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빛 하나가 되는 마음

전국어울림조정대회에서 만난 금융 재능기부의 시간

by 윤석구


[작은 불빛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
<좌충우돌 인생 2막 75호. 2025.12.11>

전국어울림조정대회에서 느낀 공동체의 의미


11월 중순부터 전국퇴직금융인협회 재능기부 일환으로 타 금융해설사 등과 함께 학교를 찾아다녔다. 마곡의 Y고, 일산의 I 중, 은평구의 C고까지 강의를 마쳤고 연말까지 추가로 네 곳의 학교가 예정돼 있다. 노트북과 USB 하나 들고 ‘금융의 기능, 소비와 저축, 투자와 투기, 환율과 주식, 금융사기 예방법’까지 100페이지가 넘는 강의안을 풀어내다 보면 두 시간이 물 흐르듯 지나간다.

행사장에서 직접 금융상담 재능기부에 임하는 퇴직금융인협회 안기천회장(중앙)
실내 조정경기

수학능력고사가 끝나고 대학 입시 원서를 작성하기 전까지 고3 학생들은 비로소 긴 숨을 내쉰다. 각 학교에서는 인문학 강의, 취미 수업, 명사 초청 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그중에 금융특강도 자리하고 있다.
강당에 200명 가까이 모여 듣는 수업도 있었고, 방송실에서 각 교실로 송출하는 형태도 있었다. 집중해서 듣는 학생도 있었지만,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거나 오랜 수험 끝에 잠시 깊은 잠에 빠진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지친 마음을 떠올리면, 그것 또한 그들에게 필요한 쉬어가는 시간일지 모르겠다.

그런 일상 속에서 유독 마음 깊이 새겨진 하루가 있었다.
고양특례시 주관으로 장애인을 위해 열린 전국어울림조정대회. 어울림누리 체육관에는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의 실래 조정대회에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난타와 무용, 음악 공연이 식전행사로 이어지고 체형분석·심폐소생술·사다리 타기·주사위 던지기·타투스티커 등 다양한 체험 부스도 마련됐다.

우리 전국퇴직금융인협회도 안기천 회장 리드 아래 금융교육 및 1:1 특별상담 부스를 운영했다. 기초 금융교육은 물론이고 상품 소개 및 재테크 상품안내와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처럼 점점 교묘해지는 금융사기 예방을 게임과 퀴즈로 풀어 설명하니, ‘정답 맞히고 선물 받아 가세요!’라는 안내판 앞에서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부스 앞에서 한 장면이 내 걸음을 멈추게 했다.
키가 훤칠한 고교생이 아버지 손에 의지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몸은 불편해 보였지만 표정만은 누구보다 환했다.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빛에는 긴 세월 함께 버텨온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그 모습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무대 앞에서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던 참가자들의 얼굴은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체육관 문을 나서면 다시 각자의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 한쪽이 저릿해졌다.

20여 명의 금융해설사들과 함께한 하루.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체육관을 나서는 길, 마음속에서 조용히 기도가 피어올랐다.
“이 친구들에게 더 많은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길.”
그리고 불현듯 아무 탈 없이 자라준 내 자녀들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그 마음이 천천히 가슴을 채웠다.

전국어울림조정대회의 이름처럼 우리가 서로 기대고 밀어주며 살아가는 사회였으면 한다. 조금 느린 이들에게 편견 없이 다가가고, 조금 빠른 이들이 손을 내밀어 함께 걸어가는 사회. 그런 따뜻한 공동체로 한 걸음 더 다가가길 바란다.

실내 조정기구의 밧줄을 힘껏 당기며 “영차, 영차!”를 외치던 아이들에게 그날 나는 마음속 가장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그 하루는 내게 다시 일깨워 주었다. 누군가의 삶을 밝히는 작은 불빛 하나가 되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이 있기에 나는 앞으로도 금융재능기부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임을. 중고등학생은 물론 취약계층, 복지관, 북한이탈주민 등 금융교육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갈 것이다. 작은 불빛 하나라도 되고 싶은 마음으로....


2025.12.6 고양어울림누리 체육관에서
(yskwoo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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