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기억에 남는(준, 받은) 선물
나는 참 큰 선물을 받았다.
십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이제는 반품도,
교환도 안 되는 소중한 존재.
그 이름은 ‘남편’, 아니 ‘내편’이라는 선물이다.
올해가 딱 결혼 10주년이다.
결혼할 때 내게 단 하나의 바람이 있었다.
바로 변하지 않는 마음.
사람 마음이 쉽게 바뀐다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돈은 맞벌이로 벌면 되고,
양가 부모님께 드릴 효도는 각자 셀프로 하기로.
내가 진짜 원했던 건,
사랑받고 사랑하며 온전히 살아가는 삶이었다.
내편을 만난 건 의외로, 온라인 게임에서였다.
자립 후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마주한 '혼자'의 시간은
참 낯설고 외로웠다.
그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게임 속,
나는 ‘발컨’(발로 조종하는 수준의 컨트롤)을 가진 유저였다.
현질은 안 하고, 그저 힐러 캐릭터로 버텼다.
고난이도 조작이 필요한 역할이었지만,
다행히 좋은 파티원을 만나 당당히 말했다.
"나 발컨인 거 알지? 죽을 것 같으면 물약 빨아~"
그때도 내편은 내편이었다.
보조 법사로 나를 도우며 파티의 전멸을 막아줬고,
그렇게 우리는 친해졌다.
온라인에서 연락처를 주고받고, 통화까지 하게 되었다.
그땐 그냥 편한 '언니' 같았던 사람.
그런데... 어찌나 말이 많은지.
전화기를 내려놓을 틈 없이 주제는 끊이지 않고 몇 시간이고 이어졌다.
정모에서 실제로 만난 내편은... 말라깽이 그 자체였다.
172cm에 52kg.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았고, 퍽! 치면 휘청거릴 정도였다.
매너 좋고 착한 사람이었지만,
스스로를 ‘오빠’라고 부르는 모습은 어색했다.
“오빠가 해줄게”라는 말에, 속으로 '왜 내가 해줄게 라고 안 하지?’ 하고 생각했다.
어쨌든 우린 편한 친구처럼, 연인처럼,
모든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 아이, 전 연인, 가족 이야기까지 다 꺼냈다.
그래서일까, 과거 이야기가 나와도 싸우지 않는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니, 웃으며 넘긴다.
내가 전 여자 친구 이야기를 하며 약간 장난을 쳐도,
신랑은 그냥 웃는다.
지나간 일이니까,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나는 어린 시절 느꼈던 결핍을 자존감 책을 통해 마주했다.
그리고 그 결핍을 지금의 내편에게 사랑받으며 채워가고 있다.
“나 사랑해?”라고 물으면 “어, 당연하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안다.
“나 예뻐?”라고 물으면,
거짓말은 못 하는 사람이라 “아니, 귀엽지.”
내가 “안 예쁜 여자라서 미안해~”라며 장난치면
“예쁜 여자랑 어떻게 살아, 귀여우니까 사는 거지.”
논리 같지도 않은 논리.
하지만 그 안에 진심이 담겨 있다는 걸 나는 안다.
그 사랑을 통해, 나는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전, 체험단으로 점을 보러 갔을 때였다.
뜻밖에도 “몇 년 뒤 신랑이 바람수가 있어~”라는 말을 들었다.
순간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법사님은 말했다.
“벌어지지 않은 일로 미리 걱정하지 마.”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틱낫한 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과거에 머물지 말고 미래를 꿈꾸지 말라.
마음을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라.”
그래,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산다.
내 시간들은 언젠가 과거가 될 테고
죽을 만큼 힘들었던 일들도, 언젠가는 다 지나갈 것이다.
나는 살아 있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이 순간을 웃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새로운 삶이라는 선물을 준,
가장 큰 선물, ‘내편’이 내 곁에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란다.
하지만 언젠가 그 시간이 다해 내편이 곁을 떠나더라도,
나는 살아낼 것이다.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그 아름다운 기억들을 가슴에 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