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이 지리한 과정 속에서도 건져 올려야 할...

by 밍밍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경제적인 타격을 메우느라 일을 늘렸고, 동시에 법적인 절차들이 조금씩 내 시간을 앗아갔다.
겉보기엔 별다른 일이 없는 듯 보이지만, 마감이 긴 과제처럼 늘 머리와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전국민마음투자사업을 통해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첫 회기에서 상담사는 검사와 약물 복용을 권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약으로 감정을 눌러 편안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이 상태가 불편하더라도, 나는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이 일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려면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결과를 오롯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상담실에서, 나의 어떤 취약점이 이런 사건과 이런 사람을 끌어들였는지 의식과 무의식을 뒤지려 했다.
그때 상담사가 조용히 말했다.

“이 일에서 그런 인과관계는 없습니다. 그냥 우연이 겹쳐 일어난 사고에 가까워요. 내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똑같이 되었을 겁니다.”

그 말은 의외로 나를 붙잡았다.
내 탓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보면, 모든 일이 결국 나의 잘못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이다.
그 함정은 내 사고를 집어삼키며 끝없이 자책하게 만든다.

피해자, 생존자… 이런 단어들도 솔직히 지겹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위해 살아남고, 스스로를 더 잘 돌보며 살아가고 싶다.

“그래도 제 잘못도 있지 않겠냐”는 나의 말에, 상담사는 되물었다.
“내 내담자가 이런 상황이라면,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시겠어요?”

나는 잠시 침묵했다.
아니다. 절대 그렇게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나에게 가장 엄격하고 가혹한 존재라는 것을.

그래서 다짐했다.
남을 어여삐 여기듯 나도 어여삐 여기며, 자기 자비를 마음에 새기겠다고.
비록 길고 고된 길일지라도, 그 길을 걸어가고 싶다고.

이번 주, 3회 차 상담에서 받은 질문이 오래 남는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나는 답했다.
“평화롭게, 갈등이 없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래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큰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잘 처리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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