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게트를 썰며

by 시니브로

동네 빵집인데 직접 만든 바게트를 팝니다.

파리지엥처럼 기다란 종이봉투에 담아 가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열에 아홉은 썰어 달라고 합니다.

길이가 50cm 정도 되는 빵칼로 바게트를 썹니다.

사선으로 썰어야 비닐봉지에 담았을 때 예쁩니다.

바게트를 가지런하게 잘 썹니다.

강남 갔다 온 제비가 준 박을 써는 흥부의 마음으로 칼질을 합니다.

결을 따라 썰어야 힘도 덜 들고 잘 썰어집니다.

힘으로만 썰면 어깨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가루가 사방으로 튑니다.

습도에 따라 다릅니다.

습기가 없는 날 날카로운 바게트 조각이 눈에 튀기도 합니다.

아픕니다.

장마철에는 갓 나온 바게트도 습을 먹어 부드러워집니다.

비가 오는 날 부침개가 생각납니다.

바삭한 바게트도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따라 잘 팔립니다.

정갈하게 담아 줍니다.

반으로 썬 바게트를 한 손 가득 담으면 거의 반입니다.

피아노 배운 걸 이럴 때 써먹습니다.

이러려고 옥타브 연습을 그렇게도 했나 봅니다.

오른손을 엄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최대한 펼칩니다.

양 끝쪽 둥그런 부분은 가운데에 담습니다.

어느새 2,3분의 시간이 지나갑니다.

썰면서 이 손님은 이 바게트를 어디에다 먹을까?

상상해 봅니다.

생크림, 알리올리오 스파게티, 카레, 마늘 바게트, 바게트 프렌치토스트, 브루스케타, 카나페, 스페인 요리인 감바스. 혼자 신납니다.

가끔 2등분이나 3등분 해 달라는 손님이 있으신데요.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까 싶어 혼자 입맛 다십니다.

단순한데 어디에나 어울리는 바게트.

그런 인생이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까다롭지 않으면서 누구와도 합이 좋은 사람.

밥처럼 꼭 필요한 사람.

특정한 날에 생각나는 사람.


바게트를 보며 혼자 빙그레 웃어봅니다.