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떼야에서의 저녁 만찬

부제: 따뜻한 환대와 빛나는 리더십

by 이슬

산티아고 여행 5일째를 맞이하였다.

34일 중 7분의 1을 완수했다.

여행 초기를 나름대로 잘 견디며 조금은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 여행의 인솔자는 두 분이다.

오십 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 가이드와

실제적 책임자인 남자 부장이 총괄적으로 리드를 하고 있다.


이 분들은 차량 한 대를 가지고 짐을 운반해 주고

알베르게나 식당, 여정 등을 알려주는 일을 한다.


여자 가이드 분은 여행자들의 건강상의

문제들이 있는지 세심하게 여행자들을 보살펴 준다.

길을 걸을 때 낙오되거나 힘들어하는 분들을

곁에서 돌봐주며 길을 이끌어준다.


피레네 산맥을 비바람 속에 넘을 때

기진맥진한 나를 위해 초콜릿을 챙겨 주시던 기억을

아마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들을 위해 피레네 산 정상에서

죽을 끓여놓고, 비에 젖고 추위와 배고픔에 기진맥진한 우리들에게

해주었던 따뜻한 환대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그때 그 죽을 먹지 못했더라면

온몸이 와들와들 한기가 들어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한계에 직면하게 해 준 피내래 산맥

산 정상에서 비를 맞으며 먹던 고기야채 죽

세상에서 감동적인 환대였다.


수저와 고추장을 가지고

식당으로 오라는 공지를 보고 우리들은 모두 갔다.

식당에는 스페인 상추와 오렌지, 빨간 양배추 김치와 흰쌀밥

그리고 돼지고기 두루치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20230417_082035[1].jpg 인솔자들이 사용하는 차량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보자

모두들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빨간 양배추 김치는 메콤하면서 새콤한 것이

입에 찰싹 달라붙었다.


스페인 상추는 아삭아삭하니 식감이 좋았고

물기도 많아 우리나라 상추보다 더 맛이 좋은 것 같았다.

상추에 싸 먹기도 하고 두루치기에 비벼 먹기도 하며

즐겁고 행복한 저녁 만찬을 즐겼다.


특히 나의 식성을 보고 팀원들은 놀랐다.

그렇게 많이 먹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난 위기에 처하면 놀라울 정도의 식욕을 드러낸다.

어떤 여행지 어떤 음식도 잘 먹게 된다.

아마도 생존 본능인 듯하다.

그런 나를 보며 놀라는 팀원들을 보며 좀 부끄러웠다.


산티아고 까미노에서는

음식을 대하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여행지가 길이다 보니

음식이 있는 곳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숙소에서도 먹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모두 나름대로 비상식량을 챙겨 오기는 했지만

40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해결 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그리고 간편 식이어서 음식 맛을 제대로 느낄 수도 없다.

식사는 예약이 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때그때 본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두셋이 모여 식사를 하러 가기도 하고

더러는 혼자 대충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침은 주방에 포트나

음식을 조리할 수 있도록 시설이 된 알베르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알베르게도 많다.


일인용 포트를 준비해 오라고 했지만

짐이 많아서 그것까지 챙겨 오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개중엔 포트를 준비해 온 이가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식사가 끝나고 뒷정리를 하였다.

모두 설거지를 하고 남은 음식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함께 생활을 하다 보니 동료애가 생기는 듯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사람들의 성향이나 특징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모두 같을 수는 없지만

자기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을

배척하는 경향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상한 사람, 특이한 사람, 평범한 사람,

사람의 부류가 대충 이렇게 그룹 지어지는 것 같다.

나는 다른 이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여겨지는지 흥미롭다.


산티아고 까미노는 특별한 여정이다.

걸어서 800km를 간다는 결심을 하고 온 이들이다.

그 길 위에는 많은 변수가 있다.

이들을 인솔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디에서나 앞에서 사람들을 리드한다는 것은

많은 변수에 대한 대처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때로는 냉철한 이성이 때로는 따뜻한 감성이 필요한 일이다.


이 팀을 이끄는 리더들은 따뜻한 감성과 차가운 이성을 겸비한

훌륭한 리더들이다.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스페인 상추, 자주색 양배추 무침 등,

동서양의 재료와 요리법이 혼합된 저녁 만찬은

이 팀 인솔자들의 따뜻한 환대와 빛나는 리더십이었다.


로스 아르코스를 향한 내일이 여정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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