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것들은 서럽지만 고요히 빛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울지 말아요. 저의 부제는 순간입니다. 제가 이곳에 잠시 머물렀듯이. 그대의 그리움도, 우리의 삶에 지나가는 짧은 과정입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세요. 저도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뜨겁게 불타올라 재만 남았습니다. 슬픔도 그렇게 당신 곁을 떠날 것입니다.
찰나였습니다. 돌아보면 모든 시간들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더디기만 하던 십 대는 그리운 봄이었고, 이십 대의 꽃은 진한 향기로, 지난 생을 버티게 해주었습니다. 입김이 나기도 전에 겨울이 왔습니다.
삶은 아름답지요. 산다는 것은 고통이었지만, 행복했습니다. 그대를 만난다는 것은 우주에서 마주친 기적이었습니다. 우리가 나누었던 계절들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닙니다. 전 이제 잊혀집니다. 잊혀져 가는 것들은 서럽지만 고요히 빛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필요 없었습니다. 제가 가진 사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소중한 몇 명이, 수백의 숫자보다 낫다는 것은 뒤늦은 깨달음이었습니다.
하니 당신만 있으면 됩니다. 머물다 가세요. 제가 당신 마음에 그러했듯. 저를 지워 주세요. 당신은 당신의 삶이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놓쳐져야 합니다.
무엇이었을까요?
천천히 거닐던 숲내음 같기도 했고, 처마 끝에 떨어지던 빗방울을 닮기도 했습니다. 쏟아지던 별빛 같기도, 소복이 쌓이던 눈을 닮기도 했습니다.
생이라는 것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모른 채로 떠나는 것일 것입니다.
참 많이도 외로웠습니다. 오래도록 쓸쓸했답니다. 꼭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따뜻했던 미소도, 보드라웠던 숨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혼자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마지막 순간에나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맞는 걸까요?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인사를 고해야겠습니다. 이것은 당신의 작별입니다. 홀로 남겨진 이들의 이별은 길고도 질깁니다. 그대만 머무는 이곳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잊어 주세요. 잔향마저 거두어 주세요. 저 없는 곳에 이어질 우리의 사랑이 사무칩니다. 가끔 떠오르는 기억마저 어쩌지 못할 때는, 그저 기다려 주세요. 시간이 당신을 이끌어 줄 것입니다.
보잘것없는 저의 하루에 와주어 감사했습니다. 당신은 저였고, 저는 당신이었습니다. 저를 닮은 당신이, 당신을 닮은 제가 밉고, 어여뻤습니다.
기억은 제가 하겠습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