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0세 시대를 위한 운전법

읽고 만나고 걷고 쓰는 삶의 기술

by 윤석구

[100세 시대를 위한 BMW 운전법]
읽고, 만나고, 걷고 쓰는 삶의 기술 <좌충우돌 인생2막 69호. 2025.10.30>


인문학 강의실에서 만난 손관승 교수는 기자 출신으로 전 세계를 누빈 뒤, iMBC 사장을 거쳐 인문학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역경(逆境)은 거꾸로 읽으면 경력(經歷)”이라며, 인생의 굴곡을 성장의 자산으로 바꾸는 법을 들려주었다.


강의의 주제는 ‘100세 시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였다. 전반기의 인생이 도전과 성취의 시간이었다면, 후반부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손 교수의 답은 명료했다. 지금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하고 성찰하는 이 시간이 바로 해답이라는 것이다. 인문학은 단순한 교양이 아니라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묻는 삶의 나침반이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그는 100세 시대를 변화시키는 세 가지 거대한 파도로 ‘장수, 기술 발전, 사회 변화’를 꼽았다. 과거의 18세 대학 입학, 30대 결혼, 60세 은퇴라는 인생 공식은 무너졌고, 이제는 시간과 공간, 인간관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일본 경영학자 오마에 겐이치의 말을 빌려 ‘나를 바꾸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시간을 바꿔라.

하루 24시간은 같지만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둘째, 장소를 바꿔라.

집과 직장만 오가던 일상에서 벗어나 제3의 공간을 찾아야 한다


셋째, 사람을 바꿔라.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이 사고의 틀을 깨고 인생의 가능성을 넓힌다.

그리고 손 교수는 인생의 나침반으로 BMW를 제시했다.
그동안 그는 은퇴 이후 비용과 건강을 위해 주로 대중교통 수단인 Bus, Metro, Walk로 생활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삶을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즐기는 새로운 방식으로 BMW를 해석한다.
즉, BMW는 자동차가 아니라 삶의 엔진이자 생존 전략인 셈이다.


B는 Brain(Book), 곧 읽자생존(讀者生存)이다.
책을 읽는 것은 단순한 정보의 습득이 아니라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훈련이다.
손 교수는 “읽지 않으면, 생각도 멈춘다”라고 강조하며, 독서를 삶의 필수 습관으로 제안했다.
나 또한 10년 전 읽었던 병자호란 책을 다시 펼치며, 그때는 보이지 않던 문장 하나에서 새로움을 배운다.

M은 Meet(Meal), 곧 먹자생존(食者生存)이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식사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고 삶의 풍요를 느낄 수 있다.
혼자 밥을 먹는 시대일수록, 함께 먹는 한 끼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는 일상의 사례로 보여주었다.
그동안 자주 만나던 익숙한 모임을 넘어, 새로운 인연과의 식사 속에서 또 다른 배움과 지혜가 자란다.

W는 Walk(Write), 곧 걷자생존(步者生存)이자 쓰자생존(筆者生存)이다.
걷는 것은 몸과 마음을 단단히 하는 행위이며, 글쓰기는 그 과정을 기록하고 성찰하는 방법이다.
손 교수는 좌절과 전환의 순간마다 걷고 쓰며 자기 삶의 방향을 찾았다.
나 또한 제주 한 바퀴를 걸으며 마음의 먼지를 털어냈던 기억이 있다.
걷고 쓰는 일은 결국 자신을 단단히 세우는 가장 인간적인 습관이었다.

이렇게 읽고, 만나고, 걷고, 쓰는 단순한 실천이
세월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품격 있게 늙어가는 인문학적 생존법임을 강조했다.

그래, 읽자!
그래, 먹자!
그래, 걷자!
그리고 쓰자!

오늘 강의실을 나서며, 나는 다시금 내 삶의 BMW 시동을 켠다.

2025.10.29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영학박사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래살자. 그래,고마워,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