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1188의 기억] "마른 나무에 기름칠 하다"..남북 언어의 간극(32)
" 기름칠" 보위부 출신 나운석 참사의 농담을 네이버에서 검색...사적 영역 표현
남측 주재원 남자 세 명과 근무하는 김명옥 행원 불안감에 추가 인원 고용 채근
'미남' 나운석 참사. 그는 이순의 나이가 되었고, 고위직에 승진하지 않았나 싶다.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다짐을 하고 지낸 지 얼마 후였다.
"윤 선생, 공화국에 와서 2주씩 있다가 남측 다녀오는데 어떻게 지낼 만합니까? 마른나무 기름칠은 어찌 자주 합네까?"
남북회담 단골 참석자였다는 북측 보위부 출신이라는 나운석 참사가 또 농담을 건넨다. 개성공단에서 반년 넘게 지내며 토지공사에서 만났던 만 참사와는 대조적으로 그와는 제법 친해졌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미남이고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특히 대한민국 지형을 훤히 알고 자본주의 이해도도 높은 그였지만, 이번엔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뭐요? 마른나무에 왜 기름칠을 합니까? 그럼 불나는 것 아닙니까?"
"윤 선생, 뭐 다 아시면서..."
나 참사가 빙그레 웃으며 지점을 나간다. 그런데 최근 들어 2주에 한두 번은 꼭 오는 것 같다.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마른나무 이야기를 옆에서 듣던 북측 직원은 실실 웃으며 밖으로 나간다. 둘 간에는 뭐가 통하는 게 있는 듯 해 보였다.
서울에 나와서 네이버 검색을 했다. '마른나무에 기름칠하다'는 "이미 완벽한 것을 또 고치려 한다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는 헛수고"를 뜻하는 속담이었다. 하지만 문맥상 다른 의미로 쓰인 것 같았다.
며칠 후 나 참사가 다시 왔다. "나 참사 선생, 지난번 마른나무 기름칠이 정말 무슨 뜻입니까?"
"윤 선생, 정말 모릅네까?"
그의 표정에서 답을 얻었다. 남북한이 같은 언어를 쓴다 해도 60년 분단이 만든 언어의 간극은 생각보다 깊었다. 특히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사적인 영역일수록 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가 자주 오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북측 직원이 한 명만 근무하다 보니, 그들의 구조상 반드시 두 명이 짝을 이뤄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솔직히 남측 주재원 남자 세 명이 근무하는 지점에 북측 여직원 혼자 있는 것이 그들로서는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 '남의 은행'도 아닌 '우리은행'이 한 달 북측 직원 노력비(급여) 57.5달러가 없어서 그럽니까?"
은행 인사부서에서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변명에 그가 던진 말이었다.
한 명 더 채용해 달라는 그의 요구에 두 달은 견뎠지만, 언제 어떤 측면에서 꼬투리를 잡힐지 몰라 격주 말 본사 국제부를 찾아 주간 동향 보고와 함께 인력 증원도 요청했다. 조만간 승인도 있을 것으로 보일 때였다.
"나 선생, 본사에 아무리 기름칠해도 연기도 나지 않습니다. 불이 날 시기는 아무래도 입주기업이 본격적으로 생산 활동하는 개성공업지구가 북적북적할 때쯤, 그때 은행 본사도 불이 날 것 같아 보이는 데 어찌하지요!"
서로 웃으면서 농담 속의 진담을 주고받았다.
한 달 후 추가 인력 한 명 채용 승인을 받아 통지했다. 하지만 인력 채용 공지부터 면접, 공식적 채용 완료까지가 현지 지점장의 판단이 아닌 그들 내부에서 나름 의 연고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임의로 보내니 답답할 뿐이었다. 어떤 새로운 식구가 올진 알 수 없었다. 서울로 귀국한 안 차장의 후임이 누가 될지 궁금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 참사가 개점 1년 되는 시점에서 말하길 남측의 늑대 세 마리가 북측 여직원 한 명 어떻게 하는지 염려되어 자주 방문하며 추가 인원 요청했다고.
그런데 필자의 100일 근무 소감 글에 안심이 되고 마음 놓여 그다음부터는 발걸음을 줄이고 또 기름칠 이야기 속 한 명을 추가 채용해 주어 본인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이 연재를 쓰면서 잘생긴 나 참사도 이제 지천명을 넘기고 이순에 다가왔을 텐데, 최고참 직위에 있을 것이고, 인간적으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이 없지 않다. 이산가족이 고향 산천을 그리워할 그 마음이 어떠할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