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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루 Nov 21. 2022

뜻밖의 여행

평창으로 떠난 자매 여행

"동생, 일요일이랑 월요일에 시간 되니? 평창으로 여행 갈까 하는데..."

"응, 좋아 가자! 바다 보고 싶었는데..."

"큰 언니도 시간 된다고 해. 그런데 1박 2일은 너무 촉박하니까 화요일까지로 하면 어때?"

"화요일은 오전 관광만 하고 오면 되겠네. 셋째 언니는 시간이 안 된다네."


며칠 전이 둘째 언니 생일이었다. 언니가 지나가는 말로 이모들이랑 더 나이 들기 전에 여행 한 번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단다. 그 말을 흘려듣지 않고 조카가 평창에 있는 회사 숙소를 바로 예약해주어서 뜻밖에 평창으로 자매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첫째 날은 월정사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강원도 일반 버스가 상원사까지 운행하는데 그 버스를 타고 올라가서 둘레길을 걸어 내려오는 코스가 좋겠다고 큰언니가 제안했다. 우리는 둘째 언니 집에 모여서 아침 7시 반에 출발했다. 주말에 이태원 사고가 생겨서 마음이 무거웠다. 주위 사람 안부를 묻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톨게이트를 깜박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버스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마침 정류장 바로 코 앞에 자리가 있어서 기분 좋게 주차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상원사는 처음 가보는 절이다. 대웅전에 가서 삼배를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바로 둘레길을 찾아서 걸어 내려왔다. 10월 말 대관령 단풍은 이미 다 지고 나뭇가지만 무성한 스산한 풍경이었다. 돌길이 많아서 조심하면서 걸었다. 점심을 먹을 겸 벤치가 있나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아서 계곡 옆 바위에 앉아서 빵과 두유 그리고 홍씨를 먹었다. 바람은 쌀쌀했지만 따뜻한 물을 마시니까 한결 편안해졌다. 요기를 하고 얼마 안 가니 바로 쉼터가 보였다. 인생은 이렇게 한 치 앞을 예상하지 못하는 건가 보다. 걸어 내려오면서 군데군데 포토 스폿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3시간 걸쳐서 월정사에 도착했다.



월정사 단풍은 예뻤다. 둘째 언니가 지인을 추모하기 위해 절을 하는 동안 사찰 주변을 둘러보았다. 월정사는 예전에 한 번 와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전나무 숲길을 잠깐 걸었다. 일요일이라 관람객이 많았다. 단풍이 아름다운 곳에서 사진도 찍고 손주에게 주기 위해 둘째 언니는 여러 색의 단풍잎도 주웠다.



발왕산 스카이워크를 걷기 위해 케이블카 정류소로 향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있어서 동선도 좋았다. 숙소와 연계되어 할인도 받을 수 있었다. 정상에 올라가니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자욱해서 경치를 볼 수는 없었다.

많이 아쉬웠다. 케이블카를 타고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풍경은 멋있었다. 산 정상은 춥기도 해서 빠르게 둘러보고 내려왔다. 숙소 체크인을 먼저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해가 지면 날이 너무 어두워져서 운전하기가 어렵다. 미리 검색해 두었던 산채비빔밥 집에 가서 배불리 밥을 먹고 조심스럽게 운전해서 숙소에 도착했다. 큰언니가 체력이 약해서 푹 자라고 독방을 주었다. 둘째 언니와 내가 한 방을 쓰기로 했다.



숙소는 아주 쾌적했다. 난방이 너무 잘 나와서 오히려 땀이 날 정도였다. 주차하면서 차량에 약간 이상 신호가 감지되어서 둘째 언니가 잠을 설쳤다고 한다. 차 운전 안내책자를 읽어보니 차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서 생긴 것일 거라 생각되어 언니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난 크게 걱정되지 않아서 잘 잤다. 다만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이태원 사망자 수가 아침보다 늘어나서 마음이 착잡했다. 젊은이들이 너무도 많이 죽었다. 외국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핼러윈이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유명해졌는지 미처 몰랐다.



둘째 날은 정동진을 가보기로 했다. 차량도 별 탈 없어서 안심하고 정동진으로 향했다. 정동심곡 바다 부채 길이 10 초에 전면 개장했다는 소식을 지인에게 들었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바닷길 둘레에 나무와 철재로 길을 만들어 놓아서 가까이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걸을  있는 아주 풍경 맛집 바닷길이었다. 개장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더니 우리만 있었다. 입장료도 3000원이었다. 연계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는 1000 할인을 해준단다. 파주시가 보였다. 셋째 언니가 왔으면 할인받았을 텐데... 내심  자매 완전체가 아니라서 너무 아쉬웠다. 바다라서 추울 거라 생각하고 옷을 껴입고 왔는데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바다 바람이 따뜻해서 입은 옷을 하나둘 벗어야 했다.



가까이서 보는 기암괴석과 포말 그리고 구름과 해는 정말로 그림 같았다. 한적한 바닷길을 우리끼리 감상하면서 걸으니까 정말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광객이 늘었지만 평일이라 많지는 않아서 걸을 만했다. 2시간 20분 정도 바닷길을 걷고 정동진 역을 보러 해변을 걸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길을 막아 놓아서 역 구경을 못하고 해변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멍 때리는 시간을 가졌다. 동해 바다는 언제 봐도 마음이 탁 트인다.



바다를  지가 정말  년도  되었다. 한적한 해변가 모래사장에서 점프 샷도 찍었다. 어제 월정사 둘레길이  길어서 다리가 아프다. 운동화 쿠션이 별로라서 언니가 예비로 가지고 다니는 다른 운동화를 신었더니  나은 듯하다. 강릉으로 가서 구경을  할까 하다가 딱히 끌리는 곳도 없고  대관령 고갯길 운전이 해가 지면 힘들  같아서 무리하지 않기 위해 평창으로 향했다. 이른 저녁으로 한우 고기를 먹었다. 소식가들이라 많이 먹지도  하기에 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았다.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해서 일찍 쉬기로 했다. 내 체력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닌가 보다. 알통이 배기고 발목이 아팠다. 셀프 마사지를 하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더니 조금 풀린 듯하다. 제일 젊은 내가 운전을 해야 하는데 난 운전이 싫다. 그래서 둘째 언니가 여행 내내 고생을 했다. 셋째 언니가 왔으면 나누어했을 텐데...




셋째 날은 대관령 삼양 양 떼 목장에 갔다. 10월로 성수기가 끝인지 셔틀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단다. 전날 인터넷으로 예매를 해서 자동차로 동해 전망대까지 타고 올라갔다. 오전이라 바람이 세고 날이 흐려서 조금 추웠다. 날이 흐려서 동해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풀밭이 파랄 때나 눈이 와서 설경일 때 예쁠 것 같다. 지금은 풍경이 다소 아쉽기는 하다. 풍력 발전기와 드넓은 초원 그리고 양 떼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는 모습이 평화로워서 마음이 푸근했다. 점심으로 황태해장국과 황태정식을 시켜 먹고 서울로 향했다.


언니들과는 그동안 사는 게 바빠서 왕래를 자주 못 했다. 자매들이라 성격도 식성도 비슷해서 여행하기 아주 편하다. 언니들이 더 나이 들기 전에 완전체로 여행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랄 때는 언니들과 나이 차가 많아서 소외감을 느낀 적도 많았다. 이제는 같이 나이 먹어가니까 좋다. 딸 부잣집 막내로 태어나서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랐다. 언니들도 막내라서 마냥 이뻐해 주었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운이 아니기에 구김살 없이 잘 자랄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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