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나은 결정을 하는 방법 [삶]
가치관 × 내가 가진 정보 × 개인화
내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는 풍족한 세상이다.
BBQ 치킨이 먹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그런데 매장 오픈까지 2시간이 남아 있었다. 좌절한 나는 다른 메뉴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흘러 처음 보았던 그 매장이 다시 눈앞에 열려 있었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였다. 매장이 열렸는데도, 처음부터 먹고 싶던 치킨과 그 사이에 찾아본 새로운 메뉴 중 무엇을 먹을지 또다시 고민에 빠진 나를 발견한 것이다. (내가 유독 결정을 못 내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편의와 개인의 자유가 높아진 세상은, 사실 동시에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어딘가에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우리는 ‘손해 보는 것’에 더 민감하고, 선택에는 항상 기회비용이 따라온다. 기회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더 많은 기회비용을 검토하게 되고 머리는 금세 마비가 온다.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이런 사회와 상관없이, 나는 원래도 결정을 잘 못 하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그런 내가 가치관을 세우고부터 선택이 조금씩 편해졌다. 방향성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택’과 ‘결정’은 또 달랐다.
선택은 의식적인 것이지만, 결정은 그 선택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뉘앙스를 품고 있다. 즉, 선택에는 반드시 방법론이 따라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정에는 방법론이 따라온다. 내가 선택한 것을 ‘하기로’ 결정하는 순간부터 “어떻게 할 건지”가 함께 따라오기 때문이다.
나는 그 방법론이 “가치관 × 내가 가진 정보 × 개인화”의 공식으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선택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나름의 가치관 영향을 받는다. 내가 더 추구하고 싶은 의미를 향해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그 발을 내딛고 나면, 현실의 조건과 상황, 맥락, 감정 같은 수많은 검토 요소들이 그 자리에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부터 선택이 ‘결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시작된다.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어떻게”, “어떤”이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이걸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여러 방법 중 어떤 걸 고를지?” “어떤 것으로 구매하지?” 등이다. (물론 아주 가벼운 결정들은 이 과정을 거의 생략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중요한 사안일수록, 여러 가치와 조건이 서로 부딪혀 그 어느 것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온다. 이때부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마비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요즘은 정보나 지식의 양이 부족해서 못 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혹은 새로 찾아낸 정보로 어느 정도의 방법을 정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까지는 자연스럽게 해낸다.
나는 여기에서 한 발짝만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부분이 본능처럼 잘 작동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게 바로 ‘개인화’의 영역이다. 말 그대로, 내 스타일에 맞추는 것이다. 세상의 정답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을 조합하는 것.
특히 삶에 대한 열정이 큰 사람일수록 더 잘해내기 위해 점점 효율적인 정답을 찾아 나서다가, 정작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놓치곤 한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방법은 또 다시 새로운 방법을 찾아 탐색하게끔 만든다. (혹은 포기하거나)
“이 방법이 내게도 맞는가, 자연스러운가.”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까, 아니면 이 방법을 조금 수정해볼까.” 넘쳐나는 정보에 쉽게 압도되는 우리는, 종종 ‘나에게 지속 가능한 방식’이 결국 가장 좋은 선택임을 잊는다.
가장 완벽한 결정은, 이렇듯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시작된다. 그 방향들 중 하나를 실제로 해내는 과정을 머리에 그리고, 그 과정 자체를 나에게 맞게 조정해 가는 것. 나는 그 지점에서 비로소 ‘결정’할 수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