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선생 귀향길 10일차 1편, 유지경성(有志竟成) <좌충우돌인생2막 92호 - 1>
귀향길 열흘째 아침이다.
어제 한벽루에서 전문 교수의 특강 중 퇴계 선생의 경(敬)에 대해 질문을 하려다 참았다. 지금까지 배운 퇴계 선생의 경(敬)은 "마음을 바르게 지키고 늘 깨어 있으려는 삶의 태도로, 욕심과 잡념을 다스리며 학문과 수양의 근본이 되는 실천이다"라고 가슴에 새기고 있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팍 들어오지 않는 개념이다.
마침 동국대 성장인문학 최고위과정 박영희 주임교수께 퇴계 선생 귀향길 재현단으로 참가하여 퇴계 정신을 배우고 경(敬)을 실천하려 다짐 중이라며 문안 톡을 올렸다. 박 교수님께서는 교수님이 좋아하는 경자의 경구로 답장을 보내주셨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문은 '경(竟)'입니다.
'유지경성(有志竟成)' 때문입니다.
有志竟成은 흔히 듣는 고사성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단순한 끈기 이상입니다. '뜻이 있는 사람은 마침내 성공한다'는 뜻으로, 목표를 향한 굳건한 의지와 지속적인 노력이 결국 결실을 맺게 됨을 강조하는 말이죠.
저는 有志竟成의 진정한 가치는 목표에 대한 깊은 이해와 믿음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목표가 불확실하거나,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아무리 끈기가 강해도 오래 지속하기 어렵죠.
이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자신을 다잡고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出師表를 생각하며"
편지를 읽고 한참을 멈추었다. 퇴계 선생의 경(敬)과 박 교수님의 경(竟) — 한 글자 차이지만, 두 글자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음을 붙들고, 끝까지 가는 것 아닐까.
그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어제 한벽루의 기억이 밀려왔다. 대금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퇴계, 서애, 아계, 세 분의 시판 글귀도 눈에 아른거린다. 더욱이 핸드북 『온고지신, 퇴계의 긴 미래를 열다』를 꼼꼼히 살피다 보니, 2021년 귀향길 재현 당시 퇴계 선생과 제자 유성룡 선생의 시판을 한벽루에 걸었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다시금 이 길의 무게와 의미가 가슴으로 들어왔다.
하룻밤 신세를 진 제천 청소년문화원을 뒤로하고 버스에 올랐다. 오늘은 청풍 관아에서 단양 향교 구간이다.
청풍나루터에서 청풍크루즈호에 승선하여 장회나루까지 이동한다. 충주댐 건설로 불가피하게 옛길이 수몰되며, 발목의 휴식 겸 드디어 물 위로 길이 이어진다.
배 위에서 김병일 원장께 경(敬)에 대해 내 가슴에 선명히 새겨지도록 여쭈어볼 생각이다.
2026. 4. 8. 청풍명월 청풍 관아 승선지로 출발을 앞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