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귀향길 7일차 아침 1편, 우보천리(牛步千里), 소처럼 걷는다
7일차 아침, 출발을 앞두고 짐을 챙겨 차에 실은 뒤 우보 아카데미 식당으로 향했다. 식판에 밥을 담아 자리에 앉으니 마침 맞은편에 김병일 원장님이 계셨다. 정중히 인사를 드리자 원장님께서는 내 갓을 유심히 살펴보시며 조용히 바로잡아 주셨다.
"갓은 곧게 세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살짝 기울여, 눈이 갓의 끝단 사이로 보일 정도로 써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야 눈매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도령의 단정한 모습이 아니라 방자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그 한마디에 식당 안에는 잔잔한 웃음이 번졌고, 아침 공기는 한결 부드럽게 풀렸다.
식사를 마치고 로비를 지나치는데 우보(牛步) 컬렉션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를 깎고 흙을 빚어 만든 소들이 저마다의 자태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크고 작고, 검고 밝고, 무겁고 가볍고, 그러나 하나같이 뒷걸음치지 않는 표정이었다.
"소의 걸음이 느린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소는 절대로 뒷걸음치지 않거든요. 그리고 오래 갑니다. 오래 가는 것이 결국에는 가장 빨리 가는 것입니다."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님의 우보천리(牛步千里) 경영철학이다. 3일간 너무도 편안한 잠자리와 따뜻한 식사를 내어주신 HK 여주아카데미에 다시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소처럼 묵묵히, 뒷걸음치지 않고 걷는 이 귀향길과 윤 회장님의 철학이 묘하게 겹친다. 퇴계 선생의 귀향길도 결국 우보천리였을 것이다.
아쉬움이 없지 않다. 윤 회장님께서 애지중지 가꾸신 콜마 무궁화 역사문화관을 이번에도 끝내 들르지 못했다. 버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문화관 건물을 눈으로만 배웅하며, 수년 전 방문 당시의 기록으로 마음의 빚을 대신할 뿐이다.
발걸음을 옮기는데 세종대왕 영릉(英陵)이 코앞이다. 이 땅의 성군께서 "어찌 문안 인사 한 번 없이 그냥 가느냐" 꾸중하시는 듯한 느낌이 역력하다. 두 손 공손히 모아 영릉을 향해 망배(望拜)를 올린다. 대왕이시여, 부디 이 걸음을 굽어살펴 주소서.
2026.4.5 7시49분 출발지 흔바위나루 강천섬 이동중에 버스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