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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루 Oct 20. 2022

보이차 마시기

중국 차를 마시는 방법


중국 속담에 ‘물은 차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차 한 잔의 99퍼센트는 물이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도 차를 우릴 때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의 향미가 크게 달라진다. 차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려면 무색무취의 깨끗한 물을 알맞은 온도로 데워 사용해야 한다. 차를 우리기에 가장 좋은 물은 무기질 함량이 낮은 PH7의 중성 물이다. 염소나 기타 가스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 남편도 차를 마시면서 예민해졌다. 어떤 물을 사용할까 고민하다 한우물정수기로 내린 물이 좋다는 품평을 듣고 그 물로 차를 마신다. 정수기 물을 맥반석 돌을 넣은 항아리에 받아서 쓴다. 물을 끓이는 주전자의 종류도 중요하다. 천연 돌솥을 사용했는데 돌은 금이 잘 갔다. 무쇠솥이 좋다고 해서 안성까지 가서 솥을 사 왔다. 이 또한 녹이 슬어서 사용하기 쉽지 않았다. 백방으로 알아보다 일본 제품 중 특수 물질로 만든 무쇠 주전자를 직구했다. 무쇠라서 안에 녹은 슬지만 물에서 놋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주로 이 무쇠 주전자를 사용하고 가끔 은 주전자로 물을 끓여 마시기도 한다.



차를 우릴 때는 딱 맞는 물의 온도가 중요하다. 물이 너무 뜨거우면 맛이 써지고 향이 날아가버린다. 반대로 물이 너무 차가우면 차 성분이 충분히 우러나지 않는다. 홍차는 100도, 보이차와 우롱차는 95도, 백차와 황차는 88도, 녹차는 75도의 물이 좋다. 물을 전기포트에 끓인 다음 잠시 뚜껑을 열어둔다.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은 녹차와 백차, 황차의 경우 5분, 우롱차는 3분, 보이차와 흑차는 2분이 적당하다. 녹차에 펄펄 끓는 물을 그대로 부어버리면 신선하고 여린 찻잎이 푹 익어버린다. 반쯤 산화된 우롱차는 끓기 직전의 물이 적당하고 완전히 산화된 홍차는 향을 충분히 내려면 물을 펄펄 끓여야 하기 때문이다.


공푸(工夫)란 중국의 전통 다도 의식을 말하는데 번역하면 시간과 노력이라는 뜻이다. 공푸는 서세하고 정확한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여성 티 마스터가 주로 한다. 그들의 손놀림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침출 시간을 고려해 엄격하게 계산된 동작이기 때문에 신기하게도 늘 한결같은 차 한잔이 나온다.


차를 마실 때 물이 흐르는 틈이 있는 다반을 이용한다. 이 다반도 여러 종류가 있다. 처음엔 대나무로 된 것을 사용했다. 좀 지나서는 멋스러운 돌 다반을 썼다. 돌은 차호와 부딪혔을 때 자사호가 깨질 수 있어서 위험했다. 중국 출장에서 돌아올 때 남편은 낑낑대며 몇십 킬로에 해당하는 무거운 다반을 사 왔다. 언뜻 보면 나무처럼 생겼는데 목질 성분을 섞은 특수한 물질로 만든 것이었다. 오래 사용해도 썩지 않고 단단하지만 돌이 아니라 다호가 다칠 염려도 없어서 지금까지 쭉 사용 중이다.



중국 차를 마실 때는 주로 자사호를 쓰지만 개완이란 뚜껑 있는 찻잔을 사용하기 한다. 개완은 위로 갈수록 넓어져서 차를 우리기에 좋다. 차의 향미가 발산될 공간을 넓히고 뚜껑은 오목하게 솟아 있어 대류와 응축이 잘 일어나게 한다. 그래서 개완을 쓸 때는 침출 시간을 평소보다 더 짧게 잡아도 된다. 우린 차를 개인 찻잔에 따를 때도 있지만 주로 개완을 그대로 들고 차를 마신다.  



<공푸차 배우기>     

공푸차 행다법은 기원 지역에 따라 크게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먼저 광둥성 차오산에서는 찻물을 바로 찻잔에 붓는 간소화된 방식을 따른다. 한편 푸젠성 무이산에서 시작된 방식을 따르면 우려낸 차를 공도배(公道杯) 찻잔에 고루 나누어 담는 중간 단계를 거친다.     


1_ 주인이 85도로 데운 물을 원을 그리며 의흥산 차호 안팎에 천천히 붓는다. 차호가 적당히 따뜻해지면 차호의 물을 공도배에 옮긴다.     


2_ 지그재그 동작으로 공도배의 물을 문향배와 품차배에 부어 잔을 데운다. 나중에 찻잔의 물을 따라 버릴 때는 차협을 사용한다.     


3_ 차시로 건차를 계량하여 목재 차루를 걸친 차호에 넣는다. 그런 다음 차호를 살살 흔들어 찻잎을 고른다.     


4_ 적당한 높이에서 차호에 뜨거운 물을 흘러넘칠 때까지 붓는다. 그런 다음 뚜껑을 덮고  바퀴 돌려준다.     


5_  찻물을 바로 공도배에 옮기고 공도배를 이용해 다시 문향배와 품차배에 부어 찻잔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그런 다음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로 찻물을 다우에도 붓는다.  세차(洗茶) 물은 다구에 예열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며 마시지 않고 버린다.     


6_ 이쯤 되면 찻잎이 물을 머금어 펴지기 시작한다. 세차 후에 차호에 다시 뜨거운 물을 넘쳐흐를 때까지 붓는다. 똑같이 뚜껑을 덮고 차호 위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먼지를 씻어 내리는 동시에 온도를 유지한다. 차가 우러나도록 그렇게 10초 이상 기다린다.     


7_ 차협을 이용해 문행배와 품차배를 비운다. 공도배에 들어 있던 세차 물도 퇴수기에 버린다.     


8_ 부드러운 다건으로 차호 밑바닥의 물기를 닦고 다려를 얹은 공도배에 찻물을 붓는다.     


9_ 지그재그 동작으로 공도배의 찻물을 문향배에 따른다. 문향배를 가득 채우되 넘쳐흐르면  된다.     


10_ 문향배 위에 품차배를 뚜껑처럼 거꾸로 얹고 전체를 뒤집어 찻물을 품차배로 옮긴다.     


11_ 문향배가 거꾸로 얹힌 상태 그대로 품차배를 배전에 내려놓는다. 그런 다음에 문향배를 들어 올린다.     


12_ 빈 문향배를 곁들여 품차배를 손님에게 낸다. 손님이 차를 음미하는 동안 주인은 재탕을 시작하며 이때는 침출 시간을 5초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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