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웃게 했던 말한마디
어느 날, 외부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운전대 앞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찰나,
뒷자리에서 아들 유준이가 간판 하나를 읽는다.
“염치미남국수!”
그리고는 갑자기,
“엄마, 미남이야? 아니야?”
라고 묻는다. 순간 빵 터짐.
"유준아, 미남이 무슨 뜻인지 알아?"
"아니요"
"그런데 그 말은 어디서 들었어?"
"TV요! 거기서 '미남이야? 아니야?' 이렇게 말했어요."
아하~ 예능을 봤구나 싶어 미남, 미녀, 그리고 그 반대말인 추남, 추녀까지 알려줬다.
"미남은 ‘아름다울 미’ 자에 ‘사내 남’ 자를 써.
그러니까 잘생기고 멋진 남자.
미녀는 예쁜 여자."
아이의 반응은?
"오~ 미남! 미녀! 멋진 남자, 예쁜 여자!"
그런데… 갑자기 기습 질문이 날아온다.
"엄마는 미녀에요? 추녀에요?"
띠용~
순간 머리가 하얘진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
살짝 고민하다가 에둘러 이야기했다.
"유준아, 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
예를 들어 같은 음식을 먹어도 유준이는 맛있다고 하고, 엄마는 별로일 수도 있잖아?
예쁘고 안 예쁘다는 것도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단다."
그렇게 무난하게 넘어가려는데...
"음… 그럼 엄마는 미녀!"
응?
순간 너무 놀랐고, 그러다 웃음이 터졌다.
예쁘다는 말… 어른이 된 이후로 누군가에게 들어본 적 있었던가?
신랑조차도 "예쁘다" 대신 "귀엽지~"라고 에둘러 표현했는데
아이의 그 말 한마디에 입꼬리가 슬며시 귀까지 올라간다.
"유준아, 엄마를 예쁘게 봐줘서 고마워~"
그리고 이어지는 궁금증.
"그럼 아빠는?"
"음… 아빠는 추남!"
엥? 그건 또 무슨 기준이야 ㅋㅋㅋ
내 눈엔 신랑 외모가 나보다 나은데!?
"왜 아빠는 추남이야?"
"못생겼으니까!"
"그럼 유준이는?"
"난 미남!"
"근데 유준아~ 넌 아빠 닮았다고 다들 그러잖아.
그럼 유준이도 추남 되는 거 아냐?"
순간 아이의 눈이 데굴데굴 돌아간다.
반박할 순 없지만 인정하기도 싫은 듯…
"아빠는 추남이고 난 미남이야!!"
그래서 설득 아닌 설득을 해봤다.
"주변에서 유준이 아빠 많이 닮았다고 하는데~
아빠가 추남이면 유준이도 추남이 되는 건데 괜찮아?"
"으… 음… 그럼 아빠도 미남."
ㅋㅋㅋ
추남이 되기 싫은 아이의 기막힌 합의!
"우와~ 우리 집은 다 미남미녀네~?"
그렇게 도착한 집.
남편에게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줬다.
혹시 아들도 "아빠는 미남"이라 말할까 내심 기대했던 것 같은데…
첫 대답 듣고 나서는 똥 씹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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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는 말,
살아오며 들어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아이의 한 마디에 이렇게 기분이 좋아질 줄은 몰랐다.
유준이의 ‘미의 기준’은 알 수 없지만,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웃게 했다.
그리고 느꼈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봐주는 말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도 있구나"
앞으로 나도
아이에게, 남편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자주, 더 따뜻한 말을 건네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하루.
아이에게 또 하나 배운 날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