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재(鈍齋)의 가르침 : 몰입과 공감으로 가는 리더의

by 윤석구

[둔재(鈍齋)의 가르침: 몰입과 공감으로 가는 리더의 시간]

어느 시대 어느 곳이나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가는 곳마다 고수 한 분은 꼭 계시지만, 정작 세상을 울리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고 본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이들의 발자국이다.

동국대 행정대학원 CEO 인문학 최고위과정 우리 24기 라스트 강의에서 마주한 박영희 주임교수님의 특강은, 선생님의 아호 ‘둔재(鈍齋)’가 품은 겸손과 그 안에 숨겨진 서늘한 통찰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오늘 강의 주제는 서너 가지였지만, 특별히 몰입과 집중, 그리고 공감의 주제가 깊이 와닿았다.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요약한다.


첫째, 바람을 등지는 고수의 여유

우리는 흔히 변화의 바람이 불면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둔재 선생님은 고수(高手)의 비결을 ‘순풍(順風)’에서 찾으셨다.

하수는 바람을 마주 보고 버티다 고통받지만, 고수는 바람을 등지고 그 힘으로 풍차를 돌린다.

“기세의 높이가 삶의 높이다.”

AI라는 파도 아래 흐르는 변화의 방향을 먼저 읽는 자만이 시대의 바다를 지배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었다. 이는 단순한 적응이 아니다. 변화의 본질을 꿰뚫어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전환하는 노련한 항해사의 지혜다.


둘째, 몰입(沒入), 시간을 멈추고 자아를 넘어서는 힘

화이트보드 위를 가득 채운 ‘몰입(沒入)’과 ‘집중(集中)’이라는 글자는 리더가 도달해야 할 정신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교수님은 집중(集中)의 ‘集’ 자를 풀이하셨다. 새들이(隹) 나무(木) 위에 모두 모이는 모습. 흩어진 마음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이 집중이라면, ‘몰입’은 한 차원 더 깊은 경지다.

나를 지우고 대상과 하나가 되어 시간이 멈춘 듯한 ‘시간 왜곡 현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장자가 말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포정이라는 요리사가 소를 해체할 때 칼과 소, 그리고 자신이 완전히 하나가 되었듯, 몰입하는 리더는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지배한다.

그 치열한 몰입의 깊이가 인생의 등급을 결정한다.

셋째, 기술을 넘어 인격이 된 ‘공감(共感)’

강의의 종착역은 결국 ‘사람’이었다. 화이트보드에 적힌 ‘소통(疏通)’은 화려한 화법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공감’에서 완성된다.

리더의 소통은 ‘갑’의 권위를 내려놓고 상대의 눈높이로 내려가는 공감에서 시작된다.

“소통은 기술이지만 공감은 인격이다.”

이 문장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임을 일깨워 주었다.


둔재 선생님의 뜨거운 주문,
“도전하라, 깨어나라, 일어나라”

지난 우리 24기의 강의장 벽면을 가득 채운 문구들은 학생들의 앞날을 축복하는 선생님의 간절한 기도와 같았다.

“나는 더 밝은 미래로 나갈 것이다”,
“나는 더 넓은 세상을 볼 것이다”,
“나는 더 높은 비전을 품을 것이다”라는 선언 아래, 교수님은 제자들에게 끊임없이 주문하셨다.

“도전하라! 깨어나라! 그리고 일어나라!”

스스로를 낮추는 ‘둔재’의 마음으로 매일 고민하는 리더에게는 반드시 삶이 확 달라지는 임계점이 찾아온다.

“존중하지 않음이 없다(母不敬)”는 가르침을 품고, 시대의 변화에 맞서 인문학 소양 함양에 뜨겁게 포효하는 교수님의 열강에 깊은 경의와 응원을 보낸다.

‘둔(鈍)’은 무디다, 느리다는 뜻이다. 세상은 날카로움을 찬양하지만, 무딘 칼은 힘을 모아 단단한 것을 벤다. 느린 자는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

박영희 교수님의 ‘둔재(鈍齋)’라는 호(號)는 세상의 소란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겠다는 철학적 선언이다.



둔재의 깊은 울림을 북극성 삼아, 우리 또한 흔들리지 않는 공감의 리더로 힘차게 일어설 것이다.

지난 우리 24기 원우님들과 함께했던 보석 같은 시간들, 모두에게 영광과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드리며,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둔재 박영희 교수님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2025.12.17
우리 24기 원우 우리 창고에서
꽃우물 가는 길에…
by sk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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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둔재 선생님이 들려주신 공감의 고전

특강에서 박영희 교수님께서 ‘공감’의 의미를 더 깊이 설명하시며 두 성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톨스토이’
공감을 통한 성자로의 성장. 톨스토이가 50세 전후 깊은 정신적 성찰을 통해 깨달은 것은 외적인 성공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과 삶의 본질에 공감하는 성자로서의 삶이었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 속 ‘레빈’이 농민들과 함께 풀을 베며 경험한 몰입 또한 단순한 집중이 아니라, 자연과 노동,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깊은 정서적 공감이 이루어졌을 때 도달한 무아지경의 상태를 의미한다.

‘자공(子貢)’
공감으로 지킨 6년의 세월에서, 공자의 제자 자공이 스승의 묘소 곁을 6년간 지킨 것은 단순한 의무감이 아니었다. 스승의 가르침과 그 고귀한 뜻에 깊이 공감했기에 가능했던 행동이다.

비즈니스에서 자공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꿰뚫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공감 능력이었다.

“소통은 기술이지만, 공감은 인격이다.”
박영희 교수님이 강조하신 이 말씀을 다시 한번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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