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이 주는 복합적인 감정

by 하린

올해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따르던 언니, 오빠들, 그리고 오랜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한다.


누군가는 오랜 연애 끝에, 누군가는 짧지만 깊은 인연을 만나 각자의 배우자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곁에서 진심으로 축하했고, 때로는 뒤에서 조용히 미소 지으며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좋은 인연은 어쩌면 준비된 사람, 혹은 일찍부터 운을 가진 사람에게 찾아가는 거라고 나는 믿었다. 그래서였을까. 나에게 인연이란 늘 멀고, 어쩐지 과분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한때는 정말 내 사람이라 믿었던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 모두는 결국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내 곁을 떠났다. 남겨진 나는, 다시 혼자가 되어 나를 다독이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남의 삶을 부러워하게 된다지만, 나는 요즘이 특히 그런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장면들, 예식장의 웃음소리, 손에 끼워진 반지 하나까지도 왠지 모르게 반짝여 보이고, 그것이 나와는 먼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물론 나는 그들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한때 나의 모든 일상이었던 친구들이 지금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이 나보다 훨씬 더 행복하길 바란다. 적어도 내가 바라보는 이 감정이 질투나 결핍이 아닌, 응원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나는 느리다. 어려서부터 무언가를 이루는 속도가 항상 남들보다 늦었다. 관계도, 감정도, 성장도 언제나 천천히 배워왔다. 그 느림은 때로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고, 때로는 나 자신을 탓하게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믿고 싶다. 그 느림이 나를 조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단단하고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고.

남들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그 길 끝에 서 있는 내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일 수 있다고.

올해의 나는, 조금 외로웠고, 조금 부러웠으며, 그만큼 더 자랐다.

그리고 오늘, 그 느린 걸음을 따라가는 나를 조금 더 사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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