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2026년 2월 어느 날이다. 아빠는 만 서른다섯 살이고, 너희는 만 다섯 살, 한 살이란다. 첫째 슬이는 지금 어린이집에 가 있고, 둘째 진이는 아빠 옆에 앉아서 고구마 스틱을 먹고 있어. 아빠는 육아휴직을 안식년 삼아 지난 삶을 돌아보는 중이란다.
30년쯤 후면 너희가 아빠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 있겠지. 아마 아빠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구나. 세네카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읽다가 문득 너희 생각이 났단다. 세네카는 예수님만큼 오래전 사람이지만, 그의 육신은 사라졌어도 글은 남아 지금도 내 옆에 있는 듯 대화할 수 있단다.
아직 어린 너희에게는 와닿지 않을 이야기라 글로 남겨두려 한다. 사람의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잖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너희라면 그걸 당연히 이해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30년 후 내가 너희 곁에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다. 설사 곁에 있다 해도 너희에게 적절한 조언을 줄 수 있는 상황일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을 때 너희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미리 적어두려한다.
마침 내일 어린이집에서 타임캡슐 행사를 한다는데, 슬이 네가 제안했다고 하더구나. 그 말을 듣고 어찌나 웃기던지. 이 편지도 그런 타임캡슐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