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파라다이스

부제: 사람들은 산 채로 박제되어 간다.

by 이슬


집은 공간이 아닌

세상에서는 구할 수 없는

마음이 살고 있는 탯자리다.

하늘로 치솟는

아파트 빌딩 숲 사이로

차가운 시멘트 강이 흐른다.

아파트 층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빛을 잃어버린 유성이 되어

떠돈다.

하늘에 별빛만 가득했던 옛날엔

잃어버린 길을 별에게 묻고

별은 길을 일러주곤 했다.

도시의 거리엔

별빛보다 화려한 불빛들이

분칠 한 창녀처럼 고혹적인 미소를 짓고

지나는 이들을 유혹한다.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겐

엄마 품속 같은

집을 찾아 헤매는 아이가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갈 수 없는 나라

옥토끼가 살고 있다던 달나라처럼

아득한 날의 전설이 되었다.

천년을 살 것처럼 쌓아 올린

고층시멘트 벽장 속에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처럼

사람들은 산 채로 박제가 되어간다.

허공에 퍼지는 헛헛한 웃음소리는

네온사인과 헤드라이트 불빛 속에서

파편처럼 떠돌며 21세기 파라다이스에서

하루하루 낯선 타인이 되어가고 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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