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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루 Nov 15. 2022

차 마시는 곳

차방 무무제


우리 집에는 차방이 있다. 무무제(無無齊, 없는 게 없다)라는 이름도 지었다. 옆지기의 놀이터로 안방 건너편에 있는 북향 방이다. 혈액 순환에 좋다는 보이차를 십여 년 전부터 마셨다. 옆지기는 보이차를 마시면서 중국 자사호에 관심이 생겨 다양한 종류의 자사호를 구입했다. 자사호란 보이차(푸얼차)와 같은 발효차를 우려낼 때 쓰이는 다호(茶壺)이다. 중국 장쑤성 이싱에서 생산된다. 자사호는 중국인들이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다호(茶壺)로 차를 우릴 때 사용하는 그릇이다. 발효차인 보이차와 반발효 차인 오룡차(우롱차)를 우려낼 때 사용된다. 북송시대에 처음 만들어졌고, 명나라와 청나라 때부터 널리 사용되었다.


둥근 원 세 개가 보이는 철구호


중국 장쑤 성 남부에 있는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 의흥(宜兴, 이싱)에서 주로 생산된다. 원료는 의흥 일대 황룽 산 광산에 있는 철이 함유된 분사 암(紛砂岩)이다. 이 광석을 채굴한 후 약 1년 정도 자연적으로 풍화되기를 기다렸다가 분쇄하고, 체로 치는 등의 공정을 거쳐 만든 흙을 자사(紫沙)라고 한다. 자사를 물에 섞어 반죽할 수 있는 진흙 상태로 만든 것을 자니(紫泥)라고 하는데 이로부터 자사호(壺)라는 이름이 생겼다.


자사호의 재료는 크게 자줏빛을 띠는 자니와 회백색 또는 회녹색을 띠는 녹니(綠泥), 홍갈색을 띠는 홍니(紅泥)로 나누어지지만 이를 통틀어 자니 또는 자사니(紫沙尼)라고 부른다. 각각의 재료를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혼합하여 그릇을 빚을 수 있는데 배합 비율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얻을 수 있다.


오타쿠 옆지기의 보물


자사호는 자사라는 재료적 특성과 고온의 가마에서 굽는 가운데 형성된 비늘 모양의 공기구멍으로 인하여 차의 색깔, 향기, 맛을 잘 보존한다. 보온성이 좋아 적정 온도를 길게 유지할 수 있다. 또 열전도성이 낮아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바로 잡을 수 있고, 내열성과 단열성이 강하다. 유약을 입히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기품이 살아나고, 잘 길들여지면 차의 맛과 향을 더욱 좋게 한다. 옆지기는 자사호 길들이는 재미에 한 동안 푹 빠져 지냈다.


청대에 만든 푸른색 컵



차방 정면에 보이는 자사호 장에는 아끼는 자사호를 진열해 두었다. 시어머님이 아들에게 선물한 장이다. 그 왼편에는 친정엄마에게 물려받은 뒤주가 있다. 그 안에 보이차를 보관한다. 그 옆에는 큰 항아리가 있는데 거기에는 생차를 넣어두었다. 익으면 마시려고 하는데 아직도 더 시간이 필요하다. 오른쪽에는 와인 냉장고가 있다. 옆지기가 와인을 좋아해서 장터에서 구입한 와인을 잔뜩 보관해두었다. 오른쪽에는 키 큰 장 세 개가 있다. 두 개는 시누이가 시집에서 가져다준 것으로 차와 관련된 용품과 기기를 보관한다. 나머지 하나는 중고시장에서 구입했는데 찻잔, 다완, 개완 다구류를 보관한다. 자사호 장 앞에는 작은 상을 두어 커피 분쇄기와 커피 용품은 진열해 두었다. 왼쪽에는 좁고 낮은 긴 장은 벽에 붙여놓고 위에 보여주고 싶은 차 그릇을 올려놓았다. 차방 가운데에는 차를 마시는 큰 탁자가 있다. 배수가 되는 차상 위에서 보이차와 녹차 등 여러 종류의 차를 우려낸다. 요즘에는 커피를 주로 마신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융드립으로 내려마신다. 드립 커피에 맛을 들인 후 인스턴트 커피를 못 마시게 되었다. 옆지기는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나보다 커피를 더 잘 내린다. 커피의 매력에 빠진 옆지기 덕에 바리스타 자격증이 무색하다. 그래도 맛난 커피를 매일 마실 수 있어 행복하다.


러시아 황실에서 사용하던 잔 세트


옆지기의 자사호 홈페이지 - 중국 자사호와 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궁금하면 클릭^^

https://limo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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