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따뜻한 환대와 빛나는 리더십
산티아고 여행 5일째를 맞이하였다.
34일 중 7분의 1을 완수했다.
여행 초기를 나름대로 잘 견디며 조금은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 여행의 인솔자는 두 분이다.
오십 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 가이드와
실제적 책임자인 남자 부장이 총괄적으로 리드를 하고 있다.
이 분들은 차량 한 대를 가지고 짐을 운반해 주고
알베르게나 식당, 여정 등을 알려주는 일을 한다.
여자 가이드 분은 여행자들의 건강상의
문제들이 있는지 세심하게 여행자들을 보살펴 준다.
길을 걸을 때 낙오되거나 힘들어하는 분들을
곁에서 돌봐주며 길을 이끌어준다.
피레네 산맥을 비바람 속에 넘을 때
기진맥진한 나를 위해 초콜릿을 챙겨 주시던 기억을
아마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들을 위해 피레네 산 정상에서
죽을 끓여놓고, 비에 젖고 추위와 배고픔에 기진맥진한 우리들에게
해주었던 따뜻한 환대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그때 그 죽을 먹지 못했더라면
온몸이 와들와들 한기가 들어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한계에 직면하게 해 준 피내래 산맥
산 정상에서 비를 맞으며 먹던 고기야채 죽
세상에서 감동적인 환대였다.
수저와 고추장을 가지고
식당으로 오라는 공지를 보고 우리들은 모두 갔다.
식당에는 스페인 상추와 오렌지, 빨간 양배추 김치와 흰쌀밥
그리고 돼지고기 두루치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보자
모두들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빨간 양배추 김치는 메콤하면서 새콤한 것이
입에 찰싹 달라붙었다.
스페인 상추는 아삭아삭하니 식감이 좋았고
물기도 많아 우리나라 상추보다 더 맛이 좋은 것 같았다.
상추에 싸 먹기도 하고 두루치기에 비벼 먹기도 하며
즐겁고 행복한 저녁 만찬을 즐겼다.
특히 나의 식성을 보고 팀원들은 놀랐다.
그렇게 많이 먹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난 위기에 처하면 놀라울 정도의 식욕을 드러낸다.
어떤 여행지 어떤 음식도 잘 먹게 된다.
아마도 생존 본능인 듯하다.
그런 나를 보며 놀라는 팀원들을 보며 좀 부끄러웠다.
산티아고 까미노에서는
음식을 대하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여행지가 길이다 보니
음식이 있는 곳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숙소에서도 먹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모두 나름대로 비상식량을 챙겨 오기는 했지만
40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해결 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그리고 간편 식이어서 음식 맛을 제대로 느낄 수도 없다.
식사는 예약이 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때그때 본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두셋이 모여 식사를 하러 가기도 하고
더러는 혼자 대충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침은 주방에 포트나
음식을 조리할 수 있도록 시설이 된 알베르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알베르게도 많다.
일인용 포트를 준비해 오라고 했지만
짐이 많아서 그것까지 챙겨 오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개중엔 포트를 준비해 온 이가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식사가 끝나고 뒷정리를 하였다.
모두 설거지를 하고 남은 음식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함께 생활을 하다 보니 동료애가 생기는 듯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사람들의 성향이나 특징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모두 같을 수는 없지만
자기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을
배척하는 경향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상한 사람, 특이한 사람, 평범한 사람,
사람의 부류가 대충 이렇게 그룹 지어지는 것 같다.
나는 다른 이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여겨지는지 흥미롭다.
산티아고 까미노는 특별한 여정이다.
걸어서 800km를 간다는 결심을 하고 온 이들이다.
그 길 위에는 많은 변수가 있다.
이들을 인솔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디에서나 앞에서 사람들을 리드한다는 것은
많은 변수에 대한 대처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때로는 냉철한 이성이 때로는 따뜻한 감성이 필요한 일이다.
이 팀을 이끄는 리더들은 따뜻한 감성과 차가운 이성을 겸비한
훌륭한 리더들이다.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스페인 상추, 자주색 양배추 무침 등,
동서양의 재료와 요리법이 혼합된 저녁 만찬은
이 팀 인솔자들의 따뜻한 환대와 빛나는 리더십이었다.
로스 아르코스를 향한 내일이 여정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