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以心傳心)의 마케팅, 50% 앵커링 효과]
새해 첫날밤, 도봉구 수락산 자락에 있는 수락휴(休)에서 하룻밤 추억을 쌓자는 둘째 딸 내외의 초대가 있었다.
아내는 괜히 마음이 분주해졌다.
뭐라도 맛있는 걸 챙겨주고 싶은 마음인 듯 백숙 만들자며 오리 한 마리를 사 오라는 부탁이다.
정초 첫날, 별생각 없이 이마트에 들렀다.
그런데 웬걸, 사람들이 수십 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줄을 서 있다.
이유가 궁금해 전단지를 들여다보니, 다양한 상품이 무려 50% 세일이었다.
계란도 50%, 채소도 50%, 과일도 50%.
더구나 등심과 삼겹살까지 50%라니.
당초 계획했던 오리는 세일 품목이 아니었지만 한 마리를 사고,
삼겹살과 목삼겹살도 인당 두 팩씩 챙겼다.
계란까지 손에 들고 나니 벌써 침이 꿀꺽 넘어간다. 노릇노릇 지글지글 익어갈 삼겹살에 새해 귀밝이 주(酒) 한 잔 꿀꺽 마실 생각을 하니 마음이 벌써 설렌다.
딸 내외의 초대라는 사실이 기분을 더 부풀린다.
마케팅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고객을 끌어들이는 대폭 할인 전략도 있고,
진정성으로 다가가는 방식도 있다.
이번 이마트의 50% 세일은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은 경우처럼 느껴졌다.
50%라는 숫자에는 힘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앵커링 효과'라 부른다.
원래 가격을 먼저 보여준 뒤 절반으로 할인하면, 소비자는 엄청난 가치를 얻는다고 느낀다.
더구나 신년 4일간 한정이라는 희소성까지 더해지니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설 수밖에 없다.
옛말에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 했던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헤아려 내놓으니, 사람들 마음이 절로 움직인 것이다.
미국에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
'블랙프라이데이'라 하여 대규모 할인 행사가 열린다.
국내에서도 다국적 기업인 코스트코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코스트코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이 아니다.
회원제로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고,
대용량 판매로 단위당 가격을 낮추며,
자체 브랜드 '커클랜드'로 유통 마진을 줄인다. 결국 고객에게 실질적 혜택을 돌려주는 구조다. 국부 유출이 아쉽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이해하지 못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신년 벽두에 이마트가 펼친 50% 대폭 할인은 국내 유통 시장에 꽤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본다.
고객은 만족하고, 매장은 북적이며,
기업 역시 신뢰를 얻는다면 이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다.
집 근처를 봐도 그렇다.
이마트는 늘 사람들로 붐비는데,
바로 옆 롯데마트는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교통은 오히려 롯데마트가 더 편한데도 말이다.
결국 답은 하나다.
고객의 마음을 얼마나 먼저 헤아렸느냐의 차이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고객가치 창출'이라 부르지만, 결국은 섬김의 마음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연초에 선물 받는 듯한 기분을 주는 대폭 할인, 카트 안 가득 담긴 삼겹살과 목삼겹, 그리고 계란 네 판, 이런 행사가 분기마다 한 번쯤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이찌보면 상생마트의 표본이지 않을까.
이제 서둘러 수락산으로 가야겠다.
수락휴 배정집 '어린 왕자' 방에서 딸 내외와 함께 이 삼겹살을 지글지글 구워 소주 세 잔을 천천히 마시며, 이 신년의 넉넉함을 나눠야겠다. 더불어 인근 명사찰에서 부처님께 삼배도 드릴생각이다.
외손주 서진이 손을 잡고 수락산 자락을 걸으며
"할아버지가 이마트에서 대박 쳤단다"
하고 자랑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50% 세일의 기쁨보다
손주와 함께 맞을 병오년 둘째 날 첫 일출이
아마도 올해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한강변에서 부광약금(浮光躍金)을 보고,
수락산에서 정영침벽(靜影沈璧)을 경험할
그 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6.1.3. 11:58 꽃우물 이마트에서 by sk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