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냥이 용순이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저녁,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나는 가장 먼저 용순이의 존재부터 찾는다.
어느 날은 현관 앞까지 와서 “냐앙” 하고 인사하고, 또 어떤 날은 구석에 숨어 있다가 느긋하게 고개만 끄덕여준다. 하지만 그 어떤 하루든, 용순이는 꼭 나의 무릎 위로 올라온다.
소파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다가와 다리 사이로 몸을 밀어넣고, 앞발로 툭툭 두드리며 자리를 내달라고 말한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하지만 이내 당연하다는 듯 무릎 위에 몸을 둥글게 만다. 부드러운 털이 다리에 닿는 순간, 그날의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 든다.
용순이는 말이 없는 대신, 온몸으로 말하는 고양이다.
그 작은 체온 하나로 “오늘도 수고했어”, “이제 쉬어도 돼”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가끔은 내 심장 소리를 들으며 졸기도 하고, 가끔은 눈을 꼭 감은 채 턱을 내 다리에 얹고 세상의 모든 평화를 누리기도 한다.
특히 집에서 밀린 업무를 할 때면, 노트북 앞에 앉은 나의 무릎을 차지하고 조용히 웅크린다.
바쁜 손끝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나를 지켜보는 그 모습은, 마치 “너 일하는 거, 내가 다 보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 조용한 동행은 집중과 위로를 동시에 안겨준다.
사실 나는 언제부터 용순이가 내 무릎 위를 ‘집’이라 여긴 건지 모른다. 그저 어느 날부터인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버렸다. 책을 읽을 때도, 영화를 볼 때도, 심지어 울컥한 마음으로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언제나 용순이는 말없이 내 무릎 위를 지켜주었다.
무릎 위에 올라온다는 건, 아마 고양이에게는 마음을 전부 내어준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 조용한 신뢰가 삶을 조금 더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고요하고 느린 시간 속에서,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안아준다. 용순이가 내 무릎 위에 있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이 된다. 어쩌면 사랑은 그렇게 조용하고 작게, 무릎 한가득 내려앉는 감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