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렸던 시절도, 잊어버린 이상도 유리 벽 너머 쌓여 있다.
꿈, 열망, 기억이 가로, 세로, 높이 3m의 정사각형 유리 케이스 안에 담겨 있다. 유물이 되어 버린 꿈은 끝나지 못한 지난날에 머무른다. 잃어버렸던 시절도, 잊어버린 이상도 유리 벽 너머 쌓여 있다.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게 손끝에 전해지는 잔상들. 과거와 마주하는 순간.
돌아간다. 버리지 못해 그리운, 그때의 나로.
밤 하늘의 별. 수많은 반짝임. 이상하게 우주를 떠올리면 마음이 편했다. 나라는 작은 존재는 무한의 우주 안에선 그저 행성 속에 사는 먼지 같은 생명체. 너도, 나도, 우리는 영원의 세계 속에 스쳐가는 찰나의 시간일 뿐이다. 그러면 비교는 의미를 잃고, 질투는 무의미하다.
만화 영화. 예전엔 그렇게 불렀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저녁 시간대만 되면 밥도 먹지 않은 채 바보상자(예전엔 그렇게 불렀다) 앞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피구왕 통키, 시간 탐험대, 축구왕 슛돌이, 달려라 부메랑, 사이버 포뮬러, 천사 소녀 네티, 슬레이어즈, 무도사 배추도사, 머털도사, 에스카 플로네, 카드캡처 체리, 나디아, 물론 일요일에 디즈니 만화동산도 빠질 수 없다. 용산에서 떨면서 구했던 에반게리온, 공각기동대 역시.
인생의 7할은 여기에 바쳤으니 말이 많아진다.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과 옛날 만화들의 주제곡을 한참 불렀었다. 신기하게 예전 만화 영화 주제곡은 잊혀지지 않는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엔 주인공이 잃어버린 사진을 찾기 위해 그린란드로 떠난다. 사진작가가 바다 위 한가운데 있다는 말을 듣고, 그는 주정뱅이가 운전하는 헬리콥터를 타기 위해 뛰어간다.
그 순간 소심했던 그의 상상은 극적인 현실로 전환된다.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가 흘러나오고, 나의 비루했던 마음에도 불이 붙는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순간.
지금도 한 걸음의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듣는다.
한 번만 경계를 넘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희망은 좋은 겁니다. 아마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쇼생크 탈출의 명대사처럼, 언제나 파랑새를 잊지 않으려고 했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중 몇몇은 별을 보고 있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파랑새는 새장 밖으로 날아오른다.
텅 빈 유리 전시장 앞에, 오늘의 내가 서 있다. 오늘의 하루는 저 귀퉁이 한구석을 차지할 꿈이 될 수 있을까? 파랑새는 아직도 저 안에 있을까? 아직 비어 있는 케이스 앞에 채워질, 내가 모르는 것들은 얼마나 더 남아 있을까.
한 걸음의 용기가 필요하다.
경계를 넘으면 새로운 세계가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