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이 되어야 하는 대중교통 정책 쉽지 않은 이유?
지난달(10월) 국회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가 있었습니다.
올해 국토위 국정감사에서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나 LH 공사 철근 누락 순살 아파트 등 최근 3~4개울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국토교통부 관련 굵직한 이슈들이 많이 있어서 대중교통 할인 정책이 쟁점 이슈로 부각되지는 못했지만 매일 아침저녁으로 서울-경기 지역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분들이나 자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이 발이 되는 브런치스토리 독자님들에게는 매우 커다란 관심사일 겁니다.
대중교통 관련 정책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총선 시즌이 슬슬 시작되고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게 실감 나는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은 취지나 목적, 정책 수혜 대상까지 일반 국민들과 가까운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서민 친화적인 범주의 정책에 들어갑니다. 게다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배출 줄이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환경 문제 차원에서도 접근이 가능한 게 대중교통 정책입니다.
단순히 교통 분야에 대한 지원과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인들의 경우 출퇴근 문제와 일자리 및 경제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고, 이동권 보장 차원에서 사회 문제이기도 하며, 대중교통 노선이나 지하철역에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나 사회적 인프라가 달라지기 때문에 부동산 문제와도 관련이 있으며, 폭넓게 보면 복지 분야까지 포괄하는 만큼 대중교통 관련 정책들은 민감하기도 하고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전국 지자체들에서 대중교통 지원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지원 정책의 큰 틀의 목적은 동일해 보이지만 세세히 들여다보면 각자 자기들의 정치적 목적이나 정책 홍보 브랜드로 삼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불붙기 시작한 대중교통 할인 및 지원 정책의 출발은 지난여름에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대중교통 K-패스 도입 발표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여기에 서울특별시가 새로운 대중교통 정책으로 월 6만 5천원 부담하는 기후 동행 카드를 내놓기로 해서 더욱 불을 지폈고, 경기도 역시 이에 질세라 더 경기 패스라는 서울시와는 조금 다른 방식의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수록 좀 더 할인해 주는 방식의 대중교통 지원책을 내놓았습니다.
대중교통을 매일 애용하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지자체별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 누가 누가 더 잘하나? 누가 누가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나? 비교해 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적어도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은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 경기도 3각 경쟁 체제가 내심 반갑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불붙기 시작한 대중교통 할인 및 지원 정책들이 선의의 경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엇박자 정책으로 볼 수 있는 요소들도 있습니다.
어디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서 대중교통 할인 정책이 달라지고, 각 지원 정책마다 세부적인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이용하는 승객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먼저 서울특별시의 기후 동행 카드의 경우 일단 브랜드 네이밍은 잘 한 것 같습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기후와 대중교통을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동행이라는 단어를 써서 네이밍을 했는데 문제는 실효성입니다.
현재 발표된 것으로는 6만 5천원인데 이 금액에 과연 엄청난 메리트가 있는 수준 인가에는 고개가 갸우뚱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패턴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기본 버스 요금 1,500원 잡고 대략 44번 이상 탑승해야 하는데 성실 근면하다면 출퇴근하면서 한 달에 50번 가까이 어렵지 않고 충분할 수도 있는데 전날 회식이나 야근 등으로 다음날 약간 늦장 부리면 자가용, 택시 며칠 이용하면 실제 혜택은 줄어들게 되고, 날마다 꼬박꼬박 대중교통 이용하는 분들이나 주말에 데이트나 모임 나갈 때도 대중교통 이용하거나 아니면 중, 장거리 멀리 출퇴근하는 사람이 유리한 방식의 대중교통 지원 정책입니다.
이것은 이용객 입장에서 실효성 문제이지만 많이 이용할수록 할인해 주는 게 타당하다고 볼 수 있고, 금액을 좀 더 상향한다거나 추후 정책 보완이 이루어지면 가능한 부분이니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고 봅니다.
둘째 주변 지자체와의 연동 및 통일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 입니다. 아까 선거 관련해서 정치적 치적이나 업적 차원에서 정책 홍보의 목적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시민들 입장에서 좀 더 대중교통 지원책을 크게 체감하기 위해서는 일원화가 필요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고 크게 생활권은 같지만 시장과 도지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대중교통 정책이나 수혜를 받는 정도가 많이 달라지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서울의 기후 동행 카드 정책에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는 불참하고 경기도의 더 경기 패스에 서울은 또 불참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고, 이원화 삼원화 되면 복잡해지기만 하고 실질적인 혜택은 줄어드는 셈이 됩니다. 가령 일산에서 상암동으로 출퇴근하는 경우나 판교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가정해 보면 아침에 일산에서 출근할 때에는 경기도 대중교통 할인 정책을 따라야 하고, 상암동에서 퇴근할 때에는 서울 기후 동행 카드를 이용해야 하는 식으로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삼성의 폴더블폰 플립 광고에서 제각각 플레이로 광고하던 게 떠오르는데 대중교통 정책이 인접 지자체마다 다르면 엇박자로 혼란을 가중시키게 됩니다. 지자체별 통 큰 합의를 통해 촘촘한 대죠 교통 지원책의 설계가 필요하며 통합된 대중교통 할인 및 지원 정책이 더 큰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분들에게는 어찌 보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생각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 눈을 돌려 지방으로 내려가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바로 세 번째 문제가 가장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울 및 수도권 혹은 광역시 급의 대도시에 살면 좋은 점 중 대표적인 게 바로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다는 점일 겁니다. 지하철이 뚫려 있고, 광역버스와 시내 노선버스도 다양하고 지방은 자차가 없으면 이동하는 데에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됩니다.
똑같은 15km 거리를 이동하는데 서울이나 수도권은 지하철 한 방에 1시간도 안 걸리고, 광역버스로 한 방에 이동이 가능한데 지방에서는 여기서 내려 갈아타고 저기서 바꿔타고 해야 합니다.
환승이 뭐 어렵냐고, 수고 좀 더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반문하실지 모르겠지만 수도권 지하철, 버스 환승을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지방에서는 환승 시간이 몇 시간 걸리는 경우도 있고, 어떤 노선은 몇 시간에 한 대만 운영하고 있어서 우스갯소리로 서울 올라가는 시간 보다 더 걸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소도시는 그나마 상황이 괜찮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농어촌 시골 지역으로 갈수록 더 심각해집니다. 버스 시간에 생활 방식이나 읍내 업무 일정을 맞춰야 합니다. 갑자기 이용하던 노선이 없어지기도 하고, 배차 간격이 길어지고, 버스 크기도 미니버스로 작아지기도 하고, 정류장까지 걸어 나가는 데 3~40분 걸리기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년 총선(선거)이 다가오는데 정치권이나 지자체장들이 대중교통 지원 정책에 크게 신경 쓰는 일이 지극히 당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중요합니다. 대중교통을 시민의 발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우리들의 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울, 수도권은 하나로 통합된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해 보이고, 지역의 경우는 대중교통 지원 정책을 다각도로 생각하고 예산을 늘려나가면서 대중교통 사각지역과 취약지역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지역의 대중교통 체계를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브런치 스토리 독자님들은 지자체들의 대중교통 할인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