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사이에 친구가 있나요?

사람친구에 대해 [재밌는 생각]

by 서 희

남사친 여사친은 있을까?

https://youtube.com/shorts/zv0l7rWJPqc?si=1kXneafz_Pn1oqv-


나는 덱스가 참 멋있다.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말할 때 느껴지는 아우라가 좋다.
최근에 우연히 덱스의 ‘남녀 사이 관계’에 관한 쇼츠를 봤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있냐, 없냐.”
언제 꺼내도 사람들 도파민을 끌어올리는 오래된 단골 주제다.

오늘은 이 주제에 관해,
덱스와 99% 같지만 1% 다른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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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사이에 친구 없어요. 저는 좀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서영이랑 저랑 비행기를 타고 가다 추락해서 살아남았는데 무인도에 떨어졌어요.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고 그대로 시간이 흘렀을 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 덱스


1. 이 질문이 깔고 있는 숨은 전제

“남사친, 여사친은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사실 이런 전제가 깔려 있다.


“이성적 끌림이 생기면, 그 순간부터는 친구가 아니다.”

즉, 친구라면 이성적 끌림을 느끼면 안 된다는 조건이 숨어 있다.


이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

모든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에게 이성적 끌림이 1도 없어야 하고

친구였다가 연인이 되면, 그 전까지의 시간까지 “사실은 친구가 아니었다”라고 취소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첫눈에 반한 사이가 아니었다가,
친하게 지내는 동안 어느 순간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는 걸.

그렇다면 적어도 그 시기만큼은 분명 친구였다.
그리고 그 친구였던 시간이 있었기에 연인으로 발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나는, 논리적으로 말하면 이렇게 생각한다.


“남녀 사이에는 ‘친구인 시기’가 분명 존재한다.
그러므로 ‘친구는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설령 나중에 연인이 되더라도.”


2. 사람들이 진짜로 묻고 싶은 것

그런데 우리가 이 질문의 느낌을 이미 알고 있다.
사람들이 진짜로 묻고 싶은 건 사실 이런 것이다.


“남녀 사이에 평생 감정이 안 생길 수 있느냐?”

“아예 0%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성 친구가 있느냐?”


다시 말하면,

“남녀 사이는 잠재적으로 연인 발전 가능성을 품고 있는가?”

에 대한 질문이다.


그래서 이 논쟁은 언제나 두 가지가 뒤섞여 있다.

실제로 친구로 지내는 시간과 관계를 말하는 사람과

평생 단 한 번의 감정 변화 가능성까지 포함해
형이상학적으로 0%냐 아니냐를 묻는 사람이 섞여 있다.

이 둘이 분리되지 않으니, 대화가 늘 어딘가 엇갈린다.


3. 나의 입장: 친구는 있다, 가능성도 있다

나는 이렇게 정리한다.

남녀 사이에는 분명 친구가 있다.
다만, 내 성적 지향 안에 있는 상대라면
발전 가능성이라는 잠재력 역시 완전히 0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성적 지향이라는 건 결국 “내가 끌림을 느낄 수 있는 방향”이다.

그 방향에 있는 사람들에게 “난 이 사람과는 절대 그런 일 없을 거야”라고
100% 장담하는 건, 솔직히 말해 나 자신에게도 과한 확신처럼 느껴진다.


물론 만나보면 “이 사람은 아무리 봐도 연인으로는 상상이 안 된다.”

라는 느낌이 분명히 오는 경우도 있다.
그 감각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미래를 모른다.
관계는 환경·조건·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이 둘이?” 싶은 조합이 어느 순간 연인이 되기도 하고 오랫동안 친구였던 사이가 예상치 못하게 사랑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내 성적 지향 안에 있는 상대와의 관계에 대해
미래를 100% 단언할 수는 없다.”

정도까지가 솔직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첫눈에 반한 사이가 아닌 이상,
연인으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반드시 “친구인 시기”가 존재했을 것이다.


4. 결국 이 질문은 어디로 향하는가

그렇다면 이 질문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남녀 사이에 친구가 있느냐, 없느냐.”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갈라진다.

친구인 시기가 있으니, 친구는 있다.

언제 깨질지 모르니, 결국 진짜 친구는 없다.


결국 이 질문은
“정답 싸움”에서 “태도와 행동”으로 흘러간다.

우리가 실제로 궁금한 건 이쪽에 더 가깝다.

“남/녀 사람 친구를 인정하는 사람의 행동양식”

“남/녀 사람 친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의 행동양식”


어떤 사람은
“남녀 사이 친구는 없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자기와 애인에게 엄격한 경계를 세운다.

반대로 “남녀 사이에도 친구는 있다”라고 믿는 사람은
조금 더 느슨한 거리와 상황을 허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 기준을 두고 밤새 술 마시며 떠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5. 다시, 덱스의 말

이쯤에서 덱스의 말을 다시 가져와보자.

“친구라는 거는 환경이나 사회적인 게 뒷받침해줄 때나 친구지. 실제로 깨지는 경우도 너무 많고… (중략) 다만 친구 사이가 유지되게 노력하는 것뿐이죠. 서로의 선을 넘지 않고 액션을 취하지 않는 게 암묵적으로 약속이 되어 있다는 것. 그런데 그게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은 게 남녀관계라고 생각합니다.”
– 덱스


정말 중요한 지점이 다 포함되어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이나 사회적인 게 뒷받침해줄 때나 친구”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은 게 남녀관계”

"서로의 선을 넘지 않고"


우리에게 무인도 추락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사실상 오지 않는다.

사회·환경·상황이
남녀를 “친구 상태”로 묶어두고 있는 동안,
그 관계를 친구라고 부른다. 구조가 이미 우리의 태도, 행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래서 논리적으로는,


“남녀 사이에 친구로 지내는 시기와 관계가 있다”
→ 따라서 “남녀 사이에도 친구는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덱스의 말처럼
그 친구 관계가 언제 깨질지,
언제 다른 감정으로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친구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가 선을 넘지 않으려 조심하는 관계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이에서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친구선’ 안에서만 지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이것이다.


우리는 각자 그 선을 어디에 두고,
어떻게 행동할지 스스로 정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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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음은 늘 먼저 움직이고, 관계는 변할 수 있다

섹슈얼하게 전혀 느껴지지 않던 사람이
어떤 계기와 우연으로 갑자기
“선을 신경 쓰게 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마음은 늘 먼저 움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관계에 어떤 변수가 들어올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언제든 남녀 관계는 깨질 수 있고,
언제든 다른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남녀 사이 친구는 없다”라며
자기와 애인에게 철저한 기준을 세우고,


누군가는 “남녀 사이에도 친구는 있다”라고 말하며
어느 정도의 느슨함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가치관의 차이를 두고
우리는 밤마다 토론하고 웃고 떠드는 것 아닐까.


7. 내 결론

내 결론은 이렇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있냐, 없냐”는
생각보다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그 질문에 대한 나의 입장에서 출발해


“나는 어떤 기준을 세울 것인가,
그래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이 선택만이 실제로 남는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덱스 옆에 앉아 같은 질문을 받는 출연자였다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 같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있든 없든, 그건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 중요한 건 ‘이 사람에게 내가 어느 정도의 마음을 느끼는지’이고, 그 감정에 따라 내가 어디까지, 어떤 선으로 행동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뿐이에요.”

“언젠가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그게 그다음 운명이 되는 거죠. 그때는 친구라는 이름이 깨지는 게 아니라, 관계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바뀌는 거라고 느껴요.”

“그래서 저는, 남녀 사이는 미리 규정할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은 사이일 수는 있지만, 그건 ‘질서가 무너진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감정이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존재라는 뜻에 더 가깝다고 봐요.”

“결국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이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감정을 바탕으로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책임 있게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덱스와 99% 같고 1% 다른 나의 생각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전해졌다면 좋겠다.


ps.

편의를 위해 남녀 관계라는 톤을 유지했지만 이 부분은 모든 성적지향을 뜻한다.

이 주제는 더 다양한 층위로 확장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남녀 사이 주제에 대한 다음 글은 내가 생각하는 감정의 연속성에 대한 부분을 다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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