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할 때마다 손톱을 무는 버릇이 있다. 어렸을 적부터 생겨난 이 작은 행동은, 내겐 숨 쉬듯 자연스러웠다. 시험을 앞두고, 친구들과의 사소한 말다툼 이후에도, 밤잠이 들 무렵 문득 찾아오는 공허감조차도, 언제나 내 손톱 위에서 해소되었다. 그렇게 서른 살이 되어버린 지금도, 여전히 짧게 깎인 손톱을 바라보며 “바쁘게 자라지 말라”는 나만의 주문을 외운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지하철 난간을 붙들 때마다 본능적으로 손톱을 깨물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이미 불길한 예감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좋아했던 사람이 떠나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애써 모른 척했고, 그만큼 내 불안은 더욱 깊어졌다.
이별의 아침, 그의 메시지는 차갑게 빛났다. “미안해, 나는 자격없는 사람이야.” 그 단어들이 머릿속을 맴돌자, 나는 손톱에 이가 박힐 때까지 물었다. 피 묻은 입가를 닦으며 속으로는 “이렇게라도 아프면, 조금은 누그러질까”라고 되뇌었다. 하지만 고통이 깊을수록, 내 마음의 구멍은 더욱 커져만 갔다.
며칠 후, 거울 앞에 선 나는 물어뜯긴 손톱들을 보고 처음으로 울었다. 무심히 흘러내리는 눈물은, 이 작은 상처들보다 더 깊숙한 곳을 적셨다. ‘내가 이렇게까지 나를 다그쳤구나’ 하는 자각이 밀려왔다. 손끝을 들여다보며 나는 조용히 다짐했다. “너무 세게 물지 말자. 조금씩 천천히, 날 위해 살아보자.”라며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결심은 빠르게 행동으로 이어졌다. 예약 어플을 켜고, 가까운 네일숍을 찾아 팁 연장을 신청했다. 네일리스트가 내 손을 잡고 부드럽게 실리콘 팁을 붙이는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안도감을 느꼈다. 투명한 젤이 손톱 위에서 반짝이며 단단한 장벽을 만들어 주었다. “이제는 물 수 없겠지?”
처음 며칠간은 본능처럼 손이 올라갔지만, 팁의 단단함에 스스로 깜짝 놀랐다. “아프잖아, 부러질 거야.”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손을 내렸다. 그 작은 충격이 내 불안을 멈추게 했다. 대신 나는 팁의 매끄러운 표면을 쓰다듬으며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보았다.
팁 연장을 한 뒤 며칠이 지나자, 나는 손톱을 다시 물어뜯는 대신 가느다란 팁의 매끄러운 표면을 만지작거렸다.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손톱 위를 쓰다듬으며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렇다고 불안이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손톱을 통해 쏟아내던 자기 공격이 멈추자 마음속 작은 균열이 조금씩 메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뻗어 나온 손톱 끝을 바라볼 때마다 뿌듯함이 밀려왔고, 그 뿌듯함은 곧 나 자신을 돌보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아침마다 네일 오일을 발라 팁을 보호하고, 거울 속 손톱이 길어지는 모습을 눈여겨보는 일은 나만의 ‘작은 자존감 프로젝트’가 되었다.
하루하루 깔끔하게 연장된 팁 손톱을 보며 미소 짓는다. 가만생각해보니 이제는 손톱을 물어뜯던 날들이 먼 기억처럼 느껴진다. 그때의 나는 불안에 휩싸여 나 자신을 상처 내던 소녀였다. 하지만 팁 연장은 단순한 미용 시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게 “멈출 수 있는 용기”를 주었고,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아플 때까지 내 손톱을 물어뜯던 날들 대신, 나는 이제 손끝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천천히, 그리고 다정하게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