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을 치르지 않은 언어들만이 진실이 되었다

꿈이 사라진 밤

by Rian

고요한 어둠 속에 조용히 사라졌다. 아무도 몰랐던 밤. 더 이상 그녀는 꿈꾸지 않았다.

아침 해가 더는 설레게 만들지 않을 때도, 내리는 꽃비를 피해 갈 때도, 흰 눈 위 발자국의 의미가 옅어질 때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삶은 나쁘지 않았다. 적당히 아프지 않고,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걱정과 상처도 그대로였지만. 이루지도 못할 것을 향해 달리는 어리석음은 젊음과 함께 저물었다.


꿈이 사라지던 밤. 유난히 반짝이던 별은 침묵 속에 홀로 떨어졌다. 밤새 울어대던 어느 이름 모를 새도 구슬픈 울음을 그쳤다.


쌓여갔다. 가라앉았다.


명확하지 않은 안갯속을 걸어갈 때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옳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믿음.

하지만 확신 없이 내딛는 발걸음과 뚜렷하지 않은 목표는 전부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무게의 중심을 옮길 때마다 불안의 씨앗을 뿌리며, 생각의 늪으로 끌려갔다.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마음들은 빠른 속도로 몸을 부풀려 그녀를 맴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뒤따르는 무겁고 깊은 위태로움은, 오직 그녀의 눈동자만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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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외로움의 산책은 끝나지 않고, 무언의 달은 눈부시다. 아련하게 도려낸 감정의 조각이 달빛에 빛난다. 괴롭고, 버겁다. 모든 숨결이 생생히 아파오고, 모든 온기가 무뎌진다.

기억의 사슬은 온몸을 조여왔다. 시간의 덫은 법칙을 무시한 채 높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희미한 비웃음만을 남긴다.

지성의 잔상은 더욱 어지럽게 만들며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휘날리던 단어들은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온몸에 콕콕히 박혀온다.

게으른 인간의 삶은, 숨의 굴레만큼 더디게 사라졌다. 저주의 말이 의미를 잃고 추락할 때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것은, 살아가는 것은, 살아야 하는 것은 이유가 아니었다. 값을 치르지 않은 언어들만이 진실이 되었다.


한참이 지난 어느 밤. 오랜만에 고개를 들어 올려본 하늘엔 별이 없었다. 그때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그 밤, 꿈이 사라진 밤. 그녀가 잃어버린 그날.

흘렸던 눈물이, 묵었던 아픔이, 몰려왔던 그리움이, 간절히 끌어냈던 희열과 함께 사라졌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녀가 잃어버린 것은 자그마한 행복이었으며, 식지 않은 열정이기도 했고, 뜨거웠던 청춘이기도 했다.

그녀가 그녀가 아니게 되었던 그날 밤. 그녀는 그곳에 있었고, 더 이상 그곳에 있지 않았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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