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끼다

초등학생 시절

by 밍밍

신세한탄에 가까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금 나는 너무나도 잘 살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당연히 부모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겪으며 갈등과 힘듦은 있었지만 유년기와 십 대를 떠올리면 이 정도쯤이야 하고 버틸 수 있게 된 순기능도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 험난했기에 앞으로도 한동안은 우울한 이야기로 채워질 예정이다.


6년간 있었던 일을 어떻게 글 하나에 다 담겠냐만은 돌이켜보면 나는 그저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기특하게 잘 살고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초코파이 광고일 뿐, 아무도 말해주지 않으니 그땐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집에서는 언니와 남동생의 동네북이어서 둘이 싸우고도 화가 안 꺼지면 나를 때리고 갔다. 당시엔 내가 평화주의자여서 맞고 말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힘의 논리에서 밀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계단에서 넘어져서 새끼손가락이 아팠는데 담임선생님도 할머니도 괜찮다고 해서 넘어갔었다. 엄마한테는 보여주면 혼날 것 같아 이야기를 안 했는데 나중에 엄마가 휘어진 손가락을 발견하고 병원에 갔더니 부러졌다 잘못 붙어서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엄마가 되어 생각해보면 너무 안쓰럽다. 아프다는 것조차 나의 느낌을 믿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신념이 부족했다는 점이.

애들이 혼날까 봐, 엄마가 나를 탓할까 봐 아파도 꾹꾹 참지 않도록 언제나 네 편이란 믿음을 주어야 할 텐데....


첫째 아이는 친구와의 문제가 있을 때 내가 친구 입장을 설명해주면 난리난리가 난다. 엄마는 친구만 좋아하고 자기는 싫어한다고. 어이가 없으면서도 어떤 기분인지 알 거 같기는 한?


초1쯤 말썽이 심한 남자애가 하굣길에 나를 때려서 엄마한테 일렀을 때 들은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네가 뭔가 맞을 짓을 했으니까 때렸겠지. 네가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해."

엄마는 나를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으셨던 걸까? 예의 바른 아이? 배려심이 넘치고 희생적인 아이?

안타깝게도 나는 자존감이 낮고 위축되는 아이로 자라 버렸다. 준비물 같은 것도 맨날 반 친구한테 뺏기고, 혹은 양보하고... 지금 생각하면 자발적 빵셔틀?


부모가 아이에게 관계에서 어떤 포지션을 주는지는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나도 아마 약간은 양보 잘하고 예의 바르고 배려심이 있기를 바랐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첫째가 동생이나 친구들에게 지나치게 양보하고 속상해하는 것이다.

"네 마음이 가장 중요하니 네가 속상해가며 양보할 필요는 없는 거야."


엄마처럼 키우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첫째의 놀이치료 선생님은 아이가 자신이 없고 남만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나처럼 추워도 옷을 더 입을지 말지조차 나의 의견을 묻곤 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여러모로 많은 것이 괜찮지가 못한, 예민한 데다 행복하지 못했던 불안정 애착의 엄마가 아무리 겉으로 애를 써도 예민한 내 아이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놓은 감정을 다 느끼며 자라는 건가?

아니면 이건 그냥 부모가 어떻게 해주기 힘든 타고난 기질?

초등학교 때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마음 붙일 곳 찾기가 힘들던 나는 책으로 도망쳤다.

그나마 집에서 했던 노력... 처음에는 엄마가 힘들까 돕고 싶은 마음에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칭찬은커녕 하지 않으면 혼이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금쪽이에서 오박사 님이 이야기했던 고마움의 반대말이 당연함이란 말이 뼈저리게 와닿는다.

그 당시 나를 위로해준 건 사람이 아니라 책이었다. 정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으며 치유를 하고, 언니와 동생이 잘못했는데 네가 동생이니까, 네가 누나니까 참으라는 말을 들으면서는 '신데렐라' 주제가를 읊조리며 마음을 달랬다. 초등학생 때 나는 맨날 책을 본다고 혼났던 아이인데(엄마 말로는 혹시 자폐 아니야? 싶게 소설책만 봤다고...) 그것이 나를 지켰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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