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는 시험

내가 좋아하는 계절

by 정담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계절은 단연 여름이었다.

그땐 지금처럼 뚱뚱하지도 않았고, 나시티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게 자연스러웠다. 외모에 대한 신경 따위는 없었기에 썬크림도 바르지 않은 채 산이며 바다며, 동네 구석구석을 누볐다. 집에 붙어 있기보다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던 나는, 역마살이 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바다가 참 좋았다.

햇볕에 까맣게 탄 얼굴은 겨울이 되어야 다시 제 색을 찾았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그 모습이 마치 화장을 한 듯 새롭게 느껴져 꽤 마음에 들었다.


봄이 새싹의 싱그러움이라면, 여름은 마치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너 살아남을 수 있겠니?” 하고 시험하는 계절 같았다.

집에서 키우던 방울토마토도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매년 여름이면 타들어갔다. 내 손이 마이더스의 손이 아니었기에,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한 탓도 있었겠지만, 언제나 여름은 식집사로서의 내 한계를 드러내는 계절이기도 했다.


결혼 후, 남편과 둘이 떠났던 바닷가 캠핑도 잊을 수 없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 아래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다니던 그 시간은 그 자체로 자유였다. 물론 이후에는 소금물에 절인 고등어처럼 피부가 따갑고, 모기의 기습에 원치 않는 헌혈까지 했지만. 그때만큼은, 헌혈증이라도 받고 빵이라도 하나 얻어먹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나는 내가 사는 이 땅, 대한민국이 좋다.

기후변화로 인해 사계절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라 좋고, 여름은 여름이라 좋고, 가을은 가을이라 좋고, 겨울은 겨울이라 좋아서, 어느 계절 하나 버릴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여름.

덥다덥다 투덜대면서도 바깥을 기웃거리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어디론가 나가고 싶어지는,

나의 생명력을 시험하는 이 계절이 결국은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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