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띠 새해의 문턱에서, 赤兎馬의 선택

by 윤석구

말띠 새해의 문턱에서, 赤兎馬의 선택]
<좌충우돌 인생2막 78호. 2026.1.1>


赤兎馬

새해가 밝았습니다.


재작년 넷플릭스를 통해 장장 80편이 넘는 삼국지를 편당 두 시간씩 감동 깊게 시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붉은말의 해, 하지만 왜 토끼 토(兎)를 썼을까?


赤兎馬(적토마), 그것은 붉은빛 털을 지닌 토끼처럼 빠른 말을 의미히지만, 삼국지는 이 명마를 속도가 아닌 선택으로 기억합니다.

말은 다시 달릴 채비를 하고,
사람은 다시 길을 고릅니다.
새해의 문턱에 서면 우리는 자연스레
어디까지 왔는지보다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적토마는 처음 董卓(동탁)의 손에 있었습니다.
권세로 세상을 움켜쥐려 했던 자,
두려움으로 다스리려 했던 자의 곁에서
말은 불안과 함께 머물렀습니다.
동탁은 呂布(여포)를 얻기 위해 적토마를 내주었습니다.

"人中呂布 馬中赤兎"
천하의 용맹과 천하의 명마가 만났으나
그 만남에는 믿음보다 계산이 먼저였습니다.
여포는 강했으나 머물 줄 몰랐고,
동탁은 품었으나 지킬 줄 몰랐습니다. 권세로 맺은 인연은 권세로 끊어지고,
결국 동탁은 자신이 키운 칼에 쓰러집니다.

능력은 충분했으나 의리가 없는 힘은
끝내 천하를 얻지 못했습니다.
적토마의 진정한 빛은
關羽(관우)와 함께 천 리를 달릴 때 비로소 완성되었습니다.
관우는 유비와 떨어져 조조의 진영에 있으면서도
형제의 의리를 잊지 않았습니다.
조조는 관우를 후하게 대접하며 붙들고자 했고,
적토마까지 하사했으나
관우의 마음은 이미 劉備(유비)를 향해 있었습니다.

"五關斬六將(오관참육장)",
다섯 관문을 넘고 여섯 장수를 베며
천 리 길을 달려 관우가 찾아간 것은
권세도, 안락함도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의였습니다.
적토마는 그 길을 함께 달렸습니다.
아무에게나 몸을 맡기지 않았던 말은
의리를 택한 주인과 함께할 때
비로소 천하의 명마가 되었습니다.

관우가 전장에서 쓰러진 후,
적토마는 다시는 달리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속도보다 방향을,
힘보다 뜻을 따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적토마는 처음부터 명마였습니다.
그러나 누구와 함께 달리느냐가 그 빛을 완성했습니다.
권세는 사라져도 신의는 남고,
속도는 잊혀도 방향은 기억됩니다.

2026년 병오년 새해,
적토마가 관우와 함께 달렸듯
나는 누구와 함께 달리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가를
스스로 묻고 또 묻겠습니다.
권세보다 사람을,
속도보다 방향을 택하며
조금씩 걸어가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병오년 새해 아침 꽃우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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