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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워킹맘의 길을 선택했나

일도, 아이도, 함께 자라는 삶 (2)

by 해바라기

내가 워킹맘의 길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딸이었다. 그때는 아직 아들이 태어나기 전이었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몸도 마음도 무척 힘들었다. 출산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아이는 조산으로 작고 연약하게 태어났다. 병원에서 처음 아이를 품에 안았던 순간은 기쁨과 함께 걱정으로 채워졌다. 회사로 돌아갈 날이 다가올수록 불안감과 죄책감은 더 커졌다. 그렇게 어렵게 얻은 아이와 낮 동안 떨어져 있다는 게 견디기 힘들었다. ‘정말 일을 하는 것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매일 마음속에 품고 다녔다.


그때 나를 붙잡아 준 것은 친정아버지였다.

“너 자신의 삶을 놓지 않아야 결국 아이도 행복해진다.”

처음엔 쉽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의 이 말은 내 삶의 방향을 지켜주는 단단한 기둥이 되었다.


첫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면접을 봤고, 다행히 합격했다. 출근 날짜는 첫째가 6개월이 되는 시점으로 조율했다. 첫 출근하는 날 아침, 현관에서 나서며 마음이 참 아팠다. 이불속에서 작고 여린 아이가 조용히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회사에 가는 매일, 마음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녔다. 회사가 나와 아이를 갈라놓는 것 같아 매일 힘들고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즐겁게 일하는 다른 워킹맘들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그들이 어떻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지 궁금했다. 여러 워킹맘들에게 힌트를 얻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육아든 일이든 시간을 들여야 하는 문제였고,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라는 현실을 깨달았다. 결국 대부분은 친정어머니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로서의 내 역할을 누군가에게 넘기는 게 싫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역할이라도 나만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믿었다. 아이와 직접 시간을 보내며 부대껴야만 진짜 부모와 자녀가 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항상 문제는 ‘시간’이었다. 도움을 받으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였지만, 나처럼 엄마로서의 역할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에겐 쉽게 풀 수 없는 숙제였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일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랬다. 나는 나만의 다른 길을 찾아보고 싶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길이지만, 나를 희생하지 않고도 아이와의 시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길을 내가 찾아 딸에게 꼭 전해주고 싶었다.


지금은 그 답을 조금씩 찾아가는 중이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상황도 점점 나아졌다. 어느 정도 삶의 균형을 잡고 궤도에 올라왔다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이 길을 잘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편에서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 헤맸던 이야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한 시행착오들을 함께 나눠보고자한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아이와의 시간을 지키려 했던 작은 시도들, 그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였는지 되짚어보려 한다.




여러분은 일과 육아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나만의 답을 찾으셨나요, 아니면 지금도 천천히 걸어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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