때의 평온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스멀스멀 불안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가격이 지지부진할 때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는데, 급상승하니 불안이 엄습하는 이 기이한 상황.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일부라도 매도해서 빚을 갚아야 할 시점에 왔다는 것을.


탐욕과 이성 사이, 30분의 고민

이것저것 계산기를 두드리며 치열하게 고민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현재 가격에서 목표한 수준만큼 더 오르면, 빚을 갚을 만큼의 수량을 매도하여 우선 빚을 전액 상환하자. 그 이후는 나중에 생각하자.'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상황은 고민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이익이 났는데 빚을 갚을까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을 것이다. "당연하지! 지금 이익 났을 때 팔아서 빚부터 갚으세요!"

하지만 훈수 두기는 쉬워도 내 장기는 어려운 법이다. 타인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되는 순간, '합리'의 자리에 '욕심'이 끼어든다. 빚을 갚더라도 조금 더 유리한 가격에, 조금 더 꼭대기에서 팔고 싶다는 그 알량한 마음. 문제는 그 '유리한 가격'이 얼마인지, 내일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영역을 알려고 하니 신경만 곤두서고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무한 반복된다.

나는 평소 30분 고민해서 답이 안 나오면 고민하지 말자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할 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금 나는 신의 영역인 주가를 예측하려고 하면서, 나중에 "아, 그때 팔지 말걸" 혹은 "아, 그때 팔걸" 하고 후회할 미래의 나를 미리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행복한 고민인 척 포장된, 지독하게 괴로운 고민이다.


시간이 가장 큰 비용이다: 심리적 매몰비용

이 번뇌의 시간 끝에 나는 중요한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매몰비용 중 가장 큰 것은 '심리비용' 이다."

우리는 보통 투입된 돈만을 매몰비용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주식 차트를 자주 들여다보고, 걱정하고, 시나리오를 짜느라 보낸 시간과 감정 또한 비용이다. 이것은 돈보다 더 비싼 비용이다. 내가 이 종목을 자주 보고 생각을 많이 할수록, 나는 이 주식에 엄청난 심리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익을 보고 있어도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나서 판단은 더 흐려지고 집착은 강해진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주식에 시간과 감정을 쓰지 않는다면 실제 결과가 어떻게 되든 '심리적 매몰비용'은 거의 없는 것이 된다. 일전에 내가 금융자산이 3억 이상이라면 굳이 불안해하며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지금의 불안은 내 자산의 크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쏟아부은 '고민의 시간'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안식년을 망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안식년의 목표는 명확하다. 마음의 평안, 그리고 독서와 사색을 통한 성장. 의미 없는 숫자 놀음이 아니라 진짜 나를 키우는 생각들. 나는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찰리 멍거의 지혜를 빌리기로 했다.

"뒤집어 생각하라(Invert, always invert)."

성공하는 법을 모르겠다면, 확실하게 실패하는 법을 찾아 그것을 피하면 된다. "이 소중한 안식년을 확실하게 망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주식 차트를 보며 일희일비하는 것. 오르면 흥분하고 내리면 우울해하며, 도파민과 코르티솔의 파도에 내 하루를 맡겨버리는 것. 그것만큼 안식년을 확실하게 시궁창으로 밀어 넣는 방법은 없다.

결론이 났으니 행동 수칙도 정해졌다. 장중에는 차트를 보지 않는다. 장이 끝난 후 한 번만 확인한다. 그래도 불안이 올라온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여기서 팔지 않았는데 갑자기 악재가 터져 주가가 폭락한다면? 내 인생이 끝나는가? 아니, 그 정도는 아니다.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다.

투자는 논리가 일부일 뿐, 나머지는 전부 심리 게임이다. 나는 '알 수 없는 가격'을 맞추려다 '알 수 있는 내 마음'을 다치게 하고 있었다.

이제 차트를 덮고 책을 펼친다. 빚은 목표가가 오면 갚겠지만, 내 안식년의 시간은 누구에게도 빚질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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