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으로 연결된 인연

by 김소희

이건 운명이다!


방송대 홈페이지에서 로그인을 했다.

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U-knou캠퍼스나, 수업/시험정보가 있는 myknou 둘 중 한 곳으로 향한다.

다른 건 잘 클릭하지 않데 그날은 평소와 다르게 학과 이름을 눌렀다.

진짜 무의식의 흐름이었다.

보건환경안전학교로 연결이 되고 자연스레 게시글을 둘러보았다.

'이건 뭐야?' 동공이 땡글해졌다.

-하계실험실습 특강 안내-

'이런 게 있어? 대박.' 광클감이다.

나를 더 미치게 만드는 한 줄이 있었다.

*선착순 20명 모집*

선. 착. 순. 이라니. 이건 못 참지.

서울지역은 수질시험법과 생활폐기물 관리네! OK!

바로 신청.


신청 후에 살짝 걱정이 되는 부문이 있었다.

수질은 1학기에 수강했던 과목인데 폐기물은 아직 배우지 않았다. 실습에 참여해도 되나.. 하며 갑자기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난 모르면 물어본다. 바로 학과에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수업을 들어도 상관없다는 답변이었다.

'혹시 수업 전에 보고 가면 도움이 되는 자료가 있을까요?'물으니 실험 전에 간단한 이론 수업이 진행된다고 했다. OK! 그렇다면 안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 전날, 폐기물 실험인 BMP테스트에 대해 네이*에서 찾아보았다. 딱히 설명이 된 자료를 찾지못했다.

요즘 친하게 지내는 챗 GP*에게 물었다. 너무 어렵게 어려운 단어들을 사용하기에 '초등학생에게 설명하듯 알려줘'라는 명령어를 추가하고 나서야 BMP테스트가 무엇인지 살-짝 알게 되었다.

수업날인 7월 26일이 되었다. 신청을 5월 말에 했는데 참 시간이 빠르다.


대학로 서울본부는 처음이었다.

(안내문에 혜화 서울본부라고 적혀있다 - 내가 아는 본부는 안성기 님의 애니콜 광고에 나오는 본부뿐인데 학교에 본부가 붙으니 쫌 낯설다. 이걸 알아들었다면 그대는 최소한 마흔 중반은 넘었을 것이다~)


학교 초입에 던킨 매장이 있다.

"여기가 여기였구나~작년에 여기서 먼치킨세트 샀던 기억이 나네."

그때만 해도 내가 이곳 학생이 될 거라는 상상도 못 했었는데 참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른다.

후훗


수업시작 시간이 가까워오며 교실이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난 이 낯선 느낌이 싫지 않다.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정면을 보거나 책상 위에 있는 자료를 보았다.

아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도 있고, 나처럼 새초롬하게 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론 수업 후 실험실로 내려가 실험복을 입었다. 자유롭게 4명씩 실험조를 만들라고 했다.

나는 고민도 않고 제일 앞에 있는 실험테이블에 섰다.

얼렁뚱땅 어영부영 모든 조가 만들어졌다. 실험기구가 나눠지는 사이 같은 조 사람들과 눈인사를 하였다.

한 명이 무척 낯이 익었다. 기억을 더듬었다.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아! 출석수업 때! 수질 실험실에서 봤다!

(와~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간단히 알려주겠다. 난 사람을 진짜 잘 못 알아본다. 그런 내가 출석수업 때 한번 본 사람을 알아본다는 건 스스로 감탄할 일이었다.)


"저기 혹시.. 저희 초면이 아닌 거 같아요."

"네 맞아요."

"그쵸? 같은 조였나.... 맞은편 조였나... 그랬던 거 같아요."

그분도 나와 같은 기억을 갖고 있었다. 먼저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단다.

같은 실험조였던 분들과 합이 잘 맞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역할 분담도 좋았다.

DO, SS, 인산염인 실험까지 큰 탈없이 조교님의 도움 아래 잘 끝냈다.

3시간 전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 하나 없어서 조용히 앉아있던 나인데 지금은 웃으며 신나서 실험하고 있었다.

실험 때문인지 사람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같은 조인 세분이 모두 4학년이라서 내가 이거 저거 많이 물어보았다.

이런 귀한 시간도 잠시였다. 그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항상 방송대 인연들과는 딱 이 정도 거리일 때 인사한다.

손을 흔들며 내일이라도 다시 만날 듯한 목소리로 외친다.

"다음에 봬요."

아쉽지만 슬프거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마흔이 넘으니 작은 인연을 붙잡으려 애쓰지 않는다. 진짜 인연을 흘려보내도 돌고돌아 만나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