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고양이, 아니 고양이를 닮은 나?

by 하린

우리 집에는 고양이 탈을 쓴 인싸가 산다. 이름은 ‘용순이’다. 낯을 가리기는커녕, 초면인 사람 무릎에 먼저 올라가 골골송을 틀어버리는 이 고양이를 처음 본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얘 고양이 맞아? 완전 개냥이잖아.”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인다. “너 닮았네.”

처음엔 웃고 넘겼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용순이는 내가 가진 성격을 고스란히 닮아 있다. 까불까불하고, 낯가림 없고,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인다. 내가 어딜 가든 졸졸 따라다니고, 뭔가 새로운 게 생기면 먼저 앞발로 건드려본다. 내가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는 날엔 용순이도 집 안을 날아다닌다. 반대로 내가 하루 종일 멍하니 있는 날엔 용순이도 소파에 붙어 꼼짝 않으며 같이 널브러진다. 이쯤 되면 진짜, 나의 복제 고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용순이는 우리 집의 공식 인싸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문이 열리자마자 현관으로 달려가 손님을 맞이하고, 소파에 앉으면 옆에 와서 옹기종기 붙어 앉는다. 특히 고양이를 처음 보는 사람 옆에 꼭 자리를 잡고, 애교를 퍼붓는다. 마치 “내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게”라고 말하듯이. 결국 집에 다녀간 사람들은 용순이 팬이 되어 돌아간다. “너희 집 고양이, 고양이 맞아? 완전 사회생활 고수잖아.” 이런 말을 듣는 것도 이제 익숙해졌다.

무엇보다 용순이는 기괴한 포즈의 마스터다. 아무도 없는 방 한가운데서 사람처럼 벌러덩 누워 있질 않나, 소파 위에서 한쪽 다리만 쭉 뻗고 엎드린 모습은 마치 요가 중간 단계 같다. 책상 모서리에 앞발 하나만 걸치고 있는 모습은, 보면 볼수록 미술관에 걸려야 할 작품 같다. 고양이가 어떻게 저런 자세로 멈춰 있을 수 있는지, 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다.

거기에 호기심은 만렙이다. 집 안에 새 물건이 들어오기만 하면 무조건 한 번은 건드려봐야 직성이 풀린다. 상자, 쇼핑백, 안경집, 필통, 때로는 내 머리끈까지. 무엇이든 “이게 뭐지?”라는 눈빛으로 툭툭 치고, 괜찮다 싶으면 한 입 베어물거나 안에 들어가 앉는다. 한 번은 내가 먹다 남긴 귤껍질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더니, 기겁하며 뒤로 벌떡 뛰어 물구나무를 섰다. 순간 너무 웃겨서 나도 같이 쓰러질 뻔했다.

오늘도 용순이는 책장 위에서 요가 자세로 나를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뛰어내려 부엌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싱크대 앞에 앉아 나를 쳐다본다. “오늘은 뭐 먹어?”라는 표정이다. 호기심 많고, 에너지 넘치고, 스스럼없이 사람에게 다가가는 성격은 분명 내가 가진 모습이다. 용순이는 그런 나의 모습을 고스란히 흡수했고, 어느새 닮은 성격을 자연스럽게 품게 됐다.

고양이는 독립적이고 도도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함께 사는 사람의 기질과 분위기를 섬세하게 읽고 따라간다는 걸 용순이를 통해 알게 됐다.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용순이를 닮은 걸까, 아니면 용순이가 나를 닮아간 걸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우리는 함께 웃고, 함께 까불고, 함께 멍 때린다. 서로 닮아가며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사이, 어느새 이 작은 존재는 내 삶의 가장 큰 위로이자 웃음이 되었다. 오늘도 용순이는 집 안을 뛰어다니다 말고 내 무릎에 올라와 앉는다. 까불다가도 스르르 안기는 그 모습이 꼭 나 같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루를 함께 보낸다. 활달하게, 엉뚱하게, 그리고 아주 유쾌하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살며시 그리고 스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