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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루 Nov 19. 2022

사진첩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우와! 이렇게 사진으로 앨범을 만드니까 보기에 훨씬 좋다. 고마워 동생”

“괜찮지? 나도 맘에 들어. 편집하는 데 품이 좀 들어서 수고비 포함했어요.”


시댁 식구와 친정 식구를 모시고 대만으로 효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찍은 사진으로 앨범을 만들었다. 시어머님과 친정엄마에게 선물하고 언니들도 갖고 싶다 해서 내가 편집해 준 것이다. 요새는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어서 초보자도 사진첩을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다. 


처음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는 옆지기가 아들과 조카를 데리고 간 북경 여행이다. 아들이 중학교 졸업반 여름방학 때다. 외고에 진학하기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데 중국어과로 지원할 계획이었다. 중국에 최소한 한 번은 가봐야 글이 써질 것 같아서 옆지기에게 부탁했다. 중국은 한여름에는 40도를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살인적인 더위라 나는 갈 엄두를 못 낸다. 다행히 옆지기는 더위에 강한 편이고 중국통이라 여행 가이드로 제격이었다. 사진도 잘 찍는다. 무거운 DSLR 카메라를 들고 1000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아들과 조카도 덥지만 포즈를 잘 취해주어서 사진이 잘 나왔다. 그냥 묵혀두기 너무나도 아까웠다. 우연히 검색하다 사진으로 앨범을 만들어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편집 툴만 다운로드하여서 나만의 사진첩을 만들 수 있게 해 주었다. 견본으로 참고할 예시도 많이 올려주어서 어렵지 않게 사진을 편집했다. 며칠 후 근사한 앨범이 내 손에 들어왔다. 그 후 사진첩을 몇 권 더 만들었다. 아들 고등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여름, 중국 여행 사진첩이다.




사진은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친정엄마를 모시고 네 자매가 처음으로 함께 떠난 해외여행이었다. 모두들 사는 게 바빠서 시간을 맞춰 여행 한 번 제대로 다녀오지 못했다. 친정엄마의 체력이 걱정되었는데 잘 버텨주셨다. 시어머님은 시누이가 돌보면서 여행했다. 시아버님은 친정엄마가 불편해하실 것을 염려하시고 오지 않으셨다. 아들은 떠나기 전날 과음을 해서 공항 가는 길에 오바이트를 했다. 옆지기는 싫은 소리를 하고 아들은 컨디션이 안 좋아 힘들어했다. 우리 가족의 첫 해외여행인데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아들은 여행 내내 할머니를 잘 모시며 다녀서 고마웠다. 중국어가 낯설지 않은 언어라서 의사소통엔 큰 불편이 없었다. 작은 봉고버스에 우리 가족만 타고 미리 짜 놓은 일정대로 움직였다. 시어머님은 한적한 산 위에 있는 야외 온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셨다. 연말을 약간 피해서 관광객이 붐비지는 않았다. 타이베이는 내가 어학연수 갔던 그 시절 모습이 아니었다. 지하철도 생기고 거리도 깔끔해졌다. 예전에 지저분하고 후줄근한 도시가 아니었다.


친정엄마는 몇 년 후에 돌아가셨다. 그때 대만 여행을 가지 못했다면 정말 두고두고 후회가 될 뻔했다. 언니들도 모두 만족해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모처럼 엄마와 우리 네 자매가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이렇게 사진첩까지 기념으로 남길 수 있어서 더더욱 좋다고.

사진첩을 펼쳐보면 친정엄마와 언니들의 환한 미소가 눈에 띤다. 옆지기가 간간이 우리 모르게 스냅사진을 찍었는데 그게 더 재미있었다. 이번에도 옆지기의 공이 크다. 매년 가는 대만이 지겨울 법한데도 우리 가족을 위해 여행을 준비했다. 앨범을 볼 때마다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릴 수 있어 가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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